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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32구간<대관령-진고개(상)

 

 

 대관령-새봉-선자령-곤신봉-동해전망대 10.28km(2005년 8월 7일)


 

대관령(大關嶺) 칼바람이라는 말이 있다.속살까지 파고드는 대관령의 모진 바람을 이르는 말일 터이다.그 바람을 맞으러 오늘 우리는 대관령으로 간다.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는 대관령 고갯마루는 널찍한 휴게소가 아래위로 자리잡아 늘 인파로 북적대는 곳이다.본디 대령(大嶺)이라 하여 아흔아홉 구비가 세상을 영동과 영서로 갈랐으니 굳이 쉼터가 아니어도 쉬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고갯마루다.내륙과 해안이 서로 만나 발길을 멈추는 곳,그리하여 영동과 영서라는 지역 이름도 이 고개에서 비롯됐으며,‘관동’이라는 말도 이 고개의 동쪽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동해의 영동지방과 내륙의 한강유역을 연결하는 제1의 관문(關門),대관령.8월 7일(음 7월 3일 입추),새벽 3시 대관령 푯돌이 있는 상행휴게소 고갯마루에 봉고가 멈춰서자 칼바람은 아니어도 찹찹한 바람이 옷깃을 헤집고 들어와 한기마저 들게 한다.

 

짙게 어둠이 드리운 대관령을 뒤로하고 차머리를 돌려 허름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올라가니 "대관령국사성황사(大關嶺國師城隍祠)"란 큼지막한 서당당 푯돌이 눈에 띈다.이례적으로 스님을 성황신으로 모신 곳이다.산신당에는 김유신을 모셨고 성황사에는 범일 국사(810~889)를 모셨다.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굴산파를 연 범일 국사는 어머니가 샘물에 뜬 해를 마시고 잉태했다고 전해온다.그리하여 늘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한테는 수호신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해마다 단오날이 되면 국사성황제를 지낸다.단오제는 모내기를 끝낸 뒤에 곡식의 파종과 성장을 기원하는 잔치다.온갖 씨앗을 잉태한 대지의 산들에게 바치는 생명의 축제,강릉 단오제는 그 연원을 모를 정도로 내력이 오래 되었다고 한다.

 

제사의 주신은 대관령의 국사서낭신인 범일국사와 산신인 김유신,그리고 강릉 시내에 있는 국사여서낭신(강릉의 처녀)이다.음력 삼월 스무날 이면 신주(神酒)를 빚는 일로 시작하여 단오가 지난 음력 오월 초이레까지 무려 한 달 보름이나 계속된다 

 

종주들머리에서 장비를 챙기는 동안 기묵 아우는 후랏쉬 터트리기에 분주하다.이때 건진 사진이 어둠속에서 랜턴을 밝힌 현기의 밝은 모습.산꾼이라기보다 영락없는 광부 같다.광부는 광맥(鑛脈)을 캐고 우리는 산맥(山脈)을 찾아가야 하니 어쩌면 피장파장의 운명일 터.

종주들머리는 어둡지만 하늘에는 별이 초롱초롱 빛나니 비는 오지 않을 듯했다.여름철엔 날이 맑다가도 홀연 국지성 호우나 폭우가 쏟아지곤하므로 장거리 산행을 할 때는 이 점을 철저히 대비하여 종주계획을 세워야 한다.기실 삼척을 지날 무렵 빗방울이 간간이 들었고 오후부터는 장대비가 쏟아질 거라는 일기예보를 감안하면,종주들머리의 날씨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아뭏튼 정오까지 종주날머리,진고개에 도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절실했다.

 

대관령 서낭당으로 가려면 국사성황사 푯돌 왼쪽 시멘트도로를 따라 두어 마장 비탈길을 걸어 올라야 한다,그러나 대간 길은 국사성황사 푯돌 오른편으로 방향을 잡아 능선으로 올라서야 한다.날이 밝다면 대관령 서낭당을 둘러보고 대간 길로 접어드는 게 순서이겠지만 사위가 칠흙 같은 어둠에 잠긴 지금 강릉의 상징,대관령 서낭당 들러보기는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선자령 정상 200미터 아래 삼거리 갈림길에서]

 

3시 40분,선자령 산행안내판이 있는 들목에서 종주에 들어간다.907봉을 지나 14분쯤 오르자 임도와 만난다.선자령 가는 산행안내판에는 왼쪽으로 가란다.널찍한 임도를 따르니 갈림길이 나오고 오른편 산등에는 통신중계소 건물이 육중하게 서 있다.혹시나 싶어 통신중계소 건물로 올라가니 철조망이 가로막아 더 이상 갈 수 없었다.원래 대간 길은 통신중계소를 통과해야 하지만 길이 끊겼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산행안내판이 있는 갈림목으로 내려서고 말았다.통신중계소를 오르내리다보니 10분이 흘쩍 지나갔다.

