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재-부항령-백수리봉-삼도봉-삼막골 갈림길 14.05km(2003.10.19)
10월 19일,오늘은 백두대간 9번째 끊어타기 날이다.일주일전 10월 12일,둘째주 일요일에 현기와 이 구간을 답사했으니 나로서는 2번째 종주길이다.셋째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으로 적멸보궁 5사(寺) 순례를 다녀와야 하는 현기의 일정 때문에 그와 함께 이 구간을 미리 끊어탄 것이다.여행통(旅行通)인 김유건 동기가 차량을 지원하여 우리는 마음 놓고 종주 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유건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한다.
어제 밤 늦게 김해의 강호철 회원으로부터 이번 구간에 참여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지난해 낙남정간을 동고동락하며 완주한 그가 대간 종주에 처음 발을 들여놓겠다니 무척 반가웠다.마음은 늘 우리와 함께 대간 길을 함께 한다는 호철이-그는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을 만큼 사업이 분주한 탓에 그동안 불참했단다.
기묵 아우의 봉고는 서김해에서 호철이를 태우고 대진고속도로를 달려 아침 6시 거창으로 들어섰다.지난 주 현기와 종주를 하면서 정말 맛있는 갈비탕 집을 찾아낸 나는 동료들을 그곳으로 안내해 아침을 들고 싶었다.그런데 그 식당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8구간에 선지해장국을 들었던 둥지식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의선이는 식사할 만한 곳을 찾아 물어물어 시장통으로 잠입하고 우리는 무료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그때 의선이가 시장통 쪽에서 나오더니 그리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시장통 식당이 본디 그렇듯이 땟국물 절어 남루한데,우리가 들어간 성진식당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런데 우리들이 식당에 들어서자 식당 아지매는 몹씨 놀란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아지매가 막 식당문을 따고 들어서려는데 소도둑놈(?) 같은 의선이가 함께 들이치자 흠칫 놀라고 말았다는 것이다.우리는 47년생이라는 그 아지매한테 "그 나이에 아직도 놀랄 일이 있느냐.?" 며 대수롭잖은 듯 힐난하자 "그래도 여잔데..."하며 그녀는 눈을 흘기며 얼굴을 붉힌다.우리는 한바탕 크게 웃으며,시간이 없으니 빨리 아침 식사나 준비하라고 채근했다.
정식백반을 만든다.조기도 굽고 된장찌게도 끓이고 반찬도 여러가지가 나왔다.반찬은 죄다 수준급이었지만 특히 된장찌개 맛은 일품이었다.음식 맛에 달통한 재화와 의선이마저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으니 모두 흡족한 눈치였다.우리는 거의 7시 20분이 되어서야 식당을 나와 덕산재로 출발했다.
8시 5분,경북 김천시 대덕면에서 전북 무주군 무풍면으로 넘는 30번 지방도로 고갯마루,덕산재(650m)에 다다랐다.강호철,김익수,김황세.손의선,신남석,이재화,전기환,한정문 8명이 9구간 종주를 위해 행장을 점검한다.기온은 영상 10도였으나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일주일 전 현기와 함께 이곳에 왔을 때는 기온이 17도였는데 그 사이에 일기가 많이 바뀌어가고 있었다.의선이와 나만 반바지를 입고 다른 동료들은 긴바지 차림으로 산행들머리에 섰다.자세히 살펴보니 날씨만 바뀐 게 아니라 나뭇잎도 많이 떨어져 분위기가 다소 삭막해지면서 본격적인 가을철에 들어선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종주에 들어가기 전,덕산재에서(03.10.19.08:07)]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다섯 사찰을 순례하는 불자들을 안내해야 하는 일정 탓에 10월 19일로 잡힌 9구간 끊어타기를 하지 못하는 현기-그와 나는 지난 10월 12일,9구간을 미리 종주했다.대간 종주에서는 산행들머리에 들고 하산지점에 나는 차량지원이 가장 골치 아픈 문제다.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종주의 절반은 이미 해낸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그런데 뜻을 세우면 길이 있다고,김유건 동기가 차량을 지원하는 바람에 우리는 9구간을 아무 탈 없이 끊어타게 되었다.덕산재 고갯마루에 선 현기가 출발에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종주들머리,덕산재에 선 현기(03.10.12.08:59)]
덕산재에서 9구간 종주를 떠나기 전에 다함께 기념촬영에 들어갔다.으례 고갯마루가 그렇듯이 바람이 불고 제법 쌀쌀했지만 산행하기에는 흡족한 날씨였다. 종주팀 뒤로 무주구천동 안내판이 보이는데,이 고개만당에서 왼쪽은 전북 무주군 무풍면,오른쪽은 경북 김천시 대덕면이 나뉜다.사진 왼쪽부터 이재화,김황세,강호철,전기환,한정문,김익수,손의선 그리고 신남석 리더다.회원들 뒤로 대간 종주 리번이 나뭇가지에 걸려 산행들머리를 알려주고 있다.
