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관산(冠山)에서 마을로-
꿈이다. 하늘과 산이 사라지고 마루금도 사라진다. 이곳은 저곳이고 죽음은 삶이다. 죽은 자의 무덤을 먼저 보듬고 사람들이 애써 지은 허망을 잠 재운다. 후미진 골짜기나 음습한 곳부터 다독거리고,산 같이 우뚝 선 욕망을 뒤덮는다. 질펀하게 떠들던 거리의 고함소리 먼저 앗아가고 검은 것일수록 그냥 두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들 덮어주고도 눈부시다. 먼지 나고 흙 투성이 길,닳고 닳은 그 길 끊어버리고 멀리 보기 위해 내달았던 창문 굳게 잠궜다. 네가 한 번 지나가거나 꿈 꾸고나면 세상은 온통 물구나무서기다. 주전자에서 펄펄 끓던 따스한 체온 너무나 멀어 아스라하다. 한마장 날개짓 하듯 걸어 마을 어귀에 서면 집들은 소리없이 불 밝힌다. 그러나 창문에 불 밝히면 동굴보다 더 짙은 어둠에 휩싸이리. 꿈이다. 꿈 꾸는 이에게만 내리는 너는 가슴속 어둠 몰아내고 빛보다 더한 눈부심이리. 문득 사람들이 퀭한 눈으로 푸른 창 열고 허우적거리듯 빠져나와 사립문 걸곤 익숙하게 집으로 들어간다. 달팽이 껍질 속으로 더 컴컴한 그 속으로. 꿈 아니면 죽음을 향하여. 거긴 여기처럼 세상 거꾸로 보일까. 물구나무 서서 하얀 눈 바라보기일까?
*관산(冠山):경북 영천시 북안면 신촌리와 경북 경주시 서면 도리에 솟은 함지박 또는 갓처럼 생긴 낮으막한 산(393.5m)으로 낙동정맥은 이 산을 지나,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아화 땅을 지나간다.사진은 백설천지의 신촌리 마을 풍경으로 야산에서 이렇게 폭설을 만나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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