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관산 정상에서 바라본 지리연봉의 파노라마>
<괘관산 정상에서 바라본 가야산의 파노라마>
<원통재로 가며 바라본 괘관산의 모습 (6/10)>
서울 산님들과 북한산을 오르내린 열흘 뒤,용마산악회 답사를 간다.블로그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세상그물에 얽혀 바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그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또 바랑을 추스려 5월 22일(화) 함양 땅에 있는 괘관산으로 나선다.하영수 회장님과 김현기 오라방,오기묵 산행부대장이 등행했다.아울러 6월 10일에 있을 동문산악인들의 산행코스를 점검하고 목욕탕과 뒷풀이을 할 음식점을 선정하기 위해서다.
바야흐로 녹음이 짙어가는 오월의 끝자락-우리는 그 초록세상으로 간다.인간에게 초록 빛깔은 축북이다.초록이 사라진 황량한 세상을 우리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는 봄이 오는 꿈을 꾸며 온누리가 초록으로 물들길 얼마나 기다렸던가.해마다 어김없이 다가오는 초록세상! 그 세계로 스며들어간다.
대통고속도로를 타고 육십령 아래 서상인터체안지에서 왼쪽으로 꺾어 37번 지방도를 따르다 오늘 산행들머리인 원통재에 올라선다.해발 800미터쯤 되는 원통재에서 산행안내판을 살피고 들머리를 찾아 오른다.
<원통재(빼빼재)에 있는 괘관산 산행안내판>
<빼빼재라고도 하는원통재의 빗돌-後海嶺은 무슨 뜻인지?>
<된비알을 오르기 전에 내 구령에 맞춰 몸을 푸는 동문들(6/10)>
<원통재의 산행들머리-신록이 싱그럽다.>
함양하면 백운산(白雲山 1,278.6m)이 먼저 떠오른다.백두대간이 남진하다 덕유산을 지나 지리산으로 접어드는 어간에 솟구친 산이다.경남 함양 땅과 전북 장수 땅에 걸쳐 있는 백운산은 이 산의 동쪽 사면인 함양 백전면 운산리가 주등산로가 되기는 하나 함양의 올곧은 진산은 아니다.
함양의 진산(鎭山)은 괘관산(掛冠山)이다.이웃한 백운산(1,278.6m)과 함께 함양읍 북쪽에 부챗살처럼 펼쳐진 능선을 이루며 솟아 있다.함양군 병곡면,서하면,지곡면에 걸쳐 있으며, 이 고장에서는 갓걸이산이라고 부른다.이는 산 정수리에 암릉이 흡사 갓을 걸쳐놓은 듯하다 하며 붙여진 이름이다.백두대간의 산,백운산에서 대간을 벗어난 한 지맥이 동쪽으로 갈래치면서 서래봉~대방령을 거쳐 원통재(빼빼재)에서 주춤했다가,다시 긴 능선을 이루며 괘관산~천황봉(1,230m)~도숭산(1,044m)을 연결하고 있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언저리에 자리한 괘관산은 지리산과 덕유산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이러한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일제 때 학병을 피해 이 산으로 숨어들거나,한국전쟁 와중에 빨치산들이 은신처로 이용하기도 했다.특히 작가 이병주 씨가 쓴 소설 ‘지리산’에 등장하는 하준규는 실존 인물(하준수)로 이 고장 출신이다.병곡면 도천 출신인 전설적인 빨치산 하준수에 대한 이야기는 노가원이 쓴 남도부(南道釜)에도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괘관산 산등성이는 밋밋한 흙산으로 능선에 짙은 숲이 터널을 이루지만 전망대나 정수리에 올라서면 조망이 절경을 이룬다.겨울에는 눈이 많은 산으로 설화가 만발하고, 봄이면 철쭉꽃이 능선을 수놓아 함양8경의 하나에 괘관산 철쭉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가을철 산등성이 따라 억새가 하얀 솜털의 꽃을 피우는 장관을 연출한다.