[833.7봉에서 돌아본 거창 삼도봉과 대덕산(08:29)]
덕산재(650m)를 뒤로 하고 오르막을 오른다.첫 봉우리 오르기는 늘 힘이 든다. 아직 몸이 풀리지 �았기 때문이다.갇힌 근육이 풀리려면 시간이 걸린다.몸이 천천히 풀리는 슬로우 스타터가 있는가 하면 산행에 들자마자 풀리는 사람도 있다.내 경우는 30분 가량 발품을 팔고나야 근육이 풀리기 시작하는 편이다.
간밤에 거의 잠을 자지 못한 날은 몸이 풀리는데 시간이 훨씬 더 걸리곤 한다.의선이나 재화는,그 전날 술을 얼마나 마셨느냐에 따라 몸이 풀리는 상태가 다르다고 한다.또 산행들머리에서 첫봉까지 경사도에 따라 또 다르다.가풀막진 된비알을 더터 오를 때는 완만한 능선을 오를 때보다 근육이완의 정도가 한결 느리다.
근육을 빨리 풀려면 산행에 앞서 스트레칭을 하는 게 좋다.발목과 무릎,허리 어깨를 충분히 풀어주어 근육을 부드럽게 하면 훨씬 효과가 있다.또 갑자기 쥐가 나거나 근육경직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는데도 스트레칭이 큰 도움이 된다.스트레칭은 산행들머리에서 하는 것보다 나날이 거르지 않고 해주어야 한다.물론 산행을 마치고 스트레칭이나 목욕을 통해 긴장된 근육을 완화시키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14분 가량 발품을 팔아 첫 봉우리에 올라선다.그곳에서 다시 5분 가량 능선을 걸어 8시 25분,삼각점이 있는 833.7봉에 다다랐다.이곳에서 지난 구간 우리가 덕산재로 하산한 대덕산의 산세를 뒤돌아보았다.왼쪽 봉우리는 거창 삼도봉(1,250m)이며,오른쪽 제일 높은 봉우리가 대덕산 정상(1,290m)이다.
[삼각점이 있는 833.7봉에서 바라본 대간마루금(08:36)]
8시 25분,833.7봉에 다다라 우리가 밟아야 할 대간마루금을 조망한다.앞쪽에 보이는 짙은 수림의 봉우리는 853.1봉,그 뒤 봉우리가 백수리봉(1,030m)이다.그리고 백수리봉 왼쪽의 높은 봉우리는 1,070.6봉이며,그 뒤에 삼도봉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그런데 이 833.7봉에서 일행은 거의 90도 왼쪽으로 꺾어 내리막길로 내려가야 하는데 무심결에 오던 그대로 직진해버렸다.한참 날등을 타고 내려가다 이상하다 싶어 지도를 살피니 대간이 아니었다.
우리는 삼각점이 있는 833.7봉으로 되돌아온다.삼각점을 확인하고 삼각점 직전에서 가까스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간마루금을 찾아 내려간다.15분 가량 헤맨 셈이었다.현기와 이 구간을 종주하러 왔을 때는 집중이 잘 되어 실수가 없었는데,일행이 많다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이었다.
[폐광터로 내려선 종주팀(08:52)]
833.7봉에서 내려와 평탄한 잡목숲을 헤치고 나가니 8시 48분,절개지가 나오고 넓게 터를 잡은 공터가 나온다.폐광터인 듯했다.
폐광터 절개지를 오르니 우마차가 다닐만한 넓은 소로길이 나오고 조금 가니 소로길은 오른쪽으로 열려 있고 대간 길은 왼쪽으로 잠깐 내려선다.9시 7분 잘룩이(700m)에 다다르니 고개를 넘는 소로길이 좌우로 나있다.이제 850봉까지 가파른 오르막길.9시 22분,850봉에 오르니 왼쪽 산바탈은 낙엽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대간은 오른쪽으로 꺽여 완만하게 이어진다.낙엽송 군락이 거의 끝나갈 즈음 굴참나무 군락이 나오고 전망은 시원치 않다.
