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의령 못미쳐 쉼터에 다다라]
피재-건의령-덕항산-지각산-큰재-황장산-댓재(2004/11/28)
7번 동해안 국도따라 원덕에서 태백,그리고 피재로-
이번 구간부터 백두대간 끊어타기는 종주도 종주려니와 부산에서 종주들머리와 종주날머리로 들고 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종주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다.
지난 11월 07일,26구간 종주를 마치고 우리는 태백에서 현동을 지나 영양,진보를 거쳐 황장재 넘어 영덕에 닿아 7번 동해안 국도를 따라 부산으로 돌아왔다.거지반 6시간이 걸리는 머나먼 여정이었다.이번에도 우리는 7번 국도를 따라 동해안으로 올라간다.물론 중앙고속도로 영주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봉화를 거쳐 태백으로 들어가더라도 시간은 거의 비슷하게 걸릴 테지만 우리는 나라안에서 가장 길고 장쾌한 7번 동해안 국도를 택했다.이 길은 몇 년 전 3번이나 삼척 용소골을 다녀와 친숙한 길일 뿐더러 해변에 사는 부산사람들로서는 답답한 내륙으로 파고드는 것보다 시원한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것이 훨씬 정겹고 후련하기 때문이었다.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습벽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를 실은 안성수 부장의 봉고는 원덕에 이르러 왼쪽 416번 지방도로 꺾어들었다.나곡,기곡,사곡,탕곡,가곡을 차례대로 거친다.얼마나 골짜기가 많으면 마을이름조차 골짜기 투성이겠는가.덕풍계곡에서 발원하는 가곡천을 따라 풍곡에 이르러 오른쪽 도로로 스며들어 동활리를 지나 너와집으로 이름난 도계읍 신리에 닿았다.날이 밝았으면 도로 양편으로 연이어 이뤄진 골짜기의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을 텐데,아쉽기 그지없었다.신리에서 다시 왼쪽 길로 접어들어 427번 지방도를 따라 태백으로 넘어간다.427번 지방도가 거의 끝나갈 즈음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는 미인폭포를 지나 태백의 통리에 다다랐다.
낙동정맥이 지나가는 마을이며,구름이 창문을 넘나든다는 통리를 거쳐 태백시내로 접어들었다.그리하여 새벽 3시 40분,35번 국도가 지나가는 종주들머리 피재에 올라섰다.
휘영청 달 밝은 피재에서 대간팀 종주에 들다.-
새벽 3시 55분 피재 고갯마루에서 나를 비롯 김익수,김현기,이재화,전기환,최금구 6명의 대간팀이 27구간 끊어타기의 첫걸음을 옮긴다.보름달이 훤하게 주위를 비추기 때문에 굳이 헤드랜턴을 켜지 않아도 좋을 만큼 산길은 밝았다. 피재 언덕배기에 있는 빗물의 운명 조각상 조형탑을 지나 숲 속으로 들어선다.
이깔나무 군락이 대간 양편으로 서 있는 길을 걸어 9분가량 발품을 파니 시멘트도로와 만난다.그 도로가 Y자로 갈라지는 노루메기(900m)에 4시 10분 다다랐다.여기서 우리는 도로를 버리고 955.8봉으로 오른다.6분 뒤,정수리에 올라서서 3분쯤 가니 대간 길에는 잔설이 깔려 있다.엊그제 내린 첫 눈이 녹지 않은 탓이었다.금년 들어 처음보는 눈이었다.4시 31분,944.9봉에 올라서서 삼각점을 확인했지만 보이지 않아 2분 가량 서성거리다 발품을 판다.대간 길은 거의 북진한다.대간 왼편에서 골바람이 불어오고 왼편 발치 아래로는 35번 국도가 내려다보인다.4시 40분 950봉을 지나자 방화선 같은 임도가 나온다.(06:01)
[푯대봉의 해돋이]
5시 55분,건의령 못 미쳐 너른 공터(830m)를 뒤로 하고 건의령으로 간다.잠시 발품을 팔아 산등에 오르니 성터 같은 흔적이 나타난다.858봉을 넘어서자 곧바로 건의령(950m)이다.건의령은 비포장도로로 태백시 상사미동에서 도계읍 점리 늪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로 도로포장을 하려는 듯 길을 넓히고 있었다.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삼척 육백산 기슭 마읍(馬泣)의 궁터에 유배와 있을 때 고려의 충신들이 그를 배알하고 돌아 오면서 이 고갯마루에 이르러 복건과 관복을 벗어 걸어 놓고 다시는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불사이군(不事二君)하겠다고 하였기에 그들 이 입던 복건과 관복을 벗어 건 고개라 하여 건의령(巾衣嶺)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지금도 건의령 아래에는 정승터라고 하여 고려 정승이 살던 터가 있고 건의령 동쪽 산언덕 육백산이 보이는 곳을 향해 아침 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하였다고 한다.
