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경산(獨慶山) 가는 길
그래요.
길은 언제나 그렇게 있는 것으로 알았어요.
예전엔 내 가는 길 의심하거나
또 다른 길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그러나 이제 길이란
본래부터 없다는 걸 알았어요.
칡넝쿨에 걸려 넘어지면서
가시에 찔리고 피흘리면서 가는 길.
문득 산꿩 놀라 달아나는 덤불숲 헤칠지라도
길은 아무 데도 없었어요.
바위벼랑에 막히면 돌아가고
짐승도 얼씬 하지 않는
오르막 오르다 힘들어 다리쉼하면,
눈 앞에 다가서는
튼튼한 상수리나무 한 그루.
마음은 벌써 독경산 너머 창수령에 닿는데
발걸음은 이다지도 더디기만 해요.
그러다가 순탄한 길 마주치면
언제나 그런 것처럼
들어서고마는 그 길.
그래요.
길 없는 길도 길이란 걸
처음으로 알았어요.
그 길은 우리가 찾아낸 그 길은
더 큰 사랑이란 걸 이제야 알겠어요.
*독경산(獨慶山)과 창수령:경북 영양에 이웃한 영덕군 창수면에 있는
산과 고개로 오지 중의 오지에 터잡고 있다.창수령은 이문열의 소설
"그해 겨울"에 등장하는 고개로 젊은 날 그가 영덕 동해안으로 넘던
시리도록 아름다운 고갯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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