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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2구간 <성삼재-여원재>(상)

 

[성삼재에서 본 구름바다-왼쪽 산허리 따라 성삼재에서 시암재로 이어지는 도로가 보이고,그 아래 마을이 구례군 산동면 일대이다.]

                                    

 

                           

  

 성삼재-작은고리봉-묘봉치-묘봉-만복대 4.9km(2003.6.29)

 

 

구례 화엄사 밑 다래산장에서 아침을 들고 오기묵 후배의 봉고로 백두대간 2구간 산행들머리인 구절양장의 성삼재로 오른다.시암재에 이르자 구례 쪽은 온통 구름바다(雲海) 천지다.지리산 10경 가운데 노고 운해(老姑 雲海)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만 실제로 끝간 데 없는 구름바다를 보는 순간 자연의 장엄함과 숙연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시암재를 거쳐 5시 43분,성삼재에 이르자 운해는 더욱 더 광활하게 전개되었다.일행은 산행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까마득히 잊고 구름바다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었다.

 

[성삼재에서 바라본 백운산 쪽 운해]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 대자연이 부리는 기묘한 조화를! 한가닥 상념은 구름바다 위를 가이없이 걸어가누나.사진 앞쪽의 짙은 산줄기는 성삼재 위 종석대에서 차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며 그 앞 구름바다에 뜬 봉우리들은 구례 쪽 산봉우리들이다.저 멀리 보이는 능선은 광양 백운산 산군의 도솔봉과 형제봉으로 가늠된다.

 

[성삼재에서 바라본 간미봉 일원]

 

성삼재에서 오른쪽으로 뻗어내린 간미봉(728.4m)의 짙은 능선 뒤로 구름바다를 이뤘다.구름 위로 떠 있는 산줄기는 천마산과 깃대봉,그리고 형제봉이다.

 

[성삼재에서 바라본 산동 일대]

 

성삼재에서 굽어본 구례군 산동면 일원-남원에서 구례를 가려면 19번 도로를 따라 산동을 거쳐야 한다.산동 일원은 구름바다에 가려 있고 그 뒷쪽으로 천마산(656m)에서 깃대봉(691m)으로 길게 뻗은 산줄기가 가로질렀고 천마산-깃대봉 산줄기를 타고 넘는 안개가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리는 게 보인다.

 

 

2구간 종주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일산우회 대간종주팀이 성삼재에서 구름바다를 등지고 기념촬영에 들어갔다.뒷줄 왼쪽부터 이재화 산우회 총무,신남석 산행대장,김익수,마산의 여환부,최금구,손의선 앞줄 왼쪽부터 후미대장인 마산의 김현기,김황세(부산시 의사회 산행대장) 그리고 전기환 동기,모두 9명이 2구간 종주에 동참했다.

 

[종주들머리 성삼재에서]

 

삼한 시대,마한군의 공격에 밀리던 진한왕이 지리산 심산 유곡,달궁계곡으로 숨어 왕궁을 세우고 피난하면서,북쪽 능선에 8명의 장수를 배치하여 지키게 하였으므로 팔랑치,동쪽은 황 장군이 맡아 지키게 하였으므로 황영재,그리고 남쪽은 가장 중요한 요지이므로 성이 다른 3명의 장군을 배치하여 방어케 하였으므로 성삼(姓三)재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구례에서 성삼재를 거쳐 인월로 이어지는 861번 도로가 뚫리는 바람에 성삼재는 이제,지리산 종주의 시발점이자,종착점이 되었고 많은 탐방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성삼재 도로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지리산 종주는 구례 화엄사에서 출발,코재를 거쳐 3시간 가량 발품을 팔아 노고단산장에 이른 뒤,본격적인 지리산 종주에 들어가는 게 일반이었다.그러나 이제는 자동차나 버스로 단숨에 성삼재에 오른 뒤,1시간 안팍에 노고단 산장에 다다를 수 있으니 지리산 종주도 속도경쟁의 시대로 접어 든 것 같아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케 한다.사진은 2구간 산행들머리인 성삼재에서 대간종주팀이 잠시 자세를 잡았다.

 

[성삼재에서 바라본 구례,곡성 쪽 운해]


2구간 산행들머리,성삼재(1,070m)를 떠나 10분 뒤인 오전 6시 3분 헬기장에 다다랐다.이 헬기장에서 구례군 산동면 당동마을 쪽으로 펼쳐진 운해가 볼 만했다.2번 째 짙은 색갈의 산줄기는 성삼재에서 시암재로 이어지는 능선이며 구름바다 위로 저 멀리 불끈 치솟은 봉우리가 곡성군의 명산,동악산(735m)이다.

