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산 정수리에 선 종주팀-왼쪽 반바지가 필자]
밤티재-늘재-청화산-조항산-대야산-촛대봉-곰넘이봉-버리미기재(04/6/27)
대야산은 백두대간 주변 구간 중 가장 뛰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산으로 주위의 둔덕산과 마귀할미통시바위를 엮어서 산행을 할 수 있는 명산이다.대야산을 알려면 가까이 파고들어 속살을 보아야 한다.멀리서는 그 자태를 가늠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산행들머리부터 문경 8경가운데 하나라는 용추계곡을 따라 오르면 기이한 암반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무당소며,용추,월영대 등 온갖 형상의 수반 위로 옥계수가 사철 흘러 산행길도 시원하고 즐겁기만 하다.대야산을 찾은 것이 썩 잘 했다며 눈길 주는 곳마다 탄성이 절로 난다.이 계곡의 멋은 뭐니뭐니해도 용추에 있다.전설에는 이 곳 용추에서 두 마리의 용이 올랐다고 하는데 승천하며 남긴 비늘자국이 양 옆으로 선명히 남아 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대야산은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온 산을 가득 메우고 있어 마치 바위들의 전시장 같다.대야산은 문경시 명산들 가운데 등산객이나 계곡을 찾는 피서객들이 가장 많이 오는 곳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그만큼 인산인해를 이뤄도 오를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대야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용추계곡을 들머리로 피아골,댓골,가리막골이 있다.이 가운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길은 용추골로 올라 다래골의 밀재나 피아골에서 대야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이다.용추골로 해서 밀재로 올라가는 계곡은 특별히 경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길이며,용추폭포,월영대 등 명소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피아골은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길로 정상 부근은 매우 가파르고 겨울철에는 빙판으로 변하기 일쑤여서 조심해야 한다.하지만 지금은 계곡 오른쪽으로 또 다른 등산로가 열려 조금은 안심이다.밀재와 피아골 모두 대야산 정상까지는 2시간쯤 걸린다.암릉미를 즐기며 능선을 오래 타고 싶다면 댓골산장에서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올라 마귀할미통시바위를 지나 밀재-대야산-피아골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대야산에서 돌아본 속리산 주릉]
대야산 정수리에서 남서쪽으로 하늘금을 긋는 속리산 주능선을 조망한다.맨 뒤 톱날처럼 삐죽삐죽 솟아오른 능선이 속리산 주능으로 커다란 삼각형이 관음봉이고 그 왼편에 문장대가 있다.
[대야산에서 돌아본 둔덕산]
[대야산에서 북북서쪽으로 바라본 군자산과 칠보산]
북쪽으로 괴산의 명산 군자산과 칠보산을 바라본다.왼쪽이 군자산이고 오른쪽은 칠보산이다.두 산 사이로 그 유명한 괴산의 쌍곡계곡이 질러져 있다.
[대야산에서 바라본 장성봉과 애기암봉,원통봉능선]
[대야산에서 북동쪽으로 조망한 희양산과 백화산]
천하 제일의 조망터 대야산에서 북동쪽으로 바라본 백두대간 희양산 주변의 산들-희고 밝은 거대한 암장이 바로 희양산이다.희양산 산자락에는 일년에 딱 한 번 산문을 여는 조계종 제일의 특별선원 "봉암사"가 터잡고 있다.
[대야산에서 굽어본 동릉과 촛대봉-대간은 왼쪽으로 꺾인다.]
상대봉에서 동릉 너머 촛대봉 일원을 카메라에 잡는다.바위투성이의 촛대봉에서 곰넘이봉으로 이어지는 왼쪽 능선이 가늠된다.대야산 상대봉에는 어디에 잠시 앉을 만한 자리도 그늘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촛대재로 내려가는 하산길을 찾는다.그런데 아차!하는 순간,등산객들이 오른쪽 가파른 비탈로 내려가는 길로 우리도 빠져들고 말았다.한참동안 가파른 등산로를 내려서다보니 뭔가 이상하다 싶어 표지판을 보니 이 길은 피아골을 따라 용추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아닌가.우리는 상대봉으로 다시 올라와 대간 길을 찾는다.
