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놈 남석이! "하는 고함이 귓전에 들려온다.
내가 좋아하던 송준송 선배의 빗발치는 언성이 상기 들려오는 듯하다.
산이 좋아 산에 미쳐 에베레스트 공격조로 설악산 죽음의 계곡에 묻힌
준송 형의 질책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고교시절 수영부 주장으로서 내게 혹독한 훈련과 시련을 안겨주었던
선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오늘따라 왜 이리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어머니는 수영에 미쳐버린 나한테 늘상 말하곤 했다.
"얘야,물재주 잘 하면 물에서,
산재주 잘 하면 산에서 죽는 법인 기라." 하고 말이다.
그렇게 수영을 말리시던 어머니는 말로 안 되자
혹시 수영복을 없애면 3대 독자 아들 놈이 수영을 그만두겠지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말리시다 지쳐 반쯤 묵인해주더라구요.
그런데 장성해서 이제는 허구헌 날 산에 간다니까 또 말리시더군요.
어머니께서 그토록 하지 말라던 삼불(三不),
"산에 들지 말고,물에 가지 말고,투전하지 말라."는 바램가운데서
나는 투전을 뻬곤 이불(二不)을 저질렀으니
이만한 불충이 또 어디 있으리요.
그런데 이 바램은 마누라한테로 번졌는지
툭 하면 "여봇! 산에 가면 밥이 생기나 돈이 되나
뭐 하러 맨날 산에 가는 거요?"
배낭을 꾸리는 내 등에다 칼같이 쏘아부친다.
어쩌다 아내가 제 친구들과 만나면
"저 이는 나보다 산이 좋은 사람이야."
"아예 산에서 살지 뭐 하러 다시 오는 거야."하며 눈을 흘기곤 한다.
그래도 나는 산이 좋다.
내가 워낙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인지라 산을 찾지 않고는
자신을 다독거릴 수 없으니 말이다.
학창시절 달빛이 교교히 흐르는데
구덕운동장 수영장에서 달빛 헤엄을 즐긴 적이 있는데 기가 막혔다.
산도 마찬가지이더이다.
야간산행에 맛을 들이는 날에는 영원히 산을 저버릴 수 없게 되듯이...
나는 이제나 저제나 이 세상의 그물에서 벗어나
그냥 산에 푹 빠져 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꿈꾼다.
"저 푸른 산이 나를 부른다.내게 산에 되라고,물이 되라고."
[주]송준송:1976년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공격조로 설악산 죽음의 계곡에서
동계훈련중 송수남,전재운 대원과 함께 눈사태로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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