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평삼거리 가는 길에 바라본 포암산]
하늘재-포암산-대미산-작은차갓재 종주를 마치고(2004.8.15)
유건이는 새벽 4시,우리를 포암산으로 올려보내고 적막한 하늘재에 하릴없이 있기가 멋적어 문경온천으로 갔다.거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숨 늘어지게 잠을 잤다.그리고 가은을 거쳐 충북 괴산으로 차를 몰아 선유동계곡하며 화양동구곡으로 스며들었다.8월 막바지 피서객이 계곡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통에 계곡물은 온통 흙탕물로 변해 보기에도 끔찍했다 한다.
유건이는 이 시끄러운 훤소를 벗어나 평소 가보고 싶었던 운보 김기창 화백의 생가 방문을 결행했다.청원군 내수읍에 있는 운보의 집에 들러‘바보 산수화’로 이름난 운보의 그림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그때 나에게서 휴대폰이 들어와 안생달 마을로 차를 몰아 우리와 만나게 된 것이다.
유건이 말대로,그는 우리가 짐작도 못한 고상한(?) 문화체험을 해낸 것이다.역시 자유여행가에 걸맞는 유건이의 행보였다.우리 일행은 한백주제조장에서 20여분 시간을 보내다가 안생달 마을을 뒤로 하고 귀가길에 올랐다.
문경시 동로면 안생달 마을 어귀로 나와 근래에 개통된 901번 지방도 오른쪽으로 돌아나간다.여우목고개를 넘어 갈평 삼거리 가는 길에 오른쪽으로 포함산의 모습이 보인다.종주 내내 안개 때문에 포암산의 맑은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이때다 싶어 차를 멈추고 포암산을 카메라에 담았다.(16:45)
[문경읍 당포리에서 바라본 주흘산의 위용]
포암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갈평 삼거리에 다다랐다.갈평삼거리에서 왼쪽 도로로 접어든다.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오늘 새벽 하늘재를 찾아가던 바로 그 관음리가 나온다.새벽녘 관음리를 지나칠 때도 도요지 안내판이 보였지만 여우목고개를 지나면서부터 갈평,용연을 거쳐 당포에 이르는 길 곳곳에 도요지(陶窯地)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천,강진이 왕실의 도자기를 만들던‘관요(官窯)’의 산실이라면 문경은 서민들의 그릇을 구워내던‘민요(民窯)’의 고장이다.문경 지방에 가마가 처음 들어선 때는 1700년대 관요가 쇠퇴할 무렵 도공들이 들어오면서 본격화되었다.
영남과 기호지방을 잇는 하늘재 길목에 위치하여 교통이 편리한데다 땔감과 도자기 원료인 적토,백토,사질점토를 쉽게 구할 수 있고 계곡 물에 철분 함량이 많아 도자기 생산에는 더없이 좋은 땅이었다.그렇게 만들어진 문경 그릇은 보부상들의 등짐에 실려 팔도로 팔려나갔다.
문경 도자기는 순백의 그릇이 아니라 토속적이면서도 소박한 멋을 지닌 막사발이 주류였다.개밥그릇이라고 쳐다보지도 않던 그 보잘 것 없는 사기그릇에서 생명력을 발견한 사람들은 부끄럽게도 일본인들이었다.60년대 후반 일본 관광객들이 문경에서 자신들이 국보로 추앙하고 있는‘이도차왕’의 후예들을 찾아낸 것이다.일본의 국보 26호인 이도차왕은 임란 때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막밥그릇으로 잡토가 섞여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겉모습이 이곳의 전통 막그릇과 똑 같다.이렇게 하여 문경 도요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일반의 관심도 높아지게 되었다.