6시 11분,매서운 기세로 몰아치는 바람을 피해 건의령에서 푯대봉으로 오른다.8분 뒤 1,000봉을 넘어서자 묘지 1기가 나온다.푯대봉(1,003m) 갈림길에 올라서니 나뭇가지에 백두대간 종주팀들의 리번이 어지럽게 붙어 있다.그 갈림길을 지나 푯대봉 정상으로 걸음을 옮기니 거기에는 뜻밖에도 산불감시용 무인카메라가 세워져 있다.푯대봉 정수리는 벌목을 한 탓에 주변이 어지러웠다.삼각점을 확인하고 주변 산세를 살피고 있는데 해돋이가 시작되려 한다.장엄한 일출의 엄숙한 순간,푯대봉에 오른 재화,익수,기환이를 먼저 카메라에 담았다.(06:46)
[푯대봉의 해돋이]
잠시 뒤,후미의 금구와 현기가 푯대봉 정수리에 다다라 우리는 다함께 동이 트려는 장엄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동기들 뒤로 검게 보이는 산줄기는 도계읍과 삼척시 노곡면을 동서로 가르는 깃대봉~도마재~핏대봉을 거쳐 응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06:46)
[푯대봉에서 보름달을 등지고]
동쪽의 해돋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이번에는 서쪽 하늘에 걸린 보름달을 배경으로 한 컷트한다.동기들 머리 위에 높게 걸린 조그만 원형이 보름달이다.조금 있으면 태양과 달이 함께 해후하는 기막힌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06:47)
[푯대봉 하산길-잔설(殘雪)을 밟고]
푯대봉에서 대간 길은 푯대봉 갈림길로 되돌아나와 동쪽 산비알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그러나 무심결에 우리는 푯대봉 북동릉으로 내려서고 말았다.한참 내리막길을 가다 이상하다 싶어 지도를 살펴보니 대간이 아니었다.우리는 다시 산불감시카메라가 있는 푯대봉으로 올라와 리번이 난무하는 갈림길로 되돌아왔다.각종 대간안내서에 주의를 환기시키던 바로 그 지점이었다.10여분 헤맨 셈이었다.7시,하산길을 내려서면서 바람이 잠풍한 곳을 찾는다.
아침 식사를 할 장소는 동쪽 산비알이 적당했다.그곳에서 우리는 간단히 요기를 하고 7시 20분,다시 발품을 판다.조그만 봉우리에 올라서서 내리막을 내려오는데 이곳은 북사면이서인지 녹지 않은 잔설이 제법 두툼하게 깔려 있다.모처럼 백설을 딛고 내려오는 길은 신선하면서도 상쾌했다.(07:26)
[구부시령 가는 길-997.4봉 지나]
잔설을 밟으며 가는 대간 왼편으로부터 북서풍이 불어온다.오른쪽에는 태양이 이미 중천에 떠올라 햇빛을 마구 쏟아내고 있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북동진하던 대간은 7시 35분,940봉에 이르면서 왼쪽(북서)으로 급격하게 틀어나간다.잠시 뒤,900m 잘룩이로 수긋해지던 대간은 오른쪽(북동)으로 방향을 바꾸어 950봉으로 올라간다.이곳에서부터 대간의 지세는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전형적인 산세를 띄고 있다.대간 오른편은 벼랑을 이루는 반면 오른편은 완만하다.이런 지세는 덕항산과 지각산을 지나 광동댐이주단지가 있는 귀네미골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950봉에서 대간은 또다시 왼편(북서)으로 사정없이 말머리를 돌린다.950봉 하산길도 녹지 않은 잔설이 많았다.900m 잘룩이로 내려선 다음,950봉 오름길은 무척 가팔랐다.8시 5분,950봉에 다다르자 대간은 잠시 북진하는가 싶더니 이내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북서진한다.대간 왼쪽 발치 아래 삼밭골 목장에서 소울음 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재작년 낙남정맥을 종주할 때 농장으로 잘못들어 봉변을 당할 뻔 했던 엘크의 울음소리를 연상케했다.대간 길은 숲이 무성해 주변 조망이 어려웠다.8시 12분,875m 잘룩이로 내려선 다음,980봉 오름길도 만만찮은 된비알이었다.980봉에 올라서서 평탄한 길을 400미터쯤 발품을 파니 1,012봉 산허리턱에 다다른다.
여기서 대간은 1,012봉으로 오르지 않고 오른편 산허릿길로 열려 있다.이곳에서 8시 20분부터 8분가량 다리쉼을 하고 다시 발품을 판다.8시 48분,선두에 선 재화와 내가 997.4봉 못미쳐 오르막에 에 다다라 다리쉼을 한다.5분 가량 기다리자 후미가 합류했다.사진은 997.4봉으로 가는 길의 대간 모습이다.비록 나뭇잎은 다 떨구었지만 키 큰 나무가 가려 주위 조망은 안타까울 정도로 별무신통이었다.(08:55)
[구부시령 가는 길-997.4봉 내리막에서]
997.4봉은 바로 오르지않고 왼쪽 산허릿길로 돌아나간다.따라서 997.4봉에 있는 삼각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사진은 997.4봉을 왼쪽으로 감도는 허릿길과 997.4봉에서 뻗어내린 산등이 만나는 지점에서 내리막길의 모습이다.이곳도 북쪽 산비알이라 잔설이 녹지 않고 쌓여 있었다.(08:57)
[겨우살이 군락-1,013봉 대간길에서]
잔설이 깔린 997.4봉 하산길을 밟고 950m 잘룩이로 내려와 1,013봉으로 오른다.북북동진하던 대간은 이 잘룩이에 이르러 북진하여 1,013봉으로 이어진다.9시 7분,1,013봉에 올라서자 참나무 높은 가지 끝에 겨우살이가 무리를 이루고 있고 대간 길에는 군데군데 겨우살이가 떨어져 있다.나는 눈에 보이는 족족 겨우살이를 집어 재화한테 건네주었다.그런데 그들 겨우살이 가운데는 노란 열매가 달린 놈들도 있었다.겨우살이를 많이 봐왔지만 노란 열매가 달린 것들을 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항암제로는 최고 명약이라는 겨우살이는 엊그제 세찬 바람이 지나간 탓인지 대간 길에 많이 떨어져 있어 겨우살이 차를 끓일 만큼은 챙겨 넣었다.사진은 1,013봉의 풍경이다.벌거벗은 나무와 코발트색 하늘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가운데 그 속에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09:13)
[구부시령 가는 길,1050봉에 올라 괴목을 등지고]
겨우살이는 1,013봉에서 1,050봉에 이르는 대간 길에 많이 보였다.북진하던 대간은 1,013봉을 지나면서 북동진하게 된다.9시 20분,960미터 잘룩이에 이르러 4분간 다리쉼을 했다.9시 37분,1,050봉에 다다라 9시 45분까지 또다시 다리를 풀고 갈증을 축였다.다시 발품을 팔아 구부시령으로 간다.9분쯤 대간 길을 걸어가자 아주 묘하게 생긴 나무와 마주쳤다.연리지는 아니지만 나는 이 기묘한 생김새의 나무를 배경으로 친구들을 카메라에 담았다.오랜 풍상을 견디며 이리 뒤틀리고 저리 뒤틀린 나무는 세월의 무게와 인고를 느끼기에 충분했다.(09:54)
[구부시령 가는 길,1050봉 하산길]
기묘한 생김새의 나무를 감상하고 1,050봉을 내려온다.이곳에도 잔설이 깔려 있었다.9시 57분,960m 잘룩이에 다다르니 대간 왼쪽으로 하산길이 열려 있다.태백시 하사미동 외나무골 예수원으로 내려가는 길이다.(09:56)
[구부시령(九夫侍嶺)에 다다라]
외나무골로 빠지는 갈림길을 지나 950봉을 넘어서자 10시 4분,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구부시령(950m)에 다다랐다.고개 좌우로 갈림길이 트여 있다.왼쪽 길은 하사미동 외나무골,오른쪽 길은 도계읍 발리리 구수골을 거쳐 거리말로 하산하는 길이다.
