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산(朱砂山)에서 사라진 사내의 말-
축지법이다. 찬란한 연등과 횃불 대낮처럼 밝아 무명(無明) 밝힌 그곳. 그렇게 부드러운 손은 처음이었지. 내 모든 억셈 다 녹아들었어. 절절히 배여나오는 기쁨,돌고 도는 탑돌이. 꿈이었어. 한 번도 흔들리지 않던 저 바위가 그대 아름다운 눈빛에 금이 가듯 행복은 순간이라고 그러면서도 행복은 그게 아니라고 그러면서 꿈을 꾸었지. 불빛 다 사그러지고 모두들 떠난 거기. 손에 손 잡고 덩그러니 남은 우리 둘. 내 어깨에 기댄 채 부끄러워라.부끄러워서 눈 감았지. 다시 축지법이다. 캄캄한 굴 앞에 섰을 때,그대 육신은 없고,갈갈이 찢겨진 그대 옷자락. 찬란한 주사(朱砂)만 딩굴어 어둠만 밝혀주고 있을 뿐. 축지법으로 슬픈 그때를 기억하나니. 행복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이라고,인연이라고, 그대가 쥐고 있던 주사를 내 손에 쥐고, 해탈일 거라고 그대 옷자락 가슴에 안고.
*주사
단사(丹砂),진사(辰砂)라고도불리는 광물질로 선홍색을 띄며
다이아몬드 광택이 나는 빛갈 고운 보석.
*주사산(朱砂山)
경북 건천에 있는 산으로 부산성(富山城) 동쪽에 있으며 오봉산이라고 함.
신라의 북서쪽 요충지인 부산성에서 김유신 장군이 술을 빚어 군사들을
독려하였다는 지맥석(持麥石)이 유명하다.
*시의 배경
신라 때,민간 남녀가 소원을 비는 복회(福會)에 가기 위해 부왕의 허락을
받고 왕궁을 빠져나온 공주가 산중턱의 복회에서 건장한 한 사내를 만났다.
복회가 끝나고 황급히 산을 내려가던 공주가 곰의 피습으로 애절하게 죽었
다는 고사에서 시의 모티브를 빌어왔으며,공주가 늘 몸에 지녔던 주사를
기려 산명을 주사산이라고 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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