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당령-석두봉-화란봉-닭목재 12.85km (2005년 7월 31일)
백두 31구간 끊어타기를 위해 또 다시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간다.삼척시에 이르러 42번 국도를 타고 백복령으로 오른다.백복령은 이번이 4번째다.백복령을 넘어 정선군 임계에서 오른쪽 35번 국도로 스며들어 오늘 구간의 종주날머리,삽당령에 다다랐다.
이 구간은 본디 삽당령-닭목재 12.85km와 닭목재-대관령 12.23km 두 소구간으로 나눠져 있다.이 두 구간을 함께 종주한다면 25.08km에 이르는 만만찮은 거리다.그런데 동기들 사이에서 이 무더운 날씨에 25km 끊어타기는 무리한 발상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었다.이 구간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살펴보니 산행시간은 염려했던 것만큼 길지 않을 듯했다.12시간이면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나 종주 당일의 날씨가 변수였다.그래서 동기들에게 완주하느냐,소구간으로 나누느냐 하는 문제는 그때 가봐서 결정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았다.그러나 우리의 주력으로 미루어볼 때 정녕 악천후의 날씨가 아니라면 무난히 완주가 가능할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래서 동기들에게 완주하느냐,소구간으로 나누느냐 하는 문제는 그때 가봐서 결정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았다.그러나 우리의 주력으로 미루어볼 때 정녕 악천후의 날씨가 아니라면 무난히 완주가 가능할 것으로 짐작되었다.
이번 구간은 산죽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종주였으며,특히 우리가 만난 아름다운 야생화들은 가뜩이나 산행으로 지친 우리에게 어떤 위안이요 기쁨이었다.아울러 숲의 위대한 힘을 한껏 느낀 종주였지만 고루포기산 정상 일대에서 자행된 자연훼손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그렇기 때문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종주였는지도 모른다.최금구 대원을 빼곤 종주팀의 얼굴은 30구간 그대로였다.
[방화선 조지에서]
새벽 3시 55분,삽당령(680m)을 뒤로하고 종주에 들어가니 산죽밭이 시작된다. 산죽은 삽당령에서 닭목재까지 방화선 구간만 빼곤 줄기차게 이어졌다.산길은 완만하여 걸음걸이가 가벼웠다.그래도 30~40분 동안은 아직 근육과 관절이 풀리지 않은 탓에 페이스를 조심스럽게 조절해야 한다.
자칫 초장에 속도를 내면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바닥난다는 것을 우리는 몸으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대간 종주는 자신과 싸움이기도 하다.무리하면 반드시 그 댓가를 치뤄야 하는 법.인내심을 갖고 느긋하게 걸음을 옮겨야 한다.한마장 발품을 팔아 4시 19분쯤 되었을 때 대간 왼편으로 임도가 보였다.
4시 25분,철탑이 있는 790봉을 넘어서자 이내 아까 보았던 임도와 만났다.임도를 건너 숲속으로 들어가 산죽밭을 뚫고 4시 37분,안내푯말이 있는 868봉에 다다랐다.북서진하던 대간은 이 봉우리를 지나면서 거의 서진하여 대화실산 분기봉,930봉에 이르면 북진한다.
대간마루에는 바람이 적당히 불어오고 서걱이는 산죽길을 헤치며 종주하기에는 그런대로 좋았다.4시 56분을 지나면서부터 해돋이가 시작되려는지 어둠이 차츰차츰 사위어간다.드디어 영롱한 새소리가 들린다.요즈음은 산속에서도 새소리 듣기가 무척 힘들어졌다.깊은 산이 아닌 낮은 산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귀는 열리고 코는 예민해져 대간 길의 아주 작은 소리나 냄새에도 우리는 즉각 반응하게 된다.시끄럽고 소란스런 도시의 삶에서 느끼지 못하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셈이다.
대간은 가파른 오름길,서서히 고도를 높여나간다.5시 8분,대간분기봉 930봉에 올라섰다.이 봉우리에서 대간은 북진하지만,왼쪽(서)으로 빠지면 대화실산(大花實山 1,010m)으로 가게 된다.6분가량 다리쉼을 하고 930봉을 떠나자 문득 답답하던 시야가 트이면서 방화선을 따라 초지가 펼쳐진다.
