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마지막 구간인 33구간(미시령~진부령) 끊어타면서 8시 48분,대간분기점(950m)을 뒤로 하고 대간령(650m)으로 내려가는 숲길은 드문드문 바위가 보였지만 완만해서 걷기에 좋았다.10분쯤 내려가서 860봉에 이르렀을 때,아주 소중한 우리의 꽃,금강초롱꽃이 무리 지어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바위틈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서서 아무도 흉내내지 못하는 고운 보랏빛의 초롱을 닮은 꽃을 피우고 있는 금강초롱의 모습을 보노라면,이 식물의 역사와 의미를 구태여 따져보지 않더라도 감탄사와 함께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금강초롱은 깊은 산에 사는 여러해살이 풀이다.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이 식물 한 종만이 특산 식물인 것이 아니고 금강초롱이 속한 속(屬) 즉 집안 전체가 우리나라 특산인 우리 식물중에 우리 식물이다.게다가 분포역 자체가 좁으니 세계적인 희귀식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금강초롱"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밤에 불을 밝히는 초롱을 닮은 꽃이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꽃을 한번 보면 그고운 이름이 아주 딱 어울린다.우리 이름은 이렇게 고운데 세계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쓰는 학명은 우리 말이 아니다.이 식물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나까이라고 하는 일본인 식물학자였다. 그가 자신을 촉탁교수로 임명하고 우리나라의 식물을 조사하도록 지원해준 한일합병의 주역이며 조선총독부의 초대 공사인 하나부사에게 보은의 뜻으로 이 소중한 우리의 특산 식물 속명을 하나부사야로 정한 것이니 참으로 치욕적인 사연이 아닐 수 없다.북한에서는 그러한 학명은 쓸 수 없다고 하여 금강산이야(Kumgangsania)라고 하는 다른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 학명이야 국제적으로 함께 약속하여 쓰는 것이니 국제식물명명규약에 의해 싫다고 우리 마음대로 버릴 수 는 없는 형편이다.
금강산에 두 오누이가 살았다.부모를 여의어 어려서부터 힘들게 살았지만 형제간의 우애는 누구나 부러워 할만큼 사이가 좋왔다.그런데 어느 날 누나가 아파서 눕게 되었다.집이 가난한 그들에게 약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남동생은 말로만 들었던 약초를 찾아 금강산을 헤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꽃들이 남동생에게 속삭였다.그 약초를 구하기 위해서는 달나라까지 가야한다고 남동생은 누나를 살리기 위해 달나라까지 갔다.한편 집에서 남동생을 기다리던 누나는 아무리 기다려도 동생이 돌아오지 않자 동생을 찾아 초롱불을 들고 늦은밤 집을 나섰다.몸이 좋지 않았던 누나는 얼마 걷지도 못해 금강산 한 구석에서 죽고 말았다.그 누나가 들고 있던 초롱불이 금강초롱꽃이 되었다.
아침이슬을 함초롬히 머금은 금강초롱꽃은 은은한 자주색이나 짙은 자주색 꽃을 피워올리는데 보면 볼수록 청초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대간 길에서 우리는 흰색의 금강초롱꽃 개체도 발견할 수 있었다.이날 우리는 자주색과 흰색의 금강초롱꽃을 모두 보았으니 정말 행운이었다.자주색 초롱꽃에 대하여 흰색 금강초롱꽃은 "흰금강초롱꽃"이라고 한다.
2005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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