문경을 대표하는 도요지는 새재 들머리 진안리에 있는 사기장 김영옥 씨의 영남요와 김억주 씨의 황담요가 있고,한때 이곳에 거주했던 천한봉 씨의 문경요는 최근 성주봉 아래 당포1리로 자리를 옮겼다.하늘재 아래 관음리에는 김영식 씨의 조선요를 비롯하여 김성기 씨의 뇌암요,이학천 씨의 묵심요,김복만 씨의 관음요가 있다.문경 가마는 100% 전통가마를 쓰는 점이 특징이다.영남요의 김정옥 씨는 조선백자의 혈통을 7대째 이어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사기장이다.문경요의 천한봉 씨는 지난 95년 노동부에 의해 선정된 도예 명장으로 국내보다는 일본인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으며 특히,그의 다완은 자타가 공인하는 제1인자다.최근 일본 천황의 다완도 그가 만든 것이다.
문경 도자기의 원산지 관음리에는 150여년이 넘은 전통‘망뎅이 가마’가 전해온다.김영수(1803-?) 선생이 지은 가마로 지금은 그의 8대 손인 김영식 씨가 대를 이어 가마에 불을 지피고 있다.망뎅이는 가마 천장에 돔을 쌓을 때 쓰는 구운 벽돌을 말하는 것으로 고온에도 오랜 세월을 견디어내고 천장의 불길 흐름을 부드럽게 해주는 문경 지방 전래의 가마시설이다.이 진흙 망뎅이 가마는 역사적인 가치가 높아 99년 경북도 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영구보존되고 있기도 하다.
갈평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꺾으면 용연리다.용연리와 그 아래 당포리는,김룡사를 품은 운달산(1,097.2m) 서릉이 뻗어나가다가 갑자기 돌불꽃을 피워 올린 성주봉(961.8m)의 산자락 마을이다.성주봉과 용연리 오른쪽 시루봉(527m) 사이,포암산과 운달산,성주봉에서 흘러온 물이 합수되는 신북천 주위는 풍광이 빼어나기로 정평이 나 있어 피서객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바로 이곳에 지금은 댐을 만드느라 도로는 어수선하기 이를 데 없었다.성주봉 산허릿길을 가로질러 새 도로를 내고 있으니 멀지 않아 이 일대는 물에 잠길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다.댐공사 구간을 지나 당포리에 다다르니 비로소 성주봉의 기막힌 암릉이 속살을 드러낸다.
성주봉 산행은 어느 코스를 택하든 바윗길을 타고 올라야 하며,암릉을 타는 아기자기한 맛과 스릴은 문경의 산들 가운데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당포리 도로를 따라 가다 문경의 진산,주흘산(1,076m)을 바라본다.거대한 장벽처럼 막아선 주흘산의 모습이 이처럼 당차게 보이는 것은 어쩌면 문경 사람들의 올곧은 기질과 무관하지만은 않은 듯하다.(16:57)
[용연리(龍淵里)에서 바라본 성주봉 뒷모습]
갈평삼거리에서 용연리로 닥아가면서 바라본 성주봉(861.7m) 뒷모습이다.높이는 비록 높지 않지만 암봉을 오르내려야 하므로 산행은 뜻밖에도 만만치 않은 산이다.사진 오른쪽에 송곳처럼 불쑥 튀어나온 종지봉에서 가파른 산등성이를 따라 3개의 암봉을 지나면 정상은 그 왼쪽에 자리잡고 있다.이 성주봉 정상에서 운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두 산을 연계하는 산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성주봉 산행은 당포리가 들머리인데,정상까지 오르는 구간은 바위 대슬랩을 거쳐 로프를 타고 암봉을 차례로 올라가야 하므로 초보자는 반드시 유경험자와 함께 해야 한다.그리고 안전에 대비하여 보조로프를 준비해야 한다.
[당포리(唐浦里)에서 뒤돌아본 성주봉 전경]
성주봉은 경상 문경시 문경읍 소재지에서 북동쪽인 갈평리를 향해 차량으로 5~1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당포리와 용연리 사이에 높이 치솟은 바위산이다.기세 등등한 장군이 자리를 잡고 버티고 서 있는 생김새라 이곳 당포리 일대 주민들은 성주봉을 흔히들‘장군봉’이라 일컫기도 한다.문경에는 이곳 문경읍 당포리 성주봉 외에도 마성면 정리에 백두대간의 백화산에서 뻗어온 성주봉이 하나 더 있다.찾아오는 길에 길을 잘못 들지 않도록 한다.