[방화선 초지에 핀 금마타리꽃]
벌목을 한 초지에는 야생화가 앞다투어 피어 있었다.그 가운데서도 금마타리꽃 군락이 단연 돋보였다.가을의 꽃인 금마타리는 방화선을 따라 양지바른 곳에 개체수가 많았다.
[방화선 초지 들머리의 노송]
[대간 길에 만난 구릿대]
[방화선 초지의 적송]
930봉을 떠나 초지를 따라 912봉을 넘어서자 가지가 한쪽으로 쏠린 노송 한 그루가 아침 햇빛을 받아 싱싱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후미대장 현기가 그 노송을 배경으로 자세를 잡았다.
잠시 뒤 잘룩이 근처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아주 멋진 소나무 군락과 마주쳤다.방화선을 만들 때 미쳐 베어내지 못한 노송들이 꿋꿋한 자세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었다.
적송 군락을 디카에 담고 방화선 초지를 따라 들미재로 먼저 가버린 선두를 쫓아간다.풀섶 가장자리에 산딸기가 열려 있어 나는 딸기 몇 개를 훑어 입에 넣어본다.상큼하면서도 시큼했다.대간 길 양옆으로는 마타리꽃과 구릿대 따위가 눈길을 끌어당겼다.들미재로 오르다 아침 이내가 드리운 대간의 모습을 뒤돌아본다.
[들미재 오름길에 뒤돌아본 대간-아침 이내가 자욱하다]
912봉을 넘어 5시 50분,들미재에 다다랐으나 풀이 무성하게 뒤덮어 오른쪽 들미골로 빠지는 하산길은 보이지 않았다.아뭏튼 들미재를 지나면서 다시 산죽구간이다.5시 55분,독바위를 지나 삼각점이 있는 978.8봉을 왼쪽으로 돌아나간다.그래서 삼각점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잠시 뒤,대간이 왼쪽(서)으로 90도 방향을 크는 지점(970m)에 다다라 7분간 다리쉼을 했다.6시 10분,석두봉으로 가기 위해 발품을 판다.70미터 가량 완만한 내리막을 내려오니 드디어 전형적인 숲속길이 나타난다.물론 산죽도 있지만 잡목 대신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가 대간 길에 많이 보였다.서서히 오르막 길을 올라 6시 20분 석두봉(995m)에 올라섰다.정수리에는 이정표나 안내판마저 없고 작은 바위뿐이었다.이름 그대로 거창한 산세를 기대했던 우리는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햇살이 친구들의 얼굴을 적시는 석두봉 정수리에서 헬기장이 있는 건너편 941봉을 등지고 섰다.
[석두봉(石頭峰 995m)에서 941봉을 등지고]
석두봉을 떠나 941봉에 이르니 해묵은 헬기장이 나온다.이 봉우리를 내려서자 다시 산죽 길이다.6시 33분,978봉에 오르니 산행안내판에 왼쪽 대용수동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이 적혀 있다.다시 발품을 팔아 7시,북진하던 대간이 왼쪽(서)으로 90도 방향을 트는 989.1봉에 다다랐다.우리는 여기서 아침을 먹었다.
7시 25분,다시 대간 길을 간다.전혀 조망이 안 되는 숲속으로 아침 햇살이 간간이 비춰든다.7시 39분,840m 잘룩이로 내려서니 왼쪽으로 희미한 갈림길에 열려 있다.’가르쟁이’로 내려가는 하산길이다. 사진은 840m 잘룩이를 지나 숲속을 지날 때였다.부채살처럼 파고드는 햇살과 그 분광이 스펙트럼을 이루는 숲을 등지고 원경이가 발품을 파는 모습을 디카에 담았다.
[화살처럼 꼿히는 햇살,대간 길 숲에 든 원경이]
가르쟁이 갈림길인 840m 잘룩이를 지나 7시 50분,906봉에 올라섰다.우리는 이곳에서 배낭을 벗고 자연이 시키는 대로 했다. 줄곧 서진하던 대간은 906봉에서 북서진하여 대간분기봉인 946봉에 이르면 남남서진하게 된다.따라서 946봉은 대간이 크게 방향을 트는 분기봉이다.사진은 대간분기봉인 946봉에 다다른 익수와 기환이가 포즈를 잡았다.