 

왼쪽 숲속으로 열린 대간 길로 들어서자 가슴까지 웃자란 무성한 풀과 잡목의 터널이 기다린다.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바지는 벌써 축축하게 젖어들고 신발 속으로는 물기가 스며든다.짐승들도 싫어한다는 풀섶 길을 7분가량 걸어 4시 19분,1,020봉에 올라서니 대간은 오른쪽 (북동)으로 슬쩍 머리를 돌리더니 숲속 길로 스며든다.10분가량 발품을 파니 또 선자령 산행안내판이 반긴다.4시 34분 항공관제탑이 있는 1,030봉에 다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이 봉우리에서 오른편 강릉시의 화려한 야경을 보며 5분간 다리쉼을 했다.


다시 배낭을 챙겨 4시 52분,새봉(1,060m)을 넘었다.새봉에서 대간은 왼쪽(북서)으로 방향을 틀고 한일농장 목초지 부근에 이르면 선자령까지 북진하게 된다.6분쯤 걸음을 옮기자 목초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종주길은 오른쪽으로 꺾이고 서서히 오르막이다.왼편 발치 아래로 목초지를 내려다보며 발품을 팔아 5시 27분 선자령 앞봉우리인 1,140봉 삼거리에 올라섰다.삼거리 오른편으로는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초막골로 빠지는 선자령 동남릉 하산길,왼편은 선자령으로 가는 대간 길이다.

 

선자령 앞봉 갈림길에서 200미터쯤 걸어 5시 37분,선자령 정수리에 다다르니 사방으로 운해(雲海)가 드리워 일대 장관이었다. 일망무제의 조망은 자욱한 안개에 가렸고 동해에서 솟아오른 해는 구름바다에 빠져 버렸다.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선자령-’봉우리는 봉우리인데,’산’도 아니요, ’봉’도 아닌 ’령’이라 부르는 것이 특이하다. 두리둥실한 언덕 형상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령’이라하는 ‘선자령(仙子嶺)’은 계곡이 너무 아름다워 선녀가 자식과 함께 내려와 목욕을 하며 노닐던 곳이라는 전설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산경표(山經表)에는 ’대관산(大關山)’이라 하고.동국여지지도(東國輿地之圖)와 사탑고적고(寺塔古蹟攷)에는 산 아래에 있는 절집 보현사를 따라 ’보현산(普賢山)’이라고도 했다.보현사에 관한 기록을 전하는 태고사법(太古寺法)에는 ’만월산(滿月山)’으로도 적혀 있으니,보현사에서 보면 선자령이 떠오르는 달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대관령에서 6km 가량 이어나간 선자령의 산세는 겨울철에는 영서지방의 대륙 편서풍과 영동지방의 습기찬 바닷 바람이 만나서 차가운 계절풍으로 얼어서 우리나라에서는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형이다.3월초까지도 적설량이 1m가 넘는다하니,대관령에서 선자령에 이르는 능선은 거칠 것 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언덕에 매몰차게 몰아치는 바람결에 실려온 눈이 환상적인 경관을 마련해준다.그래서 선자령은 겨울산이다.해발 1,157m 높이지만 840m의 대관령휴게소로부터 표고차가 317m밖에 되지 않고 긴 능선으로 이어져서 뒷동산 오르는 기분으로 산행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선자령은 동해바다와 초원을 조망하기 좋은 해돋이 장소이자,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초원지대다.강릉 시가지와 경포대가 한눈에 보일 정도로 막힘이 없이 시원해 동해의 일출을 보고자 하는 등산객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고루포기산(1,238m)에서 능경봉(1,123m)과 매봉(1173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일출을 감상하며 새해를 맞이하기에 아주 좋은 산이다.

