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나
죽골(竹谷) 푸른 계곡으로 오른다.
짙은 숲 둔덕에 들어가
내 입술 너에게 주면
막 입속의 혀 불같은 놀림으로
나는 녹아든다.
아,그대의 환한 얼굴
붉게 물들고
지긋이 감은 눈엔 이슬 맺힌다.
깊게 쌓인 낙엽 사이
힘차게 솟은 풀 위에 누우면
산허리 요동쳐오고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나는 전율한다.
그대 산 정기 내 몸에 전해져 오면
아아,나는 구름이 되다가
나비가 되다가
드디어 나는 그대에 갇힌다.
산이 열리고 거친 숨결에
내 숨결 하나되어
내 아랫도리 이슬에 젖는다.
풀잎도 나뭇잎도 부끄러운 이마도
잊어버린 오랜 통정(通情)의 시간.
아, 내 산사랑 깊어가는
흐느낌의 시간.
달콤한 네 젓가슴 부풀고
뜨거운 불길 온 몸을 달구면
산이여, 내 사랑이여
나는 죽어도 좋겠다.
그대와 하나되는 이 산 속에서
천둥치는 격렬함으로
죽어도.
*죽골(竹谷):낙동정맥의 산인 검마산과 통고산 사이 깊은 오지에 있는 골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