구부시령은 옛날 고개 아래에 아홉남편(九夫)을 섬긴 아낙네가 살았다고 해서 구부시령(九夫侍嶺)이라고 한다.이 구부시령을 깃점으로 대간 왼편은 여전히 태백시 하사미동이지만,대간 오른편은 삼척시 도계읍을 벗어나 삼척시 신기면으로 들어서게 된다. (10:09)
[덕항산(德項山 1,072.5m)에 올라]
구부시령을 지나 10시 10분,지형도상의 구부시령(1,000m)에 올랐다.지형도에는 구부대령(九夫待嶺)이라 표시된 곳이다.이 지점에서 북동진하던 대간은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북진하면서 덕항산으로 그 맥을 잇고,대간 오른쪽(동)으로 뻗어나가는 지맥은 삼척시 도계읍과 신기면을 가른다.1,000봉을 지나 2분 뒤 북진하던 대간은 왼쪽으로 급격하게 말머리를 돌려 서진하더니 산죽길이 이어진다.덕항산 가는 길의 대간 오른편은 깎아지른 벼랑을 이루어 그 밑을 내려다보니 천길만길 까마득하다.
10시 28분 덕항산에 올라서니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덕항산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청타산악회에서 만든 돌이정표가 뿌리채 뽑혀 나뒹굴고 있었다.덕항산에서 조망은 별로였다.단지 환선굴이 있는 북쪽 방향만이 트여 있을 뿐이다.강원도 삼척에 솟은 덕항산(德項山)은 동쪽인 신기면과 서쪽의 하장면의 산세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산이다.동쪽은 섬뜩하게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깊은 협곡이 초입부터 버티고 있으며 기이하게 생긴 바위에는 촛대봉,사다리바위,나한봉,수리봉,지각산,금강봉,미륵봉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반면 서쪽은 꽃길과 초원이 펼쳐진 완만한 산세를 이루고 있다.
덕항산에는 아홉마리 용이 아홉 늪에서 놀고 팔판 대지 명당이 어딘가에 있다는 얘기가 마을에 전해져 오는데 자주 운해가 짙게 드리워 본래의 모습을 잘 나타내지 않는다.석회암지대인 대이리에는 석회동굴이 많이 있으며 덕항산에는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된 환선굴이 등산로 주변에 위치해 있다.산행들머리는 하사미리를 잡는다. 대이리쪽은 다소 험하고 가파르지만 등산로는 뚜렷하게 나 있으며 산행시간은 어느쪽이든 5시간이면 충분하다.(10:40)
[덕항산 하산길 잘루목,덕밭재에서 점심을 들고]
덕항산에 다다르니 중년 여인과 20대 처녀가 덕항산 정수리를 막 벗어려한다.오늘 처음 만나는 산객이어서 반가웠다.그들은 예수원에서 올라와 구부시령을 거쳐 하사미리에 있는 외나무골 예수원으로 내려간다고 한다.덕항산 정수리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 점심을 들기에 마뜩치 않았다.우리는 10시 41분까지 덕항산에서 머물다 바람이 잠잠한 곳을 찾기 위해 덕항산을 내려간다.
5분 뒤,덕항산 잘루목 덕밭재 못미쳐,오른쪽 산비탈에는 환선굴이 있는 대이리 골말로 내려가는 철계단이 보인다.이 철계단을 타고 조금 내려서서 환선굴 일대의 기막힌 조망을 카메라에 담아야 했는데 아뿔사! 그걸 생략하고 말았다.덕밭재(1,020m)에 다다르니 왼쪽으로 하산길이 열려 있다.하사미리 예수원으로 내려서는 길(예수원 1.4km/골말 1.9km/덕항산 0.4km)이다.