대간 길은 사람들이 길목을 가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어렵게 하산길을 찾아 놓고 일행을 기다린다.그러는 사이,화북면의 김환동 개인택시 기사(011-803-6463)한테 4시 무렵이면 버리미기재에 도착할 것 같으니 버리미기재에서 만나자고 휴대폰을 넣었다.상대봉 하산길은 사진에 보이는 대야산 동릉 왼쪽으로 내려서야 하나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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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37분,이제 대야산 직벽구간 100여 미터를 내려간다.듣던 대로 이 직벽구간은 겨울철에는 미끄럽기 짝이 없으니 보조장비를 준비하여 위험에 만전을 기해야 할 듯했다.그런데 오늘은 촛대재에서 이 직벽을 타고 오르는 등산객들이 뜻밖에도 많아 우리는 직벽들머리에서부터 한참동안 그들을 기다려야 했다.그들은 너나없이 벌겋게 상기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휴-"하는 한숨을 내뱉는다.그만큼 힘이 들고 어렵다는 반증이었다.로프를 잡고 조심조심 내려선다.또다시 저 아래에서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우리는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한쪽으로 서서 그들이 올라오길 기다린다.
그때 젊은 커플이 올라오더니,처자가 다리에 근육경직이 일어났다며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그 아가씨는 온통 땀투성이에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다.우리한테 구급약이 있으면 달라고 애원한다.현기는 진통제를 꺼내 발라주고 우리는 하산길에 든다.
조금 더 내려가니 15미터 직벽에 한 가닥 로프가 걸려 있는 구간이 나온다.재화가 먼저 하강하고 그 다음에 내가 내려선다.익수 차례다.까마득한 직벽을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익수는 로프를 타고 하강하는 법을 알고는 있지만 막상 밧줄에 의지히여 한 걸음 한걸음 내려오면서 오금이 저리는지 무릎을 펴지 못하고 다리를 오므리니 몸의 중심이 한켠으로 쏠려 위험천만이었다.나는 직벽을 기어올라가 익수의 엉덩이를 받쳐주면서 하강을 무사히 마쳤다.기환이는 일주일에 세 번씩 인공암장에서 훈련을 하는 바람에 훌륭하게 그 직벽을 내려온다.기환이 말로는 오늘을 대비하여 3달째 암벽훈련을 해왔다는 것이다.이 직벽을 내려서자 한 군데 더 가파른 바위구간이 있었으나 모두 탈없이 내려섰다.2시 54분,대야산 북릉의 험난한 구간을 내려와 촛대재로 간다.마사토로 다져진 하산길을 내려오다가 나무그늘이 진 곳에서 3시 13분부터 3시 24분까지 다리쉼을 한다.
다들 기진맥진한 듯하다.무려 13시간 가량 걸음짓을 했으니 체력은 바닥이 다 낫을 터...우리가 다리쉼을 하고 있는데 젊은 대간꾼들 남녀 15명이 우리를 지나쳐 간다.버리미기재까지가 오늘의 하산날머리라 한다.3시 33분 촛대재 사거리(580m)에 다다랐다.(14:36)
[촛대재에 세워진 안내판-이런 엉터리 안내판이 수두룩하다.]
3시 39분 촛대봉으로 오른다.5분쯤 평탄한 길이 이어지다가 로프가 있는 곳에 다다르자 가풀막지다.촛대봉 오름길은 군데군데 로프가 설치돼 있고 바위 사이로 올라간다.한바탕 바위와 씨름을 하며 3시 58분,촛대봉에 오르니 정상은 공터인데 폐묘였고 아까 만난 젊은 대간꾼들이 다리쉼을 하고 있다 우리가 오자 자리를 비워준다.여기서 버리미기재까지는 1시간 20분 거리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평소 나는 이정표 따위를 잘 믿지 않지만 그래도 우정 반가웠다.그렇다면 늦어도 5시에는 버리미기재에 도착하리라.그런데 버리미기재에 다다라 확인해보니 그 이정표는 정말 엉터리였다.잘못된 거리나 시간은 적어놓지 않는 게 차라리 옳은 일-거리를 실측하지 않고 대충대충 적은 잘못된 이정표를 믿고 얼마나 많은 대간꾼이나 등산객들이 허탈해 할 것인가.우리의 잘못은 현장에 가서 실제로 거리와 시간을 재보지 않고 탁상공론으로 일을 처리한다는데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사진은 촛대봉을 오르면서 쳐다본 촛대봉의 모습이다.대야산 정상에서 보면 촛대처럼 뾰족하지만 가까이에서는 그런 구석이라고 찾을 길이 전혀 없다.(15:43)
[촛대봉 전경-겉으로는 육산이나 암릉이 많다.]