괘관산은 후미지고 한갓진 탓에 산객들의 발길도 뜸한 편이다.함양에는 지리산,덕유산을 비롯해 굵직하고 높은 명산들이 많다.그러니 주변의 이름난 유명 산들에 비해 발길이 뜸할 수밖에 없다.아울러 인근 백운산에 비해 대중교통편이 불편하다는 단점도 한 몫으로 작용한다 하겠다. 이런 까닭에 번잡함을 꺼려 호젓한 산행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산이 바로 괘관산이다.(5월 22일 답사 때는 몇 무리의 산객들과 마주쳤고,산나물을 따는 채취꾼들을 만났다.하지만 6월 10일,용마산악회 산행을 할 때는 산꾼들을 전혀 만나지 못했으니...)
<산행들머리,원통재를 등지고 오르는 동문들의 행렬(6/10)>
괘관산 산행들머리는 대개 원통재에서 시작하여 1035.4봉~원티재~괘관산 정상~천황봉~새재골 목장~묏골(묘동)을 거쳐 하산날머리는 병곡면 광평리 마평마을로 잡는 게 일반이다.6시간30분 정도 걸리는 이 코스는 능선을 따르는 종주코스로 산행과 더불어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백두대간의 장쾌한 등줄기와 지리산을 비롯한 함양 일대의 산과 들은 물론이고 산자락에 둥지를 튼 촌락까지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여 명이 넘는 동문들을 이끌고 그 코스를 더터나가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를 성싶었다.하여 우리는 천황봉으로 오르는 잘룩이에서 오른쪽 계곡을 따라 지소로 내려서는 코스를 잡았다.이 하산코스는 천황봉에 올라 조망을 즐기는 기쁨이야 아쉬움으로 남지만 하산길 내내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울창한 숲속을 걸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산행시간은 5시간을 넘지 않으니 동문들의 산행코스로는 제격이었다.
함양 백전면과 서하면을 잇는 37번 지방도를 따라 원통재 고갯마루에 오르면 그 뜻을 알 수 없는‘후해령(後海嶺)’이라는 빗돌이 있다. 또 괘관산 등산안내도와 함양군 관광안내도가 큼지막하게 서있다. 이곳은 괘관산은 물론이고 오른편 백운산의 산행들머리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대형 버스도 주차할 수 있는 넓은 공터가 있다.
<된비알을 치올라 첫 봉우리 1,035.4봉에서 돌아본 백운산 일원>
100여 명의 동문들은 잠시 땀을 식히고 스트레칭을 한 뒤,산행안내도 왼편의 등산로 들머리로 접어든다. 능선으로 붙어 돌면 처음부터 경사가 녹녹치 않은 된비알로 올려친다.참나무가 빽빽히 들어선 싱그러운 숲속 길을 30분쯤 땀을 흘리면 1035.4봉에 선다. 삼각점이 있는 이 봉우리는 괘관산 주능선과 남쪽의 원넘어재 능선으로 갈리는 분기점이다. 이 갈림길에서는 남쪽 원넘어재 쪽 등산로가 더 뚜렷하기 때문에 안개라도 낀 날이면 다소 헷갈릴 수 있다. 무조건 왼편 길로 들어서야 정상으로 연결되는 주능선을 밟을 수 있다.
<1,035.4봉에서 바라본 괘관산과 천황산-정상은 왼쪽 봉우리 너머에 있다.>
1035.4봉을 뒤로 하고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등산로 앞쪽으로 길게 뻗은 능선이 누워있고, 그 너머로 괘관산 정상 앞봉과 천황봉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완만하던 능선이 급경사로 변하고 곧이어 안부에 닿는다. 이제부터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조금만 나아가면 원티재가 나온다. 이정표(빼빼재 입구 1.8km, 괘관산 3.4km, 천황봉)가 서있는 이곳에서 정면으로 오르면 곧 헬기장을 만난다.
<말풀과 녹음이 우거진 등산로-눈을 시원케하는 초록물이 뚝뚝 듣는다.>
<괘관산 능선에 초록 물결이 사무치듯 나우리친다.>
여기서부터 앞으로 3개의 헬기장을 더 만나게 된다. 부드러운 능선은 소의 잔등처럼 밋밋하면서 주변을 조망하기에도 거침이 없다. 특히 10여 분 뒤에 만나는 두번째 헬기장은 주변 조망이 빼어나다. 뒤돌아서면 실뱀처럼 이어지는 37번 지방도 오른편에 백운산이 아련하게 솟아 있다. 그 이름처럼 흰 구름이 산을 가려 보일 듯 말 듯하다. 그 오른편으로 백두대간 산줄기가 영취산, 깃대봉으로 뻗어가고, 왼편으로는 월경산 중재를 거쳐 남쪽으로 지리산에 이어지는 산등성이가 어렴풋하게 다가온다.