우리는 햇볕이 드는 덕밭재 조금 아래에서 점심을 들기로 했다.내가 준비해온 김치찌개를 코펠에 넣고 다시 데워냈다.문경약돌돼지를 듬성듬성 썰어 묵은 김치에 넣고 끓여 아내가 만들어준 김치찌개는 호평을 받았고 최고의 별미였다.점심을 들면서 화제는 단연 금년을 마무리하는 백두대간 납회산행인 두타,청옥산 산행으로 집중됐다.가능하면 많은 동기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그래서 백두대간 종주에 한 번이라도 참가한 동기들한테는 모두 연락을 해서 두타,청옥산 산행에 함께 하도록 권유키로 했다.11시 35분,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점심시간을 마무리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11:37)
[지각산 가는 길에 건너다본 대간마루와 환선굴 일원]
11시 36분,덕밭재(1,020m)에서 점심을 끝내고 지각산으로 발길을 옮긴다.12분 뒤에 1,050봉에 올라서니 덕항산에서 잘 보이지 않던 환선굴 쪽 산비탈과 대간마루가 눈에 잡힌다.사진은 1,050봉을 넘어 1,030봉으로 가다바라본 환선굴 쪽 산비탈과 대간마루의 모습이다.고랭지채소밭이 보이고 하얀 물탱크를 이고 있는 봉우리가 1,058.6봉,그 앞쪽 오른편 가슴팍에 바위를 품은 봉우리는 1,020봉이다.대간은 이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며 이 능선 아래 가파른 산비탈 아랫쪽이 환선굴을 품고 있는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일원이다.(12:01)
[ 지각산 전망대에서 굽어본 대이리 자암골과 환선굴주차장 일원]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회색빛 암벽이 있는 협곡이 골말 서북쪽 골짜기이며 대간은 그 골짜기 위쪽의 산등을 따라 동북동진한다.사진 맨 아래 오른쪽에는 자암재로 오르는 까꿀막지면서도 희미한 산길이 바라보인다.그리고 사진 오른편 윗쪽으로는 고랭지채소밭이 눈에 들어온다.(12:18)
[지각산(地角山 1,081m)에 올라]
지각산(地角山)은 땅이 불쑥 솟았다 하여 그런 이름을 얻었다 한다.그런데 지각산 북서쪽 4km 지점에 있는 인공호수,광동호 남쪽에도 같은 이름의 산이 또 있어 혼동하기 쉽다.광동호 남쪽에 있는 지각산(904m)은‘찌걱산’이라고도 불리며 삼척시 하장면에 있는 오지의 산이다. 부근에 광동댐이 들어서면서 일부 훼손된 부분이 있으나 광동호와 인접해 있는 이 산의 경관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특히 광동댐 관리사무소가 들어선 능선 부근은 남녀가 마주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일이 생긴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계곡 경관이 수려하다.이 구간 종주를 마치고‘사람과 산’지의 태백 주재원이며 태백의 산들을 한 눈에 꿰고 있는 김부래 기자와 통화하여 확인하니 두 산 모두 같은 산명이라고 했다.아울러 삼척문화원과 삼척시 하장면사무소 담당자도 김 기자와 동일한 답변이었다.(12:23)
[자암재 못미쳐 헬기장 공터에 다다라]
12시 22분까지 지각산에서 주변 산세를 감상하고 하산에 들어간다.3분 뒤 지각산 잘루목(1,030m)으로 내려와 대간을 살펴보니 서쪽 1,060봉으로 오르지 않고 산 오른쪽 산허리길을 따라간다.12시 35분,910m 잘룩이에 다다르니 이정표가 나온다.헬기장 쉼터였다.풀밭인 이곳은 헬기장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잠시 쉬어가기 안성맞춤의 장소였다.여기서 자암재까지는 0.9km거리라고 안내판에 씌여 있었다.(12:40)
[자암재 못미쳐 헬기장 공터에서 낮잠을 즐기는..]
헬기장 쉼터에는 햇빛이 강렬하게 쏟아지고 있었다.점심을 들고난 뒤 오후의 나른함과 졸림이 한꺼번에 밀려온다.그런데 때마침 금구가 잠시 쉬어가자며 풀밭에 주저앉는다.그래서 모두들 배낭을 베게 삼아 낮잠을 자기로 했다.헬기장 풀밭에서 10분가량 단잠을 즐겼다.
12시 48분,잠에서 깨어나 배낭을 챙기는데 부부 대간꾼이 헬기장에 들이닥친다.전주에서 온 나상일 씨(53.미래정보연구원 원장)였다.6시 반쯤 피재를 출발했다는 그는 눈 위에 찍힌 우리의 발자국을 쫓아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단다.아무리 따라 붙여도 우리가 보이지 않았는데 드디어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다며 환하게 웃는다.한번 대간 길에 오르면 3박 4일가량 연이어 종주를 하곤 한다는 이들은 어제,화방재~피재 구간에 거센 바람에다 눈보라가 겹쳐 죽을 고생을 했단다.그들은 다음 구간을 댓재에서 시작하여 대관령까지 종주하고 내년에 대간 종주를 마무리할 작정이라고 한다. 참으로 부러운 커플이었다.나상일 씨야 그렇다치더라도 그의 안사람 김성선 씨 또한 대단한 산꾼이었다.걸음도 준족이지만 남편 따라 함께 대간을 밟아나가는 용기와 배짱이 예사가 아니었다.그들은 우리 산줄기를 함께 섭렵하는 멋진 안팎이었다.