4시 촛대봉에서 잠시 목을 축인 다음 불란치재로 내려선다.불란치채 하산길에는 쭉쭉 벋은 굴참나무가 들어서 있어 시원하다.4시 11분,불란치재에 닿아 또다시 다리를 풀었다.사진은 종주팀 모두 불란치재에 다다라 배낭을 등지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인데,다들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고 현기는 아예 눈을 감고 피곤에 겨워한다.사진은 문경시 완장리 쪽에서 괴산군 청천면 관평리 쪽으로 바라본 불란치재의 모습이다.불란치재는 촛대봉과 곰넘이봉 사이에 있는 고개로 버리미기재를 넘는 922번 2차선 포장도로가 열리기 전까지는 문경의 가은읍 완장리와 충북괴산의 청천면 관평리를 이어주던 옛길로 통행량이 제법 많았던 고개다.
상주 화북의 늘재를 넘어 청천과 괴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남북방향이라면,문경 가은에서 불란치재를 넘어 청천과 청주로 이어지는 길은 동서로 난 방향이다.그러나 교통이 발달하면서 늘재가 992번 지방도로로 포장되어 여전히 쓰임새를 갖춘 반면,불란치재는 버리미기재에 922번 포장도로를 넘겨주고 지금은 쓰이지 않는 옛길이 되고 말았다.
불란치재는 지금도 뚜렷한 옛길의 흔적이 남아 있으나 통행은 거의 없다.불란치재와 버리미기재는 사람들이 걸어다니던 시대에서 문명의 시대로 넘어가는 고갯길의 변천과정을 보여주는 곳이다.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변천과정을 잘 나타내 보여주는 곳이 바로 문경지방의 고갯길이다.그가운데 계립령은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새재(조령)는 조선시대에,이화령은 일제시대 이후에 각각 그 역할을 담당해 온 고개들로 한 곳에서 역사의 흐름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곳이라 하겠다.불란치재는 옛 문헌에는 불한령(弗寒嶺),불원치(佛院峙),불한현(弗寒峴)으로 기록돼 있으며,대야산의 허리로 괴산 경계에 이른다고 적혀있다.
뜻을 풀어보면 춥지 않은 고개라는 의미로 이곳의 지형을 보면 촛대봉과 곰넘이봉 사이의 깊은 계곡길로 두 봉우리 양쪽으로는 다시 대야산과 장성봉이 가로막고 있어 한겨울 찬바람에도 포근하다고 하여 불한령으로 불린 것으로 생각된다.또 불란치재는"불이 났던 고개"라는 뜻으로 전해지고 있다.(16:18)
[불란치재에 다다라-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불란치재에서 숨을 고르고 577봉 헬기장으로 가는 길에도 굴참나무가 우거져 시원했다.몸은 비록 피곤하지만 산의 품속에 안겨 산이 주는 온갖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자다가 죽는 일은 있어도 걷다가 죽는 일은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걸음걸이는 우리의 정신을 살찌우고 나약한 몸을 강건하게 해주기 때문에 결코 걸으면서 죽는 일은 없다.
지금 우리의 몸은 천근만근 흐느적거리지만 우리 몸은 안과 밖이 서로 하나가 된 합일의 상태다.따라서 정신은 최고의 절정기에 들어서 있는 셈이다.헬기장이 있는 577봉으로 오르다 대야산을 뒤돌아본다.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 앞만 보고 달리다가 때로는 지나온 길을 뒤돌아볼 때도 있어야 하듯,우리는 대야산을 뒤돌아본다.대야산 북릉의 직벽이 얼마나 가파른지 어림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16:20)
[577봉으로 오르며 돌아본 대야산-직벽이 가운데로 나 있다.]