 

[선자령에서 바라본 능경봉과 고루포기산 그리고 대관령]


선자령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 강릉시 일대를 비롯해,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북쪽으로는 황병산(1,407.1m),노인봉(1,338.1m),남으로 능경봉(1,123.2m)과 고루포기산(1,283.3m),노추산(1,322m),남서쪽으로는 발왕산(1,458m)과 용평스키장이 눈 앞에서 가물거린다.사진은 선자령에서 남쪽으로 바라본 대간의 산들과 구름바다가 어우러진 파노라마다.

 

사진 가운데 구름이 드리운 곳이 대관령 일대이고 구름 너머 원뿔처럼 뾰족한 봉우리는 능경봉,그 오른편으로 우뚝 치솟아 평평하게 보이는 산괴가 고루포기산이다.그리고 능경봉 바로 뒤에서 왼쪽으로 나우리치는 산줄기는 백두대간 화란봉 능선이 아아하다.능경봉 앞 구름바다,대관령 건너 앞쪽에서 초지가 없는 ’새봉’으로 이어지는 산봉우리는 대관령에서 우리가 밟은 대간마루다.

 

 [선자령에서 소황병산 배경으로]


선자령에서 북서쪽 황병산과 소황병산 일원을 등진 종주팀이 자세를 잡았다.동기들 뒤쪽으로 4대의 흰색 풍력발전기가 보이는데 이는 사진 오른쪽 동해전망대(1,145m)에서 뻗어내린 남서릉에 자리잡고 있다.그리고 맨 뒤 하늘금을 긋는 산줄기는 황병산[(1,407.1m)정상은 잘려 보이지 않음]능선이며,그 오른쪽 평평한 능선 위에 돋올한 봉우리는 소황병산(1,337m),매봉으로 이어지는 대간마루가 울타리처럼 둘러져 있다.

 

일행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3명의 대간꾼이 선자령으로 올라왔다.진고개에서 3시경에 출발했다는 이들은 선자령의 멋진 조망을 즐기며 사진을 찍는다. 나중에 동해전망대에서 만난 순천의 한백산악회 2진을 만났는데,이들 세 사람은 1진으로 마라톤 동호회 멤버로 주력이 대단한 산꾼들이었다.

 

 

선자령에서 바라본 구름바다와 어울린 주변 풍광에 넋을 잃고 우리는 마냥 그렇게 머물고 싶었다.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5시 44분,옛고개인 선자령 나즈목으로 내려가는데 이곳 고개마루에도 구름이 비단처럼 드리워 신비감을 더해준다.선자령 나즈목에서 산등성이를 따라 삼양목장 초지 사이로 구불텅 임도가 열려 있다.오른쪽 높은 봉우리는 곤신봉(坤申峰 1,137m)인데,대간은 왼쪽(북서)으로 방향을 틀어나간다.곤신봉 오른쪽 동릉을 따라 내려가면 대공산성에 이르고,선자령 나즈목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강릉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절집 보현사에 이른다.

 

 

선자령에서 10분가량 선자령 나즈목으로 내려가다 디카의 앵글을 곤신봉에서 왼쪽 황병산 쪽으로 옮겨 삼양대관령목장에 드리운 구름을 잡아보았다.사진 맨 뒤 왼쪽 하늘금을 긋는 봉우리는 군사시설이 있는 황병산이고,풍력발전기가 있는 능선 따라 오른쪽으로 시야를 옮기면 흡사 골프장 필드처럼 보이는 봉우리가 동해전망대이다.그리고 황병산 오른쪽 능선 위에 소황병산이 돋올하다.

 

 [갈피갈피 골안개 피어오른 삼양목장과 황병산 일원] 


끝없이 이어진 푸른초원.하늘과 맞닿은 고원지대.이국적인 풍경의 대관령 삼양목장-근래 들어 여행객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진 곳이다.수려한 경관도 경관이려니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곳이 영화촬영의 단골 무대이기 때문이다.않는다.'태극기 휘날리며’,별’,‘바람의 파이터’,'이중간첩','중독',드라마로는‘가을 동화’가 대만과 동남아에 수출되면서 삼양목장을 인기 여행코스로 만들었다.최근에는 MBC 미니시리즈‘남자의 향기’를 이 목장에서 찍었다.