제 발로 산을 오르내리는 이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그중에서도 대간을 종주할 수 있는 이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그런 대간꾼 가운데서도 최고는 뭐라해도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12:44)
[자암재 가는 길,헬기장 공터 지나 협곡을 배경으로]
헬기장 쉼터에서 만난 나상일 씨 부부와 헤어지고 자암재로 걸음을 옮긴다.작은 봉우리를 올라서서 잠시 발품을 팔자 오른쪽으로 협곡이 나온다.지각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던 자암골 상단 암벽이 늘어선 그 협곡이다.협곡 사이로 푸른 이내가 감돌아 신비스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13:03)
[자암재(980m)에 다다라]
자암골 상단의 협곡을 지나 980봉에 올라서자 북진하던 대간은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나간다.오후 1시 10분 자암재에 다다르니 이정표가 반긴다.자암재는 삼척시 대이리 골말에서 삼척 하장면 숙암리 귀내미골로 넘는 옛고개다.「정감록」에 십승지가는 길로 나온 이 길은 골짜기를 따라 오르는 길이 무척 가파르다. 하지만 중간중간 전망 좋은 바위가 있어 덕항산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그런데 이정표에 나와 있는 고개 이름은‘자암재’가 아니라‘장암재’였다.이 또한 잘못된 지명으로 사람과 산지 김부래 기자에 따르면 자암재가 정확한 이름이라고 한다.김부래 기자는 지난 구간 매봉산 앞 가파른 오르막인 비단봉을 비롯하여 태백 일원의 많은 지명을 찾아냈다고 한다.자암재 이정표에는 약수터 0.7km,환선굴1.7km,댓재 7.6km라 표시되어 있었다.
(13:15)
[귀내미골 우측 대간에서 바라본 1,058.6봉]
1시 15분,자암재(980m)를 뒤로하고 다시 발품을 팔아 1,039봉에 올라서자 억새능선이 잠시 이어지더니 대간 왼편으로 귀내미골 고랭지채소밭과 그 아랫쪽에 광동댐이주단지가 보인다.채소밭 가장자리를 따라 듬성듬성 나목(裸木)이 서 있는 곳으로 대간이 지나가고 건너편에 하얀 물탱크가 세워진 봉우리가 1,058.6봉이다.대간은 여기서 북진하여 큰재로 이어진다.(13:36)
[귀내미골 우측 대간에서 건너다본 광동댐 이주단지와 고랭지채소밭]
우리나라 고랭지농업을 대표하는 지역은 강원도다.이 가운데서도 남한강과 낙동강의 최 상류에 위치한 태백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랭지배추 재배단지를 두 군데나 갖고 있다.태백시 적각동과 황지동의 경계에 솟아있는 매봉산(1,303.1m) 기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고랭지배추 재배단지로,그 규모는 무려 43만평에 이른다.매봉산 배추들은 8월이 수확기다.1960년대 초,정부는 백두대간 일대에 성행하던 화전을 금하고 농지를 산지로 환원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바 있지만,이 산은 거기서도 제외되어 이처럼 계절을 역행하는 농사를 지어 우리의 입맛을 돋우고,큰 수익도 올리는 부동의 농지로 자리잡은 것이다.
그 다음은 태백시 조탄리와 삼척시 하장면 신기면 경계에 위치한 귀내미골은 광동댐 수몰지구 이주민들이 새로운 촌락을 형성한 집단이주 단지다.이곳 사람들 역시 여름 배추 농사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35번 국도 가에 입구를 두고 있는 귀내미골은 백두대간 바로 아래 위치한 골짜기로 도로에서 한참을 들어가야 나오는데, 입구는 좁아도 안은 굉장히 넓다.
삼척시 신기면과 귀내미골이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데,이 골짜기 정상 백두대간에서 내려다보고 건너다보는 바다 쪽과 내륙 쪽의 경치 또한 두루 탁월하다.귀내미골 배추밭은 규모가 22만평.귀내미골 배추는 매봉산 배추보다 약간 늦게 출하한다.귀내미골은 매봉산보다 돌이 많은 지역이지만,안개.비가 많은 지역이어서 날씨가 가물 때,오히려 풍작을 이룬다고 한다. 무는 좀 더 까다로운 작물이라,흙이 부드럽고 땅이 기름지고 물길이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잘 자란다.백두대간 댓재 바로 아래 있는 번천리(番川里)가 바로 그런 곳이다.삼척시 하장면 쪽에서 두타산으로 오르는 길목 마을이기도 한 번천리는‘아시내’라 부르는 번천을 끼고 있어서 오래 전부터 무 재배단지로 알려져 있으나,요즘은 배추농사로 전환한 농가가 많다.번천리는 광동호 삼거리에서 삼척시 미로면으로 넘어가는 424번 지방도로 왼편에 위치한다.
광동호 삼거리에서 번천리 쪽으로 가는 길목에 장군바위가 있는데,장군바위 건너편에 그물 속같이 아늑한 골짜기가 후리안이란 곳이다.귀내미골과 산 하나를 등지고 있는 후리안골 역시 물길이 가깝고 모이는 산지여서 무 재배를 많이 한다.쌀이 88번 손이 가기 때문에‘米’라 쓰게 되었다지만,배추 또한 무수히 손이 가는 작물이다.파종한 후 20여일 정도면 밭에 옮겨 심고, 40~60일 후면 수확을 하는데,모종하고,풀 뽑고,비료 주고,농약 치고,배추나 무 캐는 일은 주로 여인네들의 몫이고,수확한 배추를 트럭까지 져 나르는 일은 주로 남자들이 한다.트럭에 배추를 쌓는 상차 대장은 남자지만,지게에서 내리고 신문돌이하고 대장에게 배추를 던져주는 일은 여자들의 몫이다.분무기를 들고 농약을 뿌리는 일은 남자의 몫이지만,줄이 엉키지 않게 들고 따라가는 일은 여자들이 한다.고랭지채소재배는 이곳 젊은이들을 고향에 붙잡아두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배추만 져 날라도 한시즌에 천만원 수익을 너끈히 올린다고 하는데,이 일로 수익이 짭짤하기 때문에 농번기가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돈벌이를 떠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 한다.(13:36)
[귀내미골 우측 대간에서 바라본 귀내미재와 대간마루]
사진 한가운데로 난 길은 광동댐 이주단지에서 귀내미재로 오르는 시멘트도로다.그 도로와 작은 봉우리(1,010m)가 만나는 잘숙한 곳이 귀내미재다.귀내미재 왼편의 산비알은 물탱크가 있는 1,058.6봉의 남동릉이다.대간은 광동댐 이주단지를 왼편으로 두고 빙둘러 귀내미재를 거쳐 1,058.6봉으로 이어진다.(13:41)
[물탱크 있는 1,058.6봉 오르기 앞서 귀내미재에서]
오후 1시 35분, 고랭지채소밭 가장자리를 따라 발품을 판다.10분쯤 가자 1,020봉이 발길을 막는다.많은 대간꾼들은 이 봉우리를 넘지 않고 왼편 산자락 농로를 따라 종주를 한 듯하다.산등성이로 산길이 열려 있지 않은 탓이었다.그런데 재화와 금구는 처음부터 귀내미재로 오르는 시멘트 농로를 따라 벌써 귀내미재에 다다랐다.우리는 1,020봉 왼쪽 농로를 좇아 귀내미재로 올라섰다.