8시 33분,삼각점이 있는 853.1봉에 다다르니 조그만 헬기장이 있고 능선 양쪽 바로 밑으로 2차선 포장도로가 보인다.부항령이다.사진은 853.1봉에서 뒤돌아본 대덕산과 거창 삼도봉(좌)이다.
853.1봉 헬기장에서 9시 42분까지 다리쉼을 하고 부항령으로 떠난다.9시 58분 성터처럼 보이는 곳에 다다르니 삼도봉 터널 아래 2차선 포장도로로 내려서는 길이 보이고 3분 뒤 헬기장을 지나 10시 3분,부항령에 다다랐다.
[부항령에 다다라(10:09)]
부항령에서 종주리번이 달린 대간마루금을 뒤로 하고 현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비록 1주일 전의 일이지만 나뭇잎은 초록으로 싱싱하고 생기가 넘쳤는데 1주일 뒤,같은 장소에 오자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여 분위기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띄고 있었다.사철 푸른 소나무는 그대로인데 나머지 나무와 풀은 갈색으로 변하고 말았다.산중의 1주일은 이렇게 엄청난 차이와 변화를 가져온다.다음 사진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점을 뚜렷이 알 수 있을 것이니 자연의 변화란 실로 엄청난 것이다.겨우 1주일의 시차가 이럴진대 한 계절이 지나면 같은 장소라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다.자연은 참으로 오묘하고 오묘하도다.그렇기에 우리가 산을 찾아드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한다.
[부항령에서 선 현기(03.10.12.10:57)]
부항령에서 김천시 부항면을 배경으로 일행을 카메라에 담았다.쏟아지는 햇빛이 친구들의 얼굴 모습을 눈부시게 한다.
[김천시 부항면쪽으로 선 동기들(10:10)]
부항령(690m)에서 7분쯤 쉬고 10시 10분,대간 길을 간다.오른쪽(동)으로 올라가는가 싶더니 왼쪽(북)으로 휘며 755봉을 지나 10시 23분,740m 잘룩이로 내려서니 묘 하나가 나온다.묘 뒤로 열린 북서쪽 능선길은 키 큰 참나무숲인데 오름길이 가파르다.가파른 오름길 중간에 달성 서씨 묘 1기가 있고 조금 더 오르니 960봉이다.960봉에도 해묵은 묘가 하나 있고 북쪽 골짜기가 깊고 길게 보인다.부항령에서 이 봉우리까지 29분이 걸렸다.
11시 30분,960봉에서 90도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북동쪽으로 내려간다.급경사에 잡목 길이다.잘룩이로 내려오니 대간은 사면길을 따라 계속 오르막이다.17분 가량 발품을 팔아 바위전망대 암릉에 올라섰다.11시 52분,헬기장이 있는 백수리봉(1,130m)에 올라서서 우리가 밟아야 할 대간의 산들을 조망한다.
백수리봉에서 뻗어오른 대간마루금과 석기봉,삼도봉을 한 눈에 바라본다.백수리봉에서 뻗어나간 대간마루는 하늘금과 만나는 1,150봉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나간다.이 봉우리는 무주군 무풍면과 설천면,김천시 부항면이 만나는 삼면봉(三面峰)이기도 하다.대간마루금 따라 석기봉이 수줍은 듯 슬쩍 비켜나 있다.
[백수리봉에서 조망한 대간마루,석기봉과 삼도봉(11:19)]
백수리봉에서 우리가 가야 할 대간을 조망하고 이번에는 우리가 밟은 대간을 뒤돌아본다.사진 앞쪽에 훤칠하게 솟은 960봉 너머 무풍면 금평마을이 보이고 저 멀리 덕유 연봉이 장중하다.부항령에서 이 960봉 오르막길은 가파름의 연속이었다.
[백수리봉에서 돌아본 대간-960봉과 덕유연봉(11:19)]
백수리봉에서 대간은 왼쪽(북서)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내려간다.작은 암릉이 나오고 참나무 숲길을 따라 걸으면 973봉에 이른다.