 

일반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1단지 축사를 지나 동해전망대로 오르는 코스.이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가을동화'로 유명해진 '은서나무'와 '준서나무가'가 있다.경사진 초지에 자란 나무 두그루.드넓은 초원에 서 있는 나무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눈길을 끈다.조금 더 오르면 영화 '연애소설'에 나왔던 "차태현 나무"가 있다.요즘 삼양목장 여행자들이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명물이다.    


마루금에 올라서면 광활한 능선이 펼쳐진다.비포장 황톳길이 푸른 초지를 가르며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가 다시 다음 구릉의 한가운데로 이어진다.지프를 몰고 오프로드를 찾아다니는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끄는 비포장길이다.해발 1,165m 지점에는 동해전망대가 있다.맑은 날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동해가 한 눈에 보인다.산줄기에는 연록색 신록과 검푸른 침엽수가 적당히 섞여 있다.


 

전망대 능선은 매봉(1,173m)을 지나 소황병산(1,407m)까지 이어진다.매봉과 소황병산은 오대산 국립공원지역에 속한다.소황병산을 넘으면 산줄기는 오대산의 주봉으로 이어진다.이 길은 바로 국토의 척추에 해당하는 백두대간 구간이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산악인들은 동쪽은 동해안,서쪽은 목장지대가 펼쳐지는 이 길을 백두대간 종주백미로 꼽는다. 종주 구간에서 광활한 초원지대는 이곳뿐인데다 발아래 크고 작은 산줄기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6시 8분,옛 선자령고개인 선자령 나즈목(990m)으로 내려왔다.오른쪽으로 빠지면 보현사,오던 그대로 황톳길 임도를 따르면 곤신봉(1,137m)과 대공산성(974.6m)으로 오른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선자령 나즈목에서 곤신봉으로 오르는 길은 황톳길이다.그러나 태풍 루사의 여파로 군데군데 길이 패이고 깎여 길을 넓히고 있었다.

 

삼양 대관령목장은 모두 6백만평.여의도 넓이의 7.5배에 이르고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목장이다.이중 초지는 4백50만평.목장 내 임도를 모두 합하면 120㎞나 된다. 목장을 한바퀴 도는 주도로만도 22㎞나 된다.지프를 타고 1시간30분이 넘게 걸린다.초록의 융단처럼 드넓게 펼쳐진 목초지에 구름바다가 드리워 장관을 이룬다.곤신봉 오름길에 횡계 쪽으로 바라본 경관이다.구름이 길게 드리운 일대는 삼양목장 정문을 비롯,1단지 축사가 있는 곳이다.

 

 

언덕에 올라서서 황병산 일원을 클로즈업한다.사진 앞쪽으로 뻗어내린곤신봉 산줄기 너머로 동해전망대 남서릉 위에 풍력발전기가 보이고 하늘금을 가른 황병산과 그 오른쪽 완만한 능선 위에 있는 소황병산이 바라보인다.

 

 

황톳길 임도를 따라 오르다보니 곤신봉으로 오르는 길이 없다.곤신봉 정수리에 있는 바위에서 강릉시 일대를 조망하기에 좋다는데,친구들은 벌써 매봉으로 떠나버렸으니 나 혼자 목초지를 밟고 오를 수도 없었다.

 

지난 구간 끊어타기 때 내 디카에 문제가 생겨 내가 찍은 40여장의 사진이 몽땅 사라졌다(전문 현상소에서 복원은 했지만...) 캐논센터에서 수리를 했다.수리기사 말로는 메모리카드와 맞물리는 유니트에 고장이 생겼다 했다.물이나 습기 또는 충격이 고장의 원인이란다. 그래서 고쳤는데도 집에 와서 보니 "memory card error"라는 메시지가 그대로 뜬다.그런데 신기하게도 작동은 되었다.그래서 출발 전에 부랴부랴 전기환 원장의 디카를 가져오게 했다.내 디카를 믿을 수가 없으니 한 장면을 두고 기환이와 내 디카로 거푸 사진을 찍었다.그러다보니 친구들은 앞으로 휑하니 달려나가고 나는 맨 뒤에 처졌다.

 

선자령을 뒤돌아본다.비포장 황톳길이 푸른 초지를 가르며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가 다시 다음 구릉의 한가운데로 이어지며 선자령으로 기어오른다.