<정감록>이라는 예언서에 보면 이상향(理想鄕)으로 가는 길목으로 귀내미골을 지시하고 있다.<토정가장결(土亭家藏訣)>이란 책에 보면“내가 지도를 얻어 본지 8년 째되는 병진년에 금강산으로부터 천기를 바라보고 이상향을 찾아 삼척부에 이르렀다.삼척부에서 신술방향(서북방)으로 해서 오십천으로 들어가 우이령에서 태백산을 바라보니 백여리 되는 곳에 숲은 우거지고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있으니 곧 크고 작은 사람을 살리는 터전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니‘우이간(牛耳間)’이 바로 귀넘이골의 우이령(牛耳嶺) 인 것이다.우이(牛耳)는‘소귀’로 이두표기이므로 우귀 곧 ‘어귀’의 한자표기다.이상향 무릉도원으로 가는 어귀에 있는 고개이자 골짜기 라는 뜻이다.‘귀넘이’를‘귀내미’로 부르는데 이 골짜기에는 과거 조선조 말엽부터 이상향을 찾아 이북 사람들이 이주하여 와서 살다가 떠나가곤 하였는데 지금은 광동댐 수몰지구 사람들이 이주해 와서 고랭지채소를 재배하면서 살고 있다.(13:56)
[물탱크 있는 1,058.6봉 밑 농로에서 뒤돌아본 지각산]
1시 56분,귀내미재를 뒤로 하고 1,058.6봉으로 걸음을 옮긴다.귀내미재 바로 위에 있는 시멘트농로에 다다라 우리가 밟은 대간을 뒤돌아본다.맨 뒤 능선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는 지각산(1,081m)이며,사진 앞쪽을 가로지르는 능선가운데 잘루목이 자암재다.(14:00)
[물탱크 있는 1,058.6봉 밑 농로에서 뒤돌아본 대간]
지각산과 자암재를 뒤돌아보고 카메라의 각도를 왼쪽으로 옮긴다.사진 오른편에 지각산이 보이고 그 지각산에서 덕항산으로 이어지는 대간마루가 굽이치고 있다.앞쪽에 보이는 고래등같은 능선의 꼬리 부분은 자암재이며,대간은 배추밭 뒷편의 고래등처럼 보이는 산등으로 이어진다.(14:00)
[물탱크 있는 1,058.6봉 오름길에 뒤돌아본 덕항산 일원]
지각산 일원을 돌아보고 물탱크가 있는 1,058.6봉으로 오르다 다시 덕항산과 지각산을 한 구도에 넣어본다.사진 뒷편 한가운데 높이 치솟은 덕항산(1,072.5m)과 그 산줄기 따라 오른편에 불쑥 돋아난 산이 지각산(1,081m)이 바라보인다.(14:04)
[물탱크 있는 1,058.6봉에 올라]
1,058.6봉 오름길에 대간을 뒤돌아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나상일 씨 부부가 합류한다.1시 3분,물탱크가 있는 1,058.6봉에 올라서니 먼저 오른 재화와 금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물탱크 때문에 삼각점은 찾을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 조망은 매우 뛰어났다. 물탱크를 배경으로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역광이라 여의치 않자 친구들을 북쪽으로 서게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봉우리는 늘 초속 6m 아상의 거센 바람이 불어대는 곳이다.일전에 귀내미골 일원에 태백시에서 풍력발전기 10기를 세운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아마 이곳이 최적지가 아닐까 한다.강원도는 대관령과 매봉산,두문동재에 이어 귀내미골 일원에 풍력발전기를 세워 대체에너지를 확충할 계획이라 한다.아울러 귀내미골 일대는 적설량이 많기로 유명한데 수십만평의 배추밭에 눈이 쌓여 하얀 설원으로 변하면, 눈밭을 지겹도록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이는 곳이기도 하다.(14:06)
[물탱크 있는 1,058.6봉 하산길에 바라본 큰재 가는 길]
1,058.6봉에서 큰재로 가는 대간 길을 살펴본다.대간은 배추밭 오른쪽 가장자리 농로로 해서 소나무가 듬성듬성 있는 봉우리를 곧장 넘어가게 된다.사진 앞쪽으로 나상일 부부가 1,058.6봉을 내려가고 있다.(14:09)
[큰재 가는 길,1,062봉을 등지고]
이제 큰재가 가까워졌다.사진은 큰재로 가는 임도에서 대간마루금을 등지고 선 동기들을 카메라에 담았다.대간은 큰재에서 사진 오른쪽에 치솟은 1,062봉을 거치며 북진한다.[14:18)
[큰재(990m)에 다다라]
2시 23분,임도를 따라 고갯마루에 다다르니 큰재다.임도는 귀내미골에서 넘어오는 도로 쪽으로 이어지고 나상일 부부를 비롯한 우리 일행은 큰재에서 잠시 다리를 풀고 갈증을 축인다.나상일 씨가 사진을 찍어 나도 모처럼 동기들과 함께 피사체가 되었다.(14:26)
[큰재의 나상일 커플]
전주에서 온 나상일 부부를 카메라에 담았다.{14:26)
[큰재에서 뒤돌아본 대간]
큰재에서 물탱크가 있는 1,058.6봉과 큰재로 넘어오는 임도를 뒤돌아본다.역광으로 찍은 사진이라 희미하지만 왼쪽에서 두번째 봉우리 위에 물탱크가 희미하게 보이고 그 앞쪽 나무가 없는 산등성이로 차량통행이 가능한 임도가 보인다. 이 길이 큰재 오는 길이다.(14:27)
[황장산 가는 길,큰재 지나 1,011봉에 다다라]