[973봉 능선의 현기(03.10.12.11:37)]
천남성은 지난 97년 산림청 선정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환경부 선정 보호야생동.식물로 지정되어 있다.독성이 강한 식물이어서 피부가 약한 사람들은 잎만 만져도 독이 오르는 그런 식물이다.일종의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는 식물이라서 입이 돌아갔을 때(구완와사증)치료에 소량을 쓴다고 한다.열매가 아주 붉고 큰 덩어리를 이루는게 특징이다.이국 소녀같이 키가 큰 천남성(天南星)은 다른 꽃들이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 잎이며,줄기,꽃,열매가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녔다.봄이면 이 꽃은 큰 잎이 차례차례 돌아가면서 피고 줄기 끝에 피어오르는 꽃 봉오리가 동그랗게 구부러진 폼이 두루미를 연상시킨다.그래서 어떤 지방에서는 두루미천남성이라고도 한다.
[희귀식물,천남성(天南星)의 열매(03.10.12.12:33]
고들빼기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며 봄꽃이다.가을에 피는 이고들빼기는 고들빼기보다는 작고 까치고들빼기보다는 크다.꽃잎의 끝이 사람의 앞이빨 끝처럼 생겨서 이고들빼기라 이름이 지어졌다.대개는 산지의 메마른 땅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산꼭대기 부근의 척박한 땅에서도 무리지어 살아간다.
[대간 길의 야생화-이고들빼기(03.10.12.12:36)]
973봉을 지나 노랗게 물든 추색의 능선에서 현기가 포즈를 잡았다.
[추색이 완연한 973봉 능선 길의 현기(03.10.12.12:38)]
백수리봉에서 왼쪽(북서)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내리막길을 내려간다.작은 암릉지대가 이어진다.암릉지대를 내려와서 973봉과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2개를 넘어서면 1,150봉 암봉에 올라서게 된다.이 뾰족한 암봉은 김천시 부항면과 무주군 무풍면,무주군 설천면이 만나는 삼면봉으로 오름길은 무척 가파르지만 올라서면 최고의 전망을 제공한다.북쪽은 1,170.6봉에 가렸지만 나머지 방향은 막힘이 없다.이 봉우리에서 백수리봉과 대덕산 일원을 뒤돌아본다.
[1,150봉에서 굽어본 백수리봉과 대덕산 일원(12:20)]
이번에는 카메라의 각도를 넓게 잡아 우리가 밟은 대간마루금을 조망해본다.맨오른쪽 봉우리는 960봉,그 왼쪽이 백수리봉(1,030m)으로 그 앞쪽의 고만고만한 묏부리들이 1,150봉으로 이어진다.
[삼면봉 1,150봉에서 뒤돌아본 대간의 묏부리들(12:22)]
1,150봉 북쪽의 1,170.6봉에 다다라 대덕산과 그 앞의 무풍면,그리고 삼봉산을 조망한다.
[1,170.6봉에서 돌아본 대덕산과 삼봉산,무풍면 일대(12:23)]
1,170.6봉을 뒤로 하고 내려서는 북쪽 길은 흙비탈이다.잠시 내려서니 대간 왼쪽은 목장지대이고 대간마루금 바로 서쪽 밑으로 목장도로가 반원을 그리며 휘돌아 내려간다.선두에 선 재화는 바람처럼 훠이훠이 날아 황세와 함께 목장터 헬기장에서 포즈를 잡았다.
[목장터 헬기장에서 자세를 잡은 선두의 재화와 황세(12:45)
김익수,전기환 동기와 한정문 회원이 억새밭 사이로 목장터 헬기장으로 내려서고 있다.
[억새를 헤치며 헬기장으로 오는 정문,기환,익수(12:48)]
그 뒤로 강호철,손의선 회원이 내려오고 있다.
[억새를 헤치며 헬기장으로 들어서는 호철,의선(12:49)]
목장터 헬기장을 지나 오른쪽 능선으로 붙어 목장지대를 왼쪽으로 끼고 1,140봉에 다다랐다.12시 48분,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을 들고 오후 1시 5분 대간 길을 잇는다.1,140봉을 넘어서면 잡목투성이의 숲길이다.그 숲길을 한정문 회원과 김익수 동기와 감호철,손의선 회원이 뒤따라 내려온다.
[1,140봉 하산길의 종주팀(13:20)]
1,140봉에서 대간은 북쪽으로 내려선다.1,132봉과 1,090봉을 오르내린 뒤,1,118봉을 넘으면 삼도봉 아래 잘룩이인 해인리 갈림길에 다다르게 된다.사진은 1,090봉 어름에서 바라본 삼도봉 오름길이다.
[1,090봉에서 바라본 삼도봉 오름길(13:42)]
삼도봉 갈림길로 가며 삼도봉 왼편에 불쑥 치솟은 뾰족한 암봉의 석기봉(石奇峰 1,200m)을 조망한다.쌀겨처럼 생겼다하여 쌀개봉이라 부른데서 유래된 석기봉은 기묘한 모습의 바위산으로 주위 전망도 일품이다.민주지산의 주릉 가운데서도 가장 빼어난 경관을 연출한다.