 

[작은고리봉에서 돌아본 반야봉] 

 

성삼재(1,070m)에서 40분쯤 발품을 팔아 작은고리봉(1,248m)에 올라섰다.여기서 동쪽으로 시야를 돌리자 반야봉(1,733.5m)이 눈에 들어왔다.지리산 10경 가운데 제2경인 반야낙조(般若落照)로 유명한 반야봉은 백두대간에서 슬쩍 비켜나 있으나,반야봉의 앉음새는 기가 막힌다.지리주능에서 천왕봉을 비롯 지리산 전체를 조망하는데는 반야봉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작은고리봉에서 바라본 성삼재와 종석대]

 

작은고리봉(1,248m)에 올라 2구간 산행들머리,성삼재를 뒤돌아본다.성삼재 주차장의 모습이 선연하고 성삼재에서 노고단산장으로 가는 길이 왼쪽 숲속으로 보인다.성삼재 위 가장 높은 봉우리는 종석대(1,366m)인데 대간은 코재에서 종석대를 거쳐 성삼재로 이어지지만,종석대 일원은 노고단 정상과 마찬가지로 출입금지 지역이다.

 

[작은고리봉에서 바라본 시암재와 운해]

 

작은고리봉에서 시암재 쪽 구름바다를 조망하다.성삼재-시암재 도로가 산허리를 �고 열려 있다.

 

[작은고리봉에서 바라본 만복대]

 

작은고리봉(1,248m)에서 만복대(1,433.4m)로 이어지는 대간의 마루금-사진 앞쪽 잘룩이가 묘봉치(1,108m)이며,여기서 왼쪽으로 하산하면 상의,하의마을을 거쳐 지리산온천랜드가 있는 구례군 산동면이다.그리고 고도가 가장 높은 봉우리가 만복대다.

 

구례군 산동면과 남원시 경계에 솟은 만복대(萬福臺)는 북으로 정령치,남으로 성삼재 고개가 있다.만복대는 이름만큼 복스러운 산으로 산 전체가 부드러운 구릉으로 되어 있다.'만복'이란 명칭은 풍수지리설로 볼 때 지리산 10승지 중의 하나로 인정된 명당으로 많은 사람이 복을 누리며 살 수 있다 하여 만복대로 불렀다고 한다.

 

지리산에서 가장 큰 억새 군락지인 만복대는 가을철이면 봉우리 전체가 억새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이곳에서 동남쪽으로 바라보이는 반야봉은 지리산의 웅장함을 실감케 해준다.

 

1990년대에 산동면에 지리산온천 랜드가 들어서면서 온천과 연계한 등반지로 찾는 이들이 많다.봄철 산수유꽃이 필 때면 산동면 위안리의 상위, 하위 등 산수유마을에서 노란 산수유꽃을 감상하고 만복대에 올라도 좋다.또 가을 억새는 물론이고 겨울 설화도 멋진 곳이 만복대이다.

 

[작은고리봉에서 바라본 삼봉산과 그 일원]


구름바다는 지리산 남쪽,섬진강 쪽으로만 출현되는 건 아니었다.작은고리봉에서 북동쪽 삼봉산(1,187m)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도 구름바다가 산정을 에워싸고 있어 장관이었다.사진 앞쪽에 보이는 산허리를 끼고 도는 희미한 도로는 정령치 가는 727번 도로다.그 도로 오른편 아래로 길게 질러진 계곡이 성삼재에서 산내까지 이어지는 심원계곡과 달궁계곡이다.25km에 이르는 이 계곡 갈피갈피마다 아름다운 지계곡이 형성돼 많은 유산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사진 한복판에 방패처럼 막아선 산이 함양과 남원의 경계에 터잡고 있는 삼봉산이다. 그리고 삼봉산 앞 오른쪽으로 인월면 산내마을로 가파르게 치내리는 산이 삼정산(1,182.2m) 줄기다.이 산줄기 윗부분에 세 봉우리가 나란히 솟아 있는데,이 산이 삼정산(三政山)이다.북부 지리산 주능 바깥에서 천왕봉을 비롯,장쾌한 지리 주능을 조망하기에 최고의 전망터이자,하루에 5사(寺) 순례를 하는 산행코스로 이름 높다.

 

 

작은고리봉에서 사위로 조망하고 아침 햇살이 물든 종주팀을 카메라에 담았다.이사진을 끝으로 의선이는 고기리삼거리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우리는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묘봉치에서 운해를 등지고]


작은고리봉(1,248m)에서 봉우리 다섯 개를 넘어서자 헬기장이 있는 묘봉치(1,108m)에 닿는다.이 묘봉치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산수유마을로 이름난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 상의,하의마을이 나온다.선두의 황세와 재화는 벌써 만복대로 떠났고 벌서 와야 할 의선이는 웬일인지 보이지 않는다.뒷줄부터 현기,환부,익수 앞줄에 기환,금구가 앉았다.동기들 뒤로 구름바다가 한없이 펼쳐져 있다.

 

[묘봉치에 선 신 대장과 구름바다]


늘 남의 사진만 찍어주다가 모처럼 피사체가 된 신 대장-그 뒤론 온통 구름바다 천지이다.

