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조령(飛鳥嶺) 숲 속의 아침
[새소리와 함께 가는 그리운 대간 길]
동이 튼다.은자(隱子)가 잠에서 깨어난다.그의 눈엔 흰빛이 가득 고였다.곧 햇살은 하늘로 스며들겠지.바로 그 순간 숲속의 아침은 깨어난다.검은등뻐꾸기는 어제의 사랑노래를 다시 부른다.“홀딱 벗고 홀딱 벗고.” 간밤의 육감적인 목소리로 나그네를 유혹한다.
키보드를 빗발치듯 두드리는 새도 사랑의 편지를 쓰다가 고개를 저으며 멈칫거린다.그 머뭇거림 사이로 바느질하는 새소리가 들려온다.바람에 흔들리는 참나무 가지에 앉아 아래위로 오르내리다가 앞뒤로 미끄러지면서 똑 같은 바늘구멍을 드나들며 어제 못다한 바느질을 되풀이한다.콸콸 물소리를 내는 새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잠시 조용하더니 폭포수처럼 물소리를 낸다.
딱따구리는 녹슨 부리로 고목을 쫀다.목탁 새는 아주 둔중한 저음으로 숲속 바닥에 소리를 깔고 독경을 하고.저 멀리서 나무를 켜는 듯한 새소리가 들린다.무딘 톱날로 나무를 켠다.뇌조(雷鳥)는 영원히 움직이지 않은 암봉을 밀어내려는 듯 우렁찬 소리를 낸다.어느 틈엔가 부리에서 기름이 새는 듯한 새소리가 끼어든다.한 방울 두 방울 흘러내리는 기름처럼 이 숲속의 정적을 깨트리며...이제 눈부시게 빛나는 햇빛이 천천히 숲속으로 침범한다.그리고 은자의 눈동자엔 푸른빛 하늘이 그대로 고여 있다.
*비조령(飛鳥嶺)
상주시 화북면 봉황산과 속리산 사이에 있는 고개로 비재로 알려져 있으며 새들의 천국이다.그 새들가운데서도 백미는 단연 검은등뻐꾸기.이 새의 소리를 나뭇꾼들은 "홀딱벗고."새라고 부르는데 그 울음이 참으로 기묘하며 �시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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