<전망이 빼어난 두번째 헬기장에 오른 동문들(6/10) >
<부드러운 양탄자 같은 능선길-답사 때부터 맨발산행을
벼르던 현기,여기에 용효마저 맨발이 되어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기들(6/10)>
<원산마을 지소 갈림길 이정표>
헬기장을 뒤로하고 완만한 내리막길로 15분쯤이면 안부에 이르면서 다시 갈림길. 지소로 내려설 수 있는 이곳에도 역시 이정표(괘관산 2.1km, 천황봉 2.8km, 빼빼재 입구 3.1km)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뒤이어 5분쯤 발품을 팔면 세번째 헬기장을 만난다. 시야가 더 넓어 좋다. 그러나 날씨가 다소 흐려서인지 답사 때와 달리 멀리 덕유산이나 지리산을 확연하게 조망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세번째 엘기장을 지나 숲속에서 점심을 드는 선배님들(6/10)>
<푸르름이 절정을 이루는 숲속 길-선배님들의 행보가 가볍다.(6/10)>
<암릉 아래에서 표문배 선배(좌)와 나란히 앉아 다리쉼하며 진행상황을 살피고..>
정상까지는 1.6km를 더 가야 한다. 헬기장에서 능선길은 왼편으로 이어지고 암릉을 만난다. 표문배 선배와 우리 동기들은 이 암릉 아래에서 점심을 들었다.현기 오라방이 꺼내는 솔송주를 주고 받으며 술잔을 들렸다.정말이지 낮잠이나 한숨 자고 싶을 만큼 편안한 시간이 물 흐르듯 흘렀다.
<4번째 헬기장에서 바라본 지리산 일원>
오후 1시 30분,무전기를 열고 회장님과 후미의 김법영 부총무한테 출발을 알렸다.암릉을 우회하여 오르면 키를 넘는 싸리나무와 나뭇가지가 진행을 힘들게 하지만 그마저 운치가 있다.다시 10분쯤 발품을 팔자 마지막 네번째 헬기장과 함께 이정표가 서있다.이곳에서 조망은 거칠 것이 없었다.
<네번째 헬기장에서 바라본 남덕유와 북덕유 일원>
<네번째 헬기장에서 올려다본 괘관산 앞봉>
<네번째 헬기장에서 바라본 천황봉>
<태양열 안테나가 있는 봉우리(오른쪽) 너머에 정상이 있는데...>
<5월 22일 답사 때는 연분홍 철쭉이 간간이 발길을 멈추게 했는데...>
<네번째 헬기장을 지나면서 황정이라 부르는 둥글레가 지천으로 피었고>
<괘관산에는 병꽃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쥐오줌풀도 더러 발길을 멈추게 하고..>
<괘관산 앞봉으로 오르며 동쪽으로 눈을 돌리니 천황봉이 성큼 다가선다.>
<괘관산 앞봉으로 오르다 뒤돌아본 마루금과 원통재>
<괘관산 앞봉으로 오르다 당겨본 백운산-산세가 원통을 닮아 덕스럽다.>
<괘관산 앞봉으로 오르다 굽어본 병곡면 원산마을 일원-하산날머리의 원산지가 보이고>
<클로즈업해본 천황봉-앞쪽 사면 일대가 함양8경의 하나인 철쭉군락지다.>
<괘관산 앞봉을 오르며 조망한 천황봉 남릉과 원산지>
<괘관산 앞봉 능선에서 만난 연분홍 철쭉>
<괘관산 앞봉으로 가는 참나무 숲길>
<괘관산 앞봉,태양열 안테나 아래에 핀 양지꽃>
네번째 헬기장에서 괘관산 앞봉우리로 오르면 오를수록 주변 조망은 기가 찼다.거듭 찬사가 쏟아진다.헬기장을 떠나 30분쯤이면 태양열 안테나 시설이 있는 괘관산 전위봉에 닿는다. 진행방향에서 보면 정상으로 착각하게 되는 봉우리다. 이 봉우리에서 왼편의 괘관산 정상(5분 거리)과 오른편에 우뚝 솟은 천황봉으로 지맥이 갈래쳐나간다. 결국 정상에 올랐다가 이곳까지 되돌아나와야 천황봉으로 갈 수 있다.