성주봉은 바위산으로 운달산(1,097.2m)에서 갈래치는 봉우리이나 산행들머리는 운달산과 정 반대이다.운달산은 산북면 김룡리에서,성주봉은 문경읍 당포리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두 산은 서로 이어져 있어 등산코스는 여러 가닥으로 나 있다.이 산은 높이가 900여m 정도에 지나지 않으므로 쉽게 생각하기 쉬우나 뜻밖에도 험준하기 때문에 산행경력이 없는 초보자나 단체산행으로 이산을 찾을 때는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하산길이 까꿀막지고 거친 암봉를 타고 넘어야 하기 때문에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그러므로 보조자일은 필수다.
성주봉은 얼핏보면 외딴 산처럼 보이기도 하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백두대간이 대미산을 지나면서 남쪽으로 나우리치는 산줄기에서 힘껏 솟구쳐 운달산(1,097m)을 빚어 놓고,운달산은 서쪽으로 그 여세를 몰아 이처럼 기묘한 형상의 바위산을 품고 있다.성주봉에서 운달산,운달산에서 성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산행을 하기도 하고 멀리서 왔을 경우에는 성주봉 정상에 올라 계곡으로 내려오는 회귀산행을 주로 하고 있다.
성주봉은 산 아래에서 산릉을 올려다 보는 풍경도 멋지지만 산을 오르면서 산 아래 펼쳐있는 산마을과 들녘을 굽어보는 조망과 여유로움이 성주봉 산행의 묘미라 하겠다.
성주봉은 산에서 느낄 수 있는 갖가지 아기자기한 자태를 다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바위산 골짝 사이로 난 피톤치드향 쏟아지는 소나무 숲길을 올라 대슬랩의 바위면에서 뒤돌아 넓게 펼쳐진 전경을 바라보면 가슴이 트이고,능선을 타면서 작은 봉들을 오르고내리는 아기자기함, 바윗길 경사면 로프를 잡고 하강을 해야 하는 짜릿함, 능선을 지나며 정상까지 좌우로 펼쳐진 한 폭의 산경을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아쉬움이 남는 산이다.
3개의 봉을 오르내리는 것은 암릉산행의 묘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며 한 봉우리를 넘어서면 거대한 또 하나의 봉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숲속을 한 발짝씩 헤쳐 나가는 것 같다.암봉을 지나는 바위조망대에 올라서면 아찔하기까지 할 정도다.정상에 올라 숨을 헐떡이며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어보면 성주봉이 운달산의 지봉이지만 빼어난 암봉미를 두루 갖춘 명산임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이 산은 아직은 한갓진 산으로 찾는 사람이 적어 깨끗하기 그지없다.
당포1리 휴식공원을 기점으로 마을회관~옥소영각~성주사~대슬랩~종지봉~헬기장~암봉 3개를 거쳐 정상에 오른 뒤,동쪽 잘룩이~반석골 상단부~지능선~법장골을 거쳐 다시 휴식공원에 이르는 코스로 산행거리는 7㎞로 5시간 안팎이 걸리지만 넉넉하게 6~7시간을 잡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성주봉이 위치한 당포리 서편에는 북쪽의 포암산,대미산,주흘산 등 백두대간에서 스며나온 물들이 합수하여 신북천을 만드니 산과 물이 한데 어우러져 넉넉한 풍경을 펼치고 있다.성주봉은 바위산으로 눈.비가 오면 미끄럽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겨울철에는 산행을 피하는 것이 좋다.특히 성주봉 주릉을 타다 보면 로프를 타고 내려야 하는 곳이 2곳이 있으며 작은 곳까지 합하면 여러 곳이 되므로 안전사고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22구간<저수령-도솔봉-죽령> (0) | 2006.08.29 |
---|---|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21구간<작은차갓재-황장산-저수령> (0) | 2006.08.24 |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20구간<하늘재-대미산-작은차갓재> (0) | 2006.08.14 |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19구간<이화령-새재-하늘재>(하) (0) | 2006.08.08 |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19구간<이화령-새재-하늘재>(상) (0) | 2006.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