큰재(990m)에서 17분가량 다리쉼을 하고 2시 40분,하늘로 쭉쭉 뻗은 이깔나무 군락의 1,030봉 오름길을 오른다.8분 지나 1,030봉에 올라섰고 다시 8분 뒤인 2시 58분에는 1,050봉에 다다랐다.큰재에서 북동진하던 대간은 1,050봉을 깃점으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나간다.선두의 재화는 어찌나 잽싸게 달려나갔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익수와 내가 그 뒤를 따르고 나상일 부부가 우리를 바짝 좇아온다.큰재에서 황장산 가는 길은 워낙 숲이 우거져 조망이 별로였다.우리는 앞만 보고 발품을 팔 뿐이었다.3시 23분,1,059.1봉에 다다랐다.
이 봉우리를 깃점으로 대간 왼편은 여전히 삼척시 하장면이지만 대간 오른편은 삼척시 신기면을 벗어나 삼척시 미로면으로 들어서게 된다.그리고 북진하던 대간도 슬며시 북북동 쪽으로 방향을 틀다가 1,011봉에 이르면 다시 북진한다.3시 13분,산죽밭으로 된 1,059.1봉에 다다랐다. 황장산 가는 길의 대간 길은 완만해서 걸음짓은 속도를 낼 수 있었다.3시 33분,1,011봉에 다다르니 이정표에 황장산까지 1.5km 남았다고 적혀 있다.(15:39)
[황장산에 올라]
3시 39분,1,011봉을 뒤로 하고 황장산으로 간다.960m 잘룩이로 내려와 완만한 산등을 탄다.3시 49분,1,010봉에 다다르니 이곳에도 이정표가 있다.황장산까지 0.9km 남았단다.다시 2분가량 발품을 팔아 산죽이 무성한 1,010봉에 올라섰다.이제 황장산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황장산 오르기는 한바탕 힘을 쏟아야 했다.1,010봉에서 890m 잘룩이로 내려선다,975.9m의 황장산으로 치올라야 하기 때문이다.그때 재화로부터 휴대폰이 날아들었다.황장산에 먼저 오른 그는 땀이 식었다며 댓재로 하산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나는 조금 기다리면 우리와 합류할 테니 기다려달라고 했다.황장산 오름길에는 산 이름 그대로 제법 굵은 황장목이 눈에 띄었지만 예전의 명성에는 걸맞지 않았다.
4시 8분,세찬 바람이 불어대는 황장산에 올라섰다.재화 홀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3시 53분,황장산에 올라섰으니 우리보다 15분쯤 먼저 오른 셈이었다.황장산에서 조망은 나뭇가지 사이로 북쪽에 있는 우람한 두타산 정수리만 보일 뿐,다른 방향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황장산 정수리에서 전주의 나상일 씨가 우리 대간팀을 카메라에 담아주었다.왼쪽부터 신남석,최금구,이재화,김익수,전기환,김현기 이일산우회 대간팀이 황장산 이정표를 중심으로 빙둘러 섰다.(16:15)
[황장산 내리막길,댓재 근처의 산죽밭에서]
북진하던 대간은 황장산(957.9m)에서 북북서진하면서 그 기세를 누그려뜨려 댓재로 수긋해진다.4시 14분,황장산을 뒤로 하고 댓재(805m)로 내려간다.절반쯤 내려오니 대간 길은 말할 것도 없고 산자락 일대에는 온통 키낮은 산죽 천지다.댓재(竹峙)라는 이름이 바로 이 산죽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늘상 후미에 서던 현기가 오늘은 웬일인지 선두에 서서 빠른 걸음으로 내닫는다.나는 푸른 산죽밭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앞서 가던 현기와 재화를 불러 세웠다.사진을 찍고나자 "모처럼 선두에 서고 싶었는데" (악질) 신대장은 그 기회마저 앗아가는구먼 하며 현기는 배시시 웃는다.(16:26)
[종주날머리,댓재에서 두타.청옥산 산행안내판을 등지고]
황장산 하산길의 산죽밭을 지나 4시 26분,오늘의 종주날머리 댓재(805m)로 내려섰다.댓재는 삼척시 하장면 번천리에서 삼척시 미로면 상사전리로 넘는 고개로 424번 지방도가 지나간다.고갯마루 일대에 산죽이 많아 붙여진 댓재(竹峙)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두타산 산행어귀에는 산신각이 들어서 있다.우리는 나상일 부부와 함께 안성수 부장의 수고로 두타.청옥산 대형안내판을 등지고 다함께 사진을 찍고 27구간 끊어타기를 마무리 했다.사진 뒷줄 왼편부터 김익수,이재화,신남석,나상일,김현기,앞줄 왼쪽부터 최금구,전기환,김성선 씨가 함께 했다.(16:32)
[댓재 산신각과 함께 한 후미대장 김현기]
이제 부산으로 돌아가야 한다.그런데 전주의 나상일 부부는 피재에 차량을 두었다며 폐가 되지 않는다면 합승코저 했다.우리도 피재를 거쳐 태백으로 들어가야 하므로 그러마고 했다.태백에서 목욕을 하고 지난 구간 우리가 찬탄해마지 않던 태백의 한우를 다시 들자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댓재는 해돋이 명소로도 유명한 곳이다.새해 첫날이면 백두대간 마루에서 동해로 솟는 해를 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주변에는 댓재산장을 비롯,민박집도 두어 곳 있어 하룻밤 묵어가도 좋은 곳이다.