<괘관산 앞봉의 갈림길 이정표>
괘관산 앞봉 갈림길은 하영수 회장님께 맡기고 괘관산 상봉으로 간다.짙은 숲속 길을 혜치고 나가자 오른편으로 사잇길이 보인다.이 사잇길은 괘관산 앞봉으로 오르지 않고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인데 앞봉에서 천황봉 잘룩이로 내려서는 길과 만난다.
<괘관산 상봉 가는 길에 만난 벌깨덩쿨>
<무슨 꽃인지???>
<연분홍 철쭉이 아직도 상봉 주위에 수줍은듯 피어나고...>
<괘관산 상봉 아래에 있는 바위군-이 바위에 오르면 갓걸이산의 의미를 알 수 있다>
<괘관산 상봉 오름길의 암장-바위가 절묘하게 얹혀 있다,>
왼편 비탈길로 내려선다.잠시 뒤,숲이 헤벌어지면서 시야가 열린다.드디어 바윗길이다.여태까지의 흙산과 달리 헌걸찬 암봉이 위용을 뽐내며 솟아 있다.상봉에서 조망은 더 없이 장쾌하고 아름답다.
백두대간 덕유산을 비롯해 월봉산, 거망산, 황석산, 금원산, 기백산 등 함양의 유명산은 물론이고 날씨만 좋다면 거창, 합천의 일부 산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그렇지만 눈이나 얼음이 얼었을 경우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상봉 주변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주의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다.
게다가 상봉에는 많은 이들이 머물기에는 너무 협소하다.그래서 나는 재빨리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와 오름길 들목에 서서 동문들의 교행을 통제하기로 한다.운행의 흐름대로 마냥 맡겨 놓는다면 상봉을 오르내리고 조망을 하는데 시간을 물 쓰듯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온통 칼바위로 이뤄진 정수리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면 위험천만이니 더욱 더 진행을 매끄럽게 해야 한다.대규모 인원을 데불고 산행을 할 때는 처음도 안전이요,마지막도 안전이 제일이다.동문들에게 편안한 산행을 만들어주는 것이 집행부가 할 일이 아니겠는가.나는 상봉에 머물며 후미를 맡고 있는 김법영 부총무와 무전기로 교신을 하고 하산길에 들어간다.
<괘관산 정수리를 수놓은 암릉>
<괘관산 정수리에서 황석산,기백산과 서상 일원을 조망하다.>
<괘관산 정상 빗돌을 비껴 가야산 일원을 바라보다.>
<괘관산 정수리에 선 동기들-맨발의 용효와 현기(6/10)>
<괘관산 정수리 부근의 암릉 (6/10)>
다시 괘관산 앞봉으로 오르지 않고 첫번째 갈림길까지 되돌아나와 동남쪽의 천황봉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발걸음을 뗀다.10분이면 내려서는 잘룩이까지의 길도 빙판일 경우 무척 까다롭다. 잘룩이는 네 갈래로 나눠지는 갈림길 표지목(←서하 중산마을, 괘관산 0.8km, 천황봉 0.5km, 지소 입구→)이 있다. 또 왼편 중산 마을쪽으로 2~3분 거리에 샘터가 있어 물을 보충할 수 있다. 천황봉까지는 15분이면 닿게 되는데, 이 능선 일대가 그 유명한 철쭉군락지다.특히 천왕봉 일대에는 천 년쯤 되었다는 철쭉이 기이하다는데 볼 수 없으니 못내 아쉬움만 남았다.우리는 천황봉으로 오르지 않고 오른쪽 지소로 방향을 꺾어 내려선다.