 

[곤신봉 임도에서 뒤돌아본 선자령]


곤신봉 마루턱에 다다랐다.구불텅 비포장 황톳길은 대간마루와 나란히 달려가기도 하고 산굽이를 돌아가기도 하며 동해전망대까지 이어진다.앞쪽으로 동기들이 보이고 황톳길을 따라 시야를 옮기면 그림같은 짙은 초록색 초지로 둘러싸인 봉우리가 보인다.동해전망대는 그 봉우리 너머에 자리잡고 있다.


 [곤신봉에서 매봉 가는 대간 길]


동해전망대로 가는 그림같은 대간길을 조망한 다음,디카의 렌즈를 최대한으로 끌어당긴다.왼쪽에서 두번째 풍력발전기 위의 봉우리가 군사시설이 있어 출입이 통제되는 황병산이다.황병산(1,407.1m)에서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뻗은 능선 위 초지로 된 봉우리는 대간이 지나가는 소황병산(1,337m)이며,황병산은 대간에서 남서쪽으로 1.3km가량 벗어나 있다.소황병산을 비롯하여 황병산 아래턱까지 바투 삼양목장의 목초지가 조성돼 있다.

 

 

목장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때는 1960년대.삼양목장 간판을 내건 것은 1971년이다.삼양목장이 국유지를 제외한 목장을 사들여 가꿨다.그러나 세월이 흐은 지금 낙농업은 쇠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한때 3,000마리가 넘었던 목장의 젖소도 현재 600마리로 줄었다.삼양목장에선 목책이나 젖소를 보기가 어렵다. 젖소 1마리당 초지가 1만평이나 되는 셈이니 방목을 해놓아도 멀리 가지 않는다. 젖소를 보려면 목장지도로 방목지역을 제대로 알아두어야 한다.

 

목장의 아름다운 풍광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봄, 여름의 초원과 겨울의 설원 풍광이 소문나기 시작하면서 목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삼양목장은 지난해 8월15일 전면개방됐다.하지만 개방 1주일 만에 태풍‘루사’의 피해로 여행객을 들이지 못했다.2000년에도 목장을 잠깐 개방했지만 구제역 파동으로 문을 닫아걸었다.목장은 올해 들어서야 일반 관람객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봄철이면 목초지 주변의 숲과 탐방로에는 야생화가 만발하여 천상의 화원을 방불케한다.


매봉을 지나 2단지 목장으로 내려오는 길 옆은 계곡이다. 오대산 국립공원과 경계를 이루는 계곡으로 맑고 께끗한 물이 흐른다.목장의 새벽 풍경도 환상적이다. 산골짜기에서 피어오른 안개가 발아래 깔린 초원.청아한 새소리.상쾌한 바람에 실려오는 풀냄새.풀잎마다 맺힌 영롱한 이슬 방울.드넓은 초원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도 장관이다.밤새 꽃잎을 오므리고 있던 야생화는 아침 햇살에 봉오리를 활짝 펼친다.자연은 이곳에서 낭만과 신비를 펼쳐보인다.
 

오대산에서 대관령으로 건너오는 백두대간의 길목은 황병산이다.정선땅 아우라지에서 조양강으로 흘러드는 송천이 이로부터 여울을 발원한다.황병산 아래 송천의 지류인 삼양천이 시작되는 곳의 지명은 상정평(上政坪).옛날에 죄를 지은 세 정승이 숨어 살았다는 전설을 위하여 마을 사람들은 삼정평(三政坪)이라고도 부르는 곳이다.유명한 삼양목장이 바로 상정평에 있다.

 

삼양천은 이천마을을 거쳐 여울을 따라 내려가다 두 골물을 받아들인다.이들 세 갈래의 골물이 하나로 모여든다 하여 삼정평(三井坪)이라는 지명을 얻었다는데 동네를 부를 적에는 그저 ’이야지’라고 부른다.이야지에는 횡계의 특산품인 황태를 말리는 덕장이 있는데 전국 최고의 황태덕장으로 꼽는다.

 

이야지에서 여울을 따라 내려서면 도암 면소재지 횡계다. 횡계 또한 세 갈래의 여울이 모여들어 장차 남쪽 정선으로 아우라지 길을 떠나는 곳이다.북쪽의 이야지 골물인 삼양천과 동쪽의 대관령 골물이 서로 만나고,서쪽으로 역시 황병산에서 흘러온 거래지 골물이 차황리를 지나 흘러든다.