댓재에서 번천리(番川里)로 내려간다.‘아시내’란 이름의 번천리 일대는 황태덕장으로 유명하다.동해를 향해 우람하게 치솟은 백두대간 아래 산마을 하장면 번천리.행정 구역은 삼척시에 속해 있으면서도 백두대간 서쪽에 있어 강원도 산골의 정취를 오롯이 간직한 곳이다.댓재에서 불어오는 큰바람을 맞으며 명태는 겨울을 난다.띄엄띄엄 놓인 집들은 처마부터 마당까지 겨울 내내 눈을 이고 있다.
댓재를 넘는 424번 지방도를 따라 4km쯤 내려서면 길가에 열 지어 선 황태덕장이 눈에 들어온다.댓재에서 불어오는 큰바람과 겨울 내내 퍼붓는 함박눈 맞으며 황태는 노릇노릇하게 여문다.이곳의 황태는 대관령이나 진부령과 달리 머리가 없다.제삿상에 올라가는 명태 포나 채로 쓰는 것이라 머리를 따서 말리기 때문이다.황태는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와야 제맛이다.날씨가 푸근 하고 해가 많이 나면 명태 속의 수분이 증발해 돌덩이처럼 딱딱해진다.눈이 많이 오면 눈의 물기를 흡수하고,날이 추우면 수분이 안에서 꽁꽁 언다.이렇게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한결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댓재에서 황태를 말리는 기간은 12월말부터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오늘은 절기가 이른 탓에 황태덕장에서 말리는 명태를 볼 수 없으니 유감이었다.
[종주정보]
*2004년 11월 27일-2004년 11월 28일(무박종주)
*참가자:김익수,김현기,신남석,이재화,전기환,최금구 6명
*차량지원:안성수 부장(자유연맹 청룡,노포동지부)
*종주시간/거리 및 지점(2004/11/28)
03:55 피재(920m)....0.8km...04:10 노루메기(900m 북동->북북동)...04:16 955.8봉...0.83km...04:31-04:33 944.9봉(삼각점)....950봉....04:40 840m 잘룩이...900봉(북서->북동)...1.5km....새목이(835m)...930봉...0,75km....05:05 960.2봉(삼각점).
..0.62km....05:42 956봉(북->동)...05:55 공터(820m)...1.25km...06:11 건의령(950m 북동->북)...06:20 1,000봉...1.0km...06:39-07:00 푯대봉(1,003봉 북동->동)...07:0
3-07:20(아침식사) 950m 잘룩이...07:35 940봉(북동->북)...900m 잘룩이...1.5km...0
8:05 950봉(북동->북)...08:12 875봉(서->북서)...980봉...08:20-08:28 1,012봉(서->북동)....980봉...1.57km....08:48 997.4봉(삼각점/북서->북동)...09:07 1,013봉....960m 잘룩이...09:37-09:45 1,050봉...990봉....2.35km...10:04 구부시령(돌무더기 960m/삼각점/북서->북)...10:10 990봉...0.63km...10:28-10:41 덕항산(1,072.5m 삼각점.산불감시초소)...10:46-11:35 1,020m 잘룩이(좌-예수원 0.4km 우-골말 1.9km)...11:48 1,050봉....1,030봉...1,020봉...1.5km...12:12-12:22 지각산(전망대1,081m)....0.65km...12:35-12:48 910m 잘룩이(헬기장/초지)....970봉...980봉(북-북북동)...0.75km....13:10 자암재(980m)...13:28 1,039봉...1,000봉(배추밭)...1,000봉...1,020봉(북동-서서히 북서)...13:53 1,000m 잘룩이(포장농로)...1.85km...14:03 1,058.6봉(삼각점/물탱크)...1,070봉(북서->북동)...1.2km....1,070봉(북서->북)...1.2km...14:23-14:40 큰재(990m)....1,030봉...14:58 1,060봉....1.75km....15:13 1,059.1봉(삼각점/북->북북동)....930m 잘룩이....0.82km...15:23 1,011봉....15:39 1,010봉....1.288km...15:53-16:14 황장산(975.9m 삼각점/북->북서)...0.6km...16:26 댓재(805m 산신각/424번 지방도로:태백 하장면 번천<->삼척시 미로면 상사전)
*도상거리:23.2km
*종주시간:12시간 33분(산행:9시간 44분,휴식:2시간 49분)
'백두대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36구간<미시령-황철봉-마등령> (0) | 2006.10.27 |
---|---|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28구간<댓재-두타,청옥산-연칠성령> (0) | 2006.10.20 |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26구간<화방재-함백산-피재>(하) (0) | 2006.09.21 |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26구간<화방재-함백산-피재>(상) (0) | 2006.09.19 |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25구간<도래기재-태백산-화방재> (0) | 2006.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