[삼도봉 갈림길로 가며 바라본 석기봉(13:47)]
1,118봉을 지나 삼도봉 갈림길이 지척이다.그곳에서 삼도봉 오름길을 클로즈업해본다.
[가까이서 바라본 삼도봉 오름길(13:50)]
삼도봉 갈림길(1,070m)에 다다른 현기가 이정표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이 갈림길은 오른쪽의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왼쪽의 무주 설천면 대불리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현기와 이 구간을 종주하면서 어차피 구간을 끊을 바엔 부항면 해인리로 빠져야 한다는데 이론이 없었다.그러나 다음 구간을 황악산 너머 괘방령까지 끊어타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거리를 단축하는 게 나을 듯했다.그래서 현기와 나는 삼도봉 지나 삼막골 갈림길까지 발품을 팔기로 했다.
[삼도봉 아래 해인리 갈림길의 현기(03.10.12.14:42)]
한정문,강호철,김익수,전기환,손의선 회원이 해인리 갈림길 이정표를 중심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삼도봉 아래 해인리 갈림길의 종주팀(13:57)]
삼도봉 정상이 빤히 올려다보인다.급경사 오르막은 나무가 없고 잡풀만 있어 지루하다.삼도봉 정수리(1,177m)엔 넓은 공터와 삼도 화합의 비가 화강암으로 조성돼 있다.
[삼도봉 화합의 비에서 자세를 잡은 현기]
삼도봉에서 왼쪽 10시 방향에 뾰족한 석기봉(石奇峰 1,200m)이 있고,그 북쪽 봉우리는 민주지산(1,241.7m)이며,11시 방향이 각호산(角虎山 1,176m)이다.
삼도봉에서 석기봉 가는 길은 헬기장을 가로질러 봉우리를 하나 더 넘어야 한다.거리는 1.4km로 이 코스는 빽빽이 들어선 굴참나무가 한층 굵어져 용트림 치는 모습이 장관이며 조릿대와 진달래 등과 함께 이름 모를 야생초와 꽃들이 지천이다.삼도봉 주변은 희귀 고산식물들이 많이 자생하고 있어 생태학자들의 연구 현장이기도 하다.
석기봉에서 약2.9km의 능선에 떨어져 있는 민주지산-충청도 쪽에서는 산세가 민드름하다고 해서 '민드름산'이라고 불렸다.하지만 <동국여지승람>에는 민주지산의 본디 이름은 백운산이었다고 기록돼 있다.지금의 민주지산이란 이름은 왜정시대 지도를 제작할 때 민드름산을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잘못 굳어진 듯하다.
[삼도봉에서 석기봉과 민주지산을 등지고(14:09)]
삼도봉 너른 광장에서 우리가 밟은 대간을 살펴본다.여인의 주름치마처럼 겹쳐진 산줄기를 볼 때마다 나는 우리 산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는것 같아 가슴이 벅차 오른다.
[삼도봉에서 뒤돌아본 중첩된 대간의 묏부리들(14:12)]
삼도봉은 조선 태종 1,414년 조선을 팔도로 나눌 때 충청,경상,전라 삼남의 분기점이 되면서 얻은 이름이지만 본디 산이름은 "화산"이라고 한다.백두대간 본줄기인 이 삼도봉에서 석기봉,민주지산,각호산으로 뻗어나가는 8km의 늠름한 산줄기는 활처럼 휘어져 그 안에 물한리계곡을 감싼다.특히 무주군 설천면 대불리에서 석기봉으로 이어지는 계곡과 물한리에서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계곡은 아직 때 타지 않은 심산유곡이다.
그런데 이 화합비는 자연을 훼손하는 대표적인 인공조형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산봉우리를 깎아 광장을 만들면서 주위 경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각품을 산 정수리에 올려 놓았으니 말이다.자연을 보호해야 할 당국이 제일 먼저 자연을 훼손 했으니 몹씨 안타까웠다.해마다 10월 10일은 삼도의 도민이 모여 삼도봉 행사를 연다.삼도의 문화를 활발히 교류하고 지역감정을 없애기 위해 시작했다는 이 행사는 산신제를 비롯하여 삼도풍물놀이터울림,사물놀이 따위의 민속행사가 이 광장에서 펼쳐진다고 한다.