<천황봉/지소 갈림길로 내려서는 하산길의 철쭉>
<찬황봉과 원산마을 지소 갈림길에 다다라>
지소로 내려가는 하산길도 부드럽기 짝이 없었다.700미터쯤 내려오자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 다다랐다.식수터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는데,이곳에서 천황봉이나 괘관산으로 오를 때,물을 보충할 수 있는 곳이었다.계곡물에 얼굴을 �고 이마를 훔친다.소금끼 어린 목덜미와 얼굴에 물을 적신 수건으로 닦아내 입술을 대니 짭쪼롬하다.
<천황봉 오름길의 철쭉>
<천황봉/지소 갈림길의 쥐오줌풀 군락>
<미나리냉이>
<청량하기 이를 데 없는 숲속 하산길>
<단풍나무 잎새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구도가 너무 아름다워..>
<하늘로 쭉쭉 치솟은 낙엽송 군락이 나올 즈음에는 지소가 가까우리니>
<기세좋게 흐르던 계곡물이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고..>
<숨 죽일 듯 도란도란 흐르던 물살은 마침내 포효하며 곧두박질치고..>
계곡을 돌아 내려오니 마침내 계곡 물소리가 청아하게 울린다.짙은 숲,어둑어둑한 산길에는 산찔레의 향기와 수목의 정향이 바람결에 날아와 그윽한 향을 뿜어댄다.동문들이 하나 둘 보인다.하늘을 찌를 듯한 낙엽송이 즐비하게 선 산길을 벗어나자 왼쪽 골짜기에는 기세좋게 탕탕거리며 흐르던 계곡물이 햇살에 보석처럼 빛을 낸다.
<이곳에 이르자 끝내 차거운 물살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지난번 답사 때 보아두었던 3미터 가량의 폭포가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린다.땀으로 얼룩진 동기들을 이끌고 가파른 계곡을 타고 너럭바위로 내려섰다.그리고는 어쩔 수 없이 물의 유혹에 마음을 주고 탁족을 한다.채 1분도 발을 담그기 어려울 정도로 시려왔다.우리는 어린아이처럼 흐르는 물살에 발을 담그고 시간을 보냈다.
원산목장 아래 공터,지소에 다다랐다.저 아래 원산마을 주차장까지 우리를 실어 나를 25인승 대절버스를 기다리며 후미가 오길 기다렸다.당초 4시 30분이면 산행이 종료될 줄 알았던 우리의 일정은 거의 1시간 남짓 지체되었다.아마도 후미가 계곡물에 탁족을 하고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늦어진 듯했다.
<함양의 명물 상림(上林) 앞에 있는 늘봄가든>
먼저 주차장에 도착한 1진은 벌써 함양의 하얏트사우나로 떠났고 2진과 3진이 뒤를 따랐다. 산행의 피로를 풀고 상림(上林) 앞 늘봄가든에 다다른 시각은 6시 30분.산행뒷풀이에 들어갔다.그동안 여러 차례 답사를 하면서,답사 때는 그럴 듯한 상차림도 정작 본진이 들어닥치면 뭔가 허술하고 빈약한 상차림으로 탈바꿈하기 십상이라 늘 뒷맛이 개운찮았다.그런데 늘봄가든은 답사 때나 산행 때나 한결같은 메뉴에 정성스런 상차림이었다.
집행부는 흡족한 나머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동문들 모두 멋진 저녁이라며 찬사를 늘어놓아 우리를 기쁘게 해주었으니 무척 고마웠다.산행은 무상의 행위요,산행안내는 그런 무상의 행위를 실천하는 인도자일 뿐이었다.깊이 고민하고 염려하는 가운데 애매하고 불확실한 것들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행위라 하겠다.그 속에서 내 보람과 의미를 찾아보고 싶다.
<늘봄가든의 상차림-오곡밥정식>
<늘봄가든에서 바라본 함양의 옥녀봉>
<이제 뒷풀이도 파장.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은 해거름 속으로 잠기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회장님과 나는 올 가을 부경합동산행지인 안동의 학가산 산행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니 벌써 발걸음은 또 다른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아무튼 괘관산 산행은 한마디로 초록세상이었다.살아가면서 그 진한 녹색은 내 삶에 희망을 주고 용기를 불러일으키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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