4시 28분,헬기장이 있는 577봉에 다다랐다.이제 곰넘이 제1봉(731m)으로 오른다.사진은 헬기장에서 16분 거리에 있는 전망바위에 다다라 또다시 뒤를 돌아다본다.사진 오른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대야산 정상인 상대봉(930.7m)이며,거기서 급격하게 내려꽂히는 북릉이 왼쪽의 촛대재로 수그러들다가 오른쪽 촛대봉으로 올라붙는다.촛대봉에서 대간은 불란치재로 수긋해지다가 소나무가 있는 577봉 헬기장으로 용트림친다.(16:41)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대야산과 촛대봉,그리고 대간마루금]
전망바위에서 우리가 밟은 대야산-촛대재-촛대봉-불란치재와 577봉을 뒤돌아보고 4시 48분 미륵바위에 다다랐다.묘하게 생긴 미륵바위 앞에서 기환이와 익수가 기념사진을 찍었다.미륵바위 뒤쪽에 뾰족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촛대봉이다.(16:48)
[미륵바위를 등진 익수와 기환]
카메라앵글을 오른쪽으로 옮겨 미륵바위와 대야산 원경을 함께 잡았다.(16:48)
[미륵바위와 대야산 원경]
미륵바위를 뒤로 하고 곰넘이봉 제1봉(731m)으로 오른다.곰넘이봉 제1봉 오름길에는 숲이 터널이 이뤄 싱그럽다.숲터널을 통과하고 있는데 버리미기재에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던 김환동 기사로부터 휴대폰이 날아들었다.4시가 넘어도 아무 소식이 없자 궁금하여 전화를 한 것이었다.이대로라면 거의 5시 30분이 넘어서야 버리미기재에 도착할 수 있겠다는 말을 김 기사에게 전했다.생각밖으로 진행이 더뎌 김 기사한테 미안하기 그지 없었다.
5분 뒤에 곰넘이봉 제1봉에 올랐으나 별 특색이 없는 그저 밋밋한 숲이다.4시 53분이었다.제1봉에서 곰넘이봉 제2봉으로 간다.5시 8분,곰넘이봉 제2봉에 오르니 크고 작은 바위가 이리저리 놓여 있다.제2봉에 다다른 시각은 5시 8분. 정상 주변 바위에 올라서서 곰넘이봉 제3봉(670m)을 바라본다.곰넘이봉 제3봉은 암릉과 소나무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보기 드문 봉우리다.그러나 제3봉 오름길에는 10여미터의 바위슬랩이 있어 진땀을 빼게 만들었다.
사진 한가운데 갈라진 틈이 있는 부분이 바로 그 문제의 슬랩이다.그리고 670봉 뒤로 멀리 희끄무레한 희양산의 암장이 버티고 있다.사진은 곰넘이봉 제2봉을 내려가면서 곰넘이봉 제3봉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17:20)
[곰넘이봉 전경-앞쪽에 10미터 직벽이~]
[클로즈업한 10미터 직벽]
문제는 현기였다.평소 바위꾼인 현기가 로프를 잡고 시도하더니 올라오지 못한다.나는 너무 기가 막혀 "현기야!" "웬일이야"라고 고함을 질렀다.그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다.잠을 제대로 못잔데다 체력마져 급격히 떨어져 순간적으로 낭패를 본 모양이었다.현기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로프에 붙어 5시 45분,어렵사리 슬랩을 통과했다.사진은 슬랩을 올라선 뒤 마당바위에 청정하게 서 있는 소나무가 연출하는 멋진 구도를 카메라에 잡아보았다.