[삼도봉 3도 화합의 비를 중심으로(14:15)]
삼도봉 북동쪽 암릉(1,172m)에 올라 우리가 가야 할 대간마루금을 살펴본다.대간은 “之”자를 그리는 형상이다.사진 앞쪽,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목의 작은 봉우리 2개 너머 그 오른쪽이 삼막골 갈림길(1,020m)이다.그 갈림길 왼쪽 계곡은 미니미골로 해서 물한리 황룡사로 빠지고,오른쪽 계곡은 삼막골로 해서 부항면 해인리로 빠지게 된다.이 갈림길에서 대간은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나가다 삼각점이 있는 1,124봉으로 오르다가 다시 오른쪽(동)으로 방향을 틀어 밀목령에 이른다.이곳에서 대간은 오른쪽으로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화주봉으로 용트림쳐나간다.
[삼도봉에서 바라본 대간마루금(14:19)]
2시 19분,삼도봉에서 삼막골 갈림길로 내려간다.대간은 석기봉 쪽이 아니고 조망바위 암장이 있는 오른쪽(북동)이다.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 신작로다.드문드문 바위도 있고 경사지도 있지만 길이 넓다.헬기장이 있는 잘룩이가 삼막골 갈림길이다.
[삼막골 갈림길 이졍표에 선 현기(03.10.12.15:12)]
종주팀은 오후 2시 34분,삼막골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다다랐다.현지 사람들에게 확인해보니 이졍표에 나와 있는 "삼마골"은 "삼막골"이 올바른 지명이란다.
[삼막골로 하산하기에 앞서 이정표와 함께 한 종주팀]
호철이와 의선이가 삼막골 갈림길 헬기장 근처의 억새밭에서 포즈를 취했다.
[삼막골 갈림길,헬기장 억새밭의 호철,의선(14:36)]
오늘 구간은 이곳 갈림길에서 오른쪽 삼막골로 탈출하기로 했다.1주일 전 현기와 내가 밟은 그 길이었다.삼막골은 들머리부터 가파르다.산꾼들이 별로 다니지 않은 탓에 길은 험했지만 무척 깨끗했다.산죽이 무성하다.대나무가 몸을 닿을 때마다 사그락 그려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삼막골 들머리의 무성한 산죽밭(14:38)]
가파른 산죽 길을 뚫고 계곡이 잦아드는 지점으로 내려오자 처음에는 길이 반반하더니 그것도 잠시,이내 돌확길의 연속이다.날이 밝으면 괜찮겠지만 어두운 신새벽 이 길을 다시 거슬러 오르기는 생각해 볼 일이었다.20분 가량 그런 길을 더터 내려오니 비로소 제법 너른 풀길이 나온다.오후 3시 30분 해인리 시멘트 도로에 다다랐다.3분 뒤,후미가 해인리 해인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해인산장에는 우리를 실어나를 기묵 아우의 봉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철이가 환하게 웃으며 기환이에게 술을 따르고...]
나는 지난번 현기와 종주 때 구면인 해인산장 김용원 씨를 다시 만났다.우리는 해인산장의 샤워장에서 대충 몸을 �고 야외 방갈로로 자리를 옮겼다.여기서 "지례흑돼지"를 들며 종주의 대미를 장식했다.지례 흑돼지는 돼지고기의 풍미가 일품이어서 전국에 그 명성이 자자하지만 요즈음에는 성장 속도가 느린 탓에 경제성이 떨어져 정말 '맛 있는 흑돼지'를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특히 "흑돼지"와 유사한 "흙돼지"를 유의해야 한다.
[종주정보]
08:05 덕산재(650m)...0.8....08:25-08:40 833.7봉...1.5...08:48 폐광터(780m)...2.2...09:32-09:42 853.1봉...1.5...10:03-10:10 부항령(690m)...1.3...10:40-10:55 960봉...0.88...11:14 백수리봉(1,030m)...1.0...11:40 973봉...1.12...12:18-12:30 1.150봉...0.25...12:38 1,170.6봉...0.8...12:48-13:05 점심시간 1,140봉...1.5...13:46-13:56 해인리 갈림길(1,140m)...0.4....14:05-14:19 삼도봉(1,172m)...0.8...14:38 삼막골 갈림길(1,020m)...2.05...15:35 해인산장(450m)
*종주거리/시간 :14:05km/6시간 33분
*탈출거리/시간 :2.05km/57분(삼막골 갈림길-해인산장)
*총산행거리/시간:16.1km/7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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