 

[묘봉치의 전기환 원장과 구름바다]

 

묘봉치에 선 전기환 원장 뒤로 구름바다가 일망무제로 펼쳐졌다.병원 일로 토요일 일찍 시간을 낼 수 없는 전 원장-그러나 그의 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각별하다.백두대간 1구간 끊어타기 둘째 날인 일요일,성삼재에서 노고단을 거쳐 반야봉에 홀로 올랐다가 우리 종주팀과 임걸령에서 만난 일이라든지,이일산우회 정기산행에는 거의 빼먹지 않고 참여하는 열의를 보더래도 그는 산을 사랑하는 산꾼의 반열에 들어섰다.이번 2구간 종주는 토요일 오후 6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종주팀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평소 백두대간 완주는 어렵더래도 오십대간은 필히 해내겠다고 입버릇처럼 결의를 다지는 전 원장.나는 그가 백두대간을 우리와 함께 완주하기를 기원한다.

 

[묘봉에서 뒤돌아본 대간마루금]


묘봉치에서 만복대로 오른다.첫 봉우리인 묘봉에 다다라 작은고리봉에서 묘봉치까지 우리가 밟은 마루금을 조망한다.맨 뒤 높은 봉우리가 작은고리봉(1,248m)이고 앞쪽에 보이는 헬기장이 있는 고개가 묘봉치(1,108m)이다.대간길은 짙은 수림의 향연이었다.작은고리봉 뒤 왼쪽에 보이는 푸른 색조의 봉우리가 반야봉이며 그 오른쪽에 노고단 정상이 슬며시 엿보인다. 

 

[만복대로 오르다 뒤돌아본 대간마루금]


이제 만복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한마장만 더 오르면 만복대 정수리 돌탑에 닿으리라.우리네 인생살이가 그렇듯,갈 길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지난 길도 되돌아봐야 한다.우리가 한땀 한땀 밟아온 대간 마루금이 어느덧 아아하다.저 멀리 시암재에서 산행들머리인 성삼재로 이어지는 도로가 눈에 들어온다.사진 맨 앞쪽 봉우리가 묘봉,그 아래가 묘봉치,그 너머 높은 봉우리가 작은고리봉이며, 성삼재 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종석대이다.

 


묘봉을 지나 짙은 수림을 �고 만복대로 오르는 종주팀...

 


황세,재화에 이어 내가 만복대에 올랐다.그때 후미의 5인방-금구,기환,익수,현기 그리고 환부가 만복대 능선 오르막에 막 올라서는 게 보였다.억새밭 천국인 이곳은 바람이 유난히 세차게 불었다

 

[만복대에서 바라본 구례 산동면의 구름바다]    

 

만복대 정수리에서 구례군 산동면 일대의 운해를 바라본다.묘봉에 다다를 때까지만 해도 묘봉과 작은고리봉 일대는 쾌청했는데 홀연 구름띠가 산동면 일대에서 묘봉과 작은고리봉으로 물밀듯이 처들어오고 있다.

 

[만복대에서 북동쪽 바라보기-정령치,고리봉,세걸산...]


만복대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힘차게 나우리치는 능선을 카메라에 담아본다.맨 앞의 초록 봉우리가 정령치 앞봉이며,그 너머가 정령치다.그 초록 봉우리 오른쪽 산허리로 정령치로 넘어가는 727도로가 보인다.정령치 뒤로 불끈 치솟은 봉우리는 고리봉(1,304.5m)인데 백두대간은 이 고리봉에서 왼쪽(북서)으로 방향을 틀어 고기삼거리로 맥을 떨구며 지리산 산역을 벗어난다.

 

세걸산(1,222m)은 고리봉에서 오른쪽(북동)으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으며,나라 안에서 최고의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바래봉은 세걸산에서 북동쪽 능선으로 이어진다.세걸산에서 오른쪽으로 뻗어나간 지릉은 세걸산의 지릉으로 산내면 부운리로 떨어진다.따라서 사진에 보이는 바래봉은 그 지릉 너머에 터잡고 있다.

 

[만복대 정수리 돌탑에 올라]

 

의선이만 빼고 8명의 종주팀이 만복대 정상에 섰다.그러나 금방 뒤따라 올 것으로 믿었던 의선이는 감감 무소식이었다.거의 20여분을 기다려봤으나 그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작은고리봉을 지난 지점에서 자연이 부르는 소리를 따라 "morning deng"을 한다며 뒤처지더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닐까 저으기 걱정이 앞섰다.

 

어제 저녁 맥주잔으로 소주를 들이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침을 들 때 또 소주 반병을 꿀꺽했으니 웬만한 사람이라면 아마 인사불성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워낙 체력이 강건해 그렇게 소주를 마시고도 산에 오면 처음 1시간 가량은 힘들어 하지만 뒤만 풀리고나면 펄펄 나는 의선이-그런 그가 소식이 없으니 다들 근심스런 표정을 짓는다.그러나 그는 절대 포기할 위인이 아니며,만복대 코스를 탄 경험이 있기에 우리는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정령치로 떠났다.

 

*하편은 지리산 산역을 벗어난 고리봉-여원재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