은자(隱者),머루를 따다.
한낮에 새들이 졸고 있네.
그도 졸고 있네.
두꺼비들도 몸을 숨기네.
그도 그러하네.
미풍은 나뭇가지에 머물고
이파리 하나 까딱 않네.
그는 한낮의 고요를 찬미하네.
살모사는 초원의 바위에 작열하는
땡볕을 받으며 똬리를 푸네.
은자의 초원에서
그는 그 살모사를 찬미하네.
이때 한 다발의 산머루가 익기 시작하네.
송이 송이 머루에는 하얀 구름 빛 분이
감돌고.
이윽고 초록 열매는 제 힘에 겨워
살갗을 터트려 검붉은 빛으로 변하네.
이제 탐스런 머루가 되었네.
은자는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머루를 따며
휫파람을 부네.
그리고는 배낭을 챙겨 숲으로 사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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