[곰넘이봉 아래 전망바위]
잠시 뒤 670봉에 오른 다음,버리미기재로 하산한다.5시 54분 헬기장을 지나 5시 58분 922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버리미기재에 다다르니 김환동 기사는 무려 2시간 동안이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김 기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상주시 화북면에 있는 오직 하나뿐인 개인택시로서 15년 째 백두대간 산꾼들을 실어날랐다는 김 기사-그는 대간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여 우리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15시간 반이 걸린 16차 끊어타기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그러나 우리는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몸에서는 이상야릇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김 기사한테 이 몸으로 차에 들어가도 좋겠느냐며 양해를 구하자 "괜찮다."며 빙그레 웃는다.익수 차를 세워둔 밤티재로 갔다.김 기사는 수고비로 30,000원을 받는다.2시간이나 대기를 했는데도 너무 뜻밖이다 싶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리고는 다음 구간부터는 자신을 찾지말고 연풍의 개인택시를 소개해준다.참으로 고마웠다.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자신이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을 너무도 극명히 선을 그어준다.그는 대간꾼들보다 어쩌면 더 대간꾼일지도 모른다.우리는 그의 욕심없는 소탈한 성격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마치 아침에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우유를 먹는 사람보다 더 건강하듯이,산을 타는 사람보다 산 타는 사람을 실어나르는 그의 올곧은 태도는 배울 점이 많았다.
우리는 상주시내로 가서 목욕을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그러나 그보다 더 먼저 할 일은 어디 가까운 수퍼에 들러 시원한 "캔맥주 한 잔으로 갈증을 축이는 것이었다.특히 현기는 산행 뒤,"캔맥주 딱 한 잔"을 노래처럼 부르곤 하니 이번에도 현기의 선창에 따라 우리는 화북 면소재지에 있는 슈퍼로 직행한다.
슈퍼에서 맥주를 사서 들이키고,나는 시원한 음료로 갈증을 다스렸다.그러자 때마침 폭우가 쏟아진다.그때 건너편 시루봉식당 앞에 김 기사의 택시가 보였다.슈퍼 아줌마한테 물어보니 김 기사 아내가 꾸리는 식당이었다.시골에서는 얼리지 않는 삼겹살을 먹기란 하늘의 별따기이건만,우리는 목욕이고 뭐고 각설하고 김 기사의 시루봉 식당으로 들어서고 말았다.김 기사는 그저 무덤덤했다.우리는 안방에 자리를 잡고 삼겹살을 정신없이 먹어치웠다.소줏잔이 여기저기서 날아들었지만 현기는 운전을 해야 한다며 한사코 술잔을 사양한다.마지막으로 나온 된장국은 일품이었다.김 기사가 손님을 태우러 나간 사이 우리는 아지매한테 대신 전해달라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후일을 기약하며 우리는 익수 차에 몸을 실었다.김 기사 아지매의 따뜻한 전송을 받으며...
이번 16차 끊어타기는 힘들면서도 훈훈한 인간애를 느낀 드문 종주로써 우리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대야산을 내려서던 그 험난한 직벽이 결코 우리의 뇌리에서 떠날 수 없듯이....
[종주정보]
02:35 밤티재(500m)..0.65km...03:00 경미산(696.2m)...1.75km...04:07-04:26 늘재(360m)...1.5km....05:28-05:37 890봉....0.58km...06:24-06:28청화산(984m)....06:40 976봉(시루봉 삼거리)....1.35km....07:10 858봉....1.0km....08:00-08:34 801(전망바위)....0.63km....08:57갓바위재(774m헬기장)...1.1km...09:44-09:56조항산(953.8m)..
...733봉...1.25km...10:35-10:53 고모치(670m)....11:08 723봉....0.88km....11:25 둔덕산 갈림봉(881m/좌측-마귀할미통시바위)...11:40-11:48 853봉.....0.87km...11:58
-12:10 850봉...0.83km....12:36-13:01 밀재(660m)....13:25 830봉....13:35 888봉....921봉....1.05km....14:01-14:27 대야산(930.7)....15:33 촛대재(580)...1.05km
...15:39-15:58 촛대봉(671m 묘)...0.5km...16:11 불란치재(510m 공터)...16:28 577봉(헬기장)...16:53 731봉...1.12km...17:08 곰넘이봉(733)...0.25km...17:45 670봉...0.5km...17:58 버리미기재(470)
*총종주시간:15시간 23분
*총종주거리:16.8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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