[대간분기봉,946봉의 익수와 기환]
946봉을 내려서자마자 다시 산죽길이 시작된다.잠시 뒤,910m 잘룩이를 거쳐 대간은 992봉으로 고도를 높인다.8시 18분,992봉에 올라서니 남서진하던 대간은 서서히 북서쪽으로 머리를 틀어나간다.992봉을 등지고 내려서는 길은 완만한 능선길.아름드리 적송이 기세좋게 하늘로 뻗어오른다.
946봉을 내려서면서 다시 산죽길이 시작된다.잠시 뒤,대간은 910m 잘룩이를 거쳐 992봉으로 고도를 높인다.8시 18분,992봉에 올라서니 남서진하던 대간은 서서히 북서쪽으로 머리를 틀어나간다.992봉을 등지고 내려서는 길은 완만한 능선길.아름드리 적송이 기세좋게 하늘로 뻗어오른다.880m 잘룩이를 지나자 서서히 오르막길이다.8시 48분,화란봉(花蘭峰1,069.1m)에 올라섰다.
이름 그대로라면 꽃과 난초가 화원을 이루는 봉우리이지만 꽃도 난초도 없다.대신 참나무 숲이 정수리를 에워싸고 있었다.단지 이 일대는 닭목재 하산길에 만난 더덕 채취군의 이야기로 미루어 더덕을 비롯,산나물이 많은 듯했다.
[화란봉(花蘭峰) 정수리에서]
북서진하던 대간은 화란봉(1,069.1m)에 이르러 45도가량 왼쪽(남서)으로 방향을 틀어 닭목재(700m)로 고도를 낮춘다.닭목재까지 도상거리는 약 2.3km,40분이 채 안걸리는 거리다.화란봉에서 9분 가량 다리쉼을 하고 9시,하산에 들어가 200미터가량 내려서자 전망바위가 반긴다.오늘 구간가운데 최고의 전망바위로 노송이 곁들어져 풍치가 기가 막혔다.
[노송과 바위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전망대에서]
전망바위에서 잠시 동안 망중한(忘中閒)을 즐기다가 하산길에 들었다.사진은 닭목재로 내려서는 종주팀의 모습이다.닭목재로 내려서다가 화란봉으로 올라오는 중년의 등산객(?)과 마주쳤다.얼핏 보면 대간종주꾼처럼 보였으나 배낭이라든지 옷차림을 살펴보니 종주꾼은 아니었다."수고가 많으십니다.혼자 종주를 하십니꺼?"하고 물으니 "아니요,더덕을 캐러 왔어요."한다.삽당령에서 예까지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으니 우정 반가웠다.우리는 수인사를 하고 그와 헤어져 빠른 걸음으로 닭목재로 내달았다.20여분 그렇게 내려오자 내리막길은 완만해지더니 적송군락지에 다다랐다
[화란봉을 내려오는 종주팀]
닭목재 근처에 오니 임도가 나오고 그 임도를 건너자 9시 35분,닭목재가 나왔다.닭목재는 문경의 버리미기재처럼 닭의 목처럼 고개가 잘숙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지금은 도로가 뚫리는 바람에 옛고개의 정취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글거리는 햇볕이 닭목재에 쏟아지고 있었다.현기 말마따나 시원한 캔맥주 한 잔이 그리웠다.닭목재에서 다시 만난 기묵 아우에게 물어보니 휴게소는 폐쇄된 지 오래였고,그나마 마을 가게마저 고개에서 1.5km가량 대기리 쪽으로 내려가야 한단다.그래서 우리는 기묵 아우한테 식수를 부탁하고 잠시 콘테이너박스 곁에서 다리쉼을 했다. 오전수업은 이렇게 끝났다.
다음 이야기는 <닭목재-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구간으로 이어집니다.
[주:해묵은 종주기입니디만 기록을 위해 선을 보입니다.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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