 

그렇듯 마을 앞에서 여러 냇물이 엇갈려 흐르는 꼴을 두고 예로부터 "엇개"라는 곰살가운 이름으로 부르는 곳이 횡계다.그 어여쁜 이름을 버려두고 굳이 발음도 어렵고 뜻도 아리송한 횡계를 쓰는 것은 아무래도 슬픈 일이다.[엇개의 지명유래-김하돈의 '고개를 찾아서'에서]

 

[곤신봉 너머 임도에서 바라본 횡계 쪽 운해 ..멀리 발왕산이 구름 속에 아아하다.] 


6시 41분,갈림길(1,130m)에 다다랐다.왼쪽 길로 빠지면 삼양목장 1단지 축사로 내려가게 된다.이곳에 다다른 선두 일행은 배낭을 벗어놓고 임도 아래로 내려가 자연이 시키는대로 한다.재화와 원경이가 그러는 사이 남은 친구들은 요기를 한다.먼저 기환이가 꽁꽁 언 소형 황도캔를 꺼냈다.일행이 다 먹기에는 턱없이 모자르니 재화와 원경이가 오기 전에 얼른 해치우자며 캔을 열며 너스레를 떤다.게 눈 감추듯 황도 한 조각을 베어 문 우리는 고소를 금치 못했다.

 

 

 

잠시 뒤,재화와 원경이가 오고 자연의 부름을 받고 임도 아래로 내려간 현기를 빼고 기념사진을 찍었다.그런데 임도 아랫쪽 언덕에는 풍력발전기를 세우기 위해 터를 고르고 기반공사를 하고 있었다.내년까지 66기의 풍력발전기를 삼양목장 일원에 세운다했는데 이들이 완공되면 삼양목장을 찾는 관광객에게 목장의 이국적인 정취와 함께 새로운 볼꺼리를 제공할 것이다.

 

 

11분가량 다리쉼을 하고 1,148.1봉을 지나 작은 언덕에 올라서니 황병산이 한결 가깝게 닥아선다. 사진 왼쪽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 봉우리 아래 안개가 드리운 곳이 삼정평으로 이 일대에 삼양 대관령목장 2단지 축사가 있다.

 

 

대간마루를 바투 따르던 황톳길은 대간과 잠시 헤어져 왼쪽 초지 사이로 열려 있다.7시 4분,일행이 다시 언덕 삼거리에 다다르자 대간은 오른쪽으로 휘어져나간다.이때 마라톤 연습을 하는 소녀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우리 쪽으로 달려온다.선자령 나즈목에서 곤신봉으로 오를 때에도 곳곳에 포커스 마라톤 코스를 알리는 임시안내판이 보였는데 이 황톳길은 마라톤 훈련코스로써 전혀 손색이 없었다.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되풀이되고 포장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무릎과 허리에 충격 또한 완화되는 멋진 코스였다.

 

또한 산악자전거 코스로도 더없이 좋아 보였다.그런데 뒤에 알았지만 오늘이 바로 포커스에서 주최하는 삼영 대관령목장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우리가 아침 일찍 이곳에 다다랐기 때문에 마라톤 주자들의 달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 뿐,풀코스와 하프코스를 비롯하여 5km 계곡 걷기가 치뤄졌다고 한다.

 

[동해전망대 가는 길-전망대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이다.]


7시 8분,마침내 동해전망대(1,114m)에 다다르니 전망대 빗돌에는 "망망대해 일출장관(茫茫大海 日出壯觀)"이란 글귀가 적혀 있다.말 그대로 사위가 막힘이 없는 조망터였다.시원한 바람이 동해에서 불어오고 강릉시 내가 한눈에 들어온다.그러나 구름이 낀 탓에 창창한 동해의 푸른 물결은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삼양목장에서 조성한 동해전망대에는 승용차를 몰고 올라온 관광객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우리는 사위를 조망하고 전망대 빗돌 아래에 있는 간이매점 쉼터에서 아침 겸 점심을 들기로 했다. 

 

 

[주1:종주기에 표기된 산높이는 1/25,000 지형도를 따랐으며 1/50,000 지형도의 그것과 차이가 날 수 있다.지형도에 나타나지 않은 산높이는 등고선을 감안하여 표기하였다]

 

[주2:다음 호는 백두대간 32구간 끊어타기 하편으로 동해전망대~매봉 ~소황병산 분기점~노인봉~진고개 12.52km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