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을 맑게 하는 山詩

숲-임명수



 

나만이 아는 숲이 있다.

그 숲속에 작은 샘터가 있고

홀로 돌아오는 호젓한 숲길이 있다.

실은 나혼자 아는 숲은 아닐 것이다.


울창한 숲을 돌고 돌아서

맨 처음 이 샘터에 다다른 이

그가 누구였는지 이제 알길 없다.


샘터 너머

숲이 끝나는 작은 언덕 위에

낯선 바람 몰려 노는 무덤이 있어

간혹 한 번씩 찾아가 말을 나누지만

그 언덕 위의 하늘은 늘 비어 있다.


연연한 먼 마을에로

숲길을 풀어놓고

무덤은

숲의 주인처럼 엄숙하고 고요하다.

어쩌면 하늘이 주절대며 맑게 고이는

작은 샘터를

무덤 속의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울창한 숲을 돌고 돌아서

홀로 돌아오는 호젓한 숲길이 있다.

먼 마을 웅성거리는 소리 들리지 않는

나만이 아는 숲이 있다.

.                                  

                              임명수(1940~ )

 

             임명수 시인은 오사카에서 태어나 해방되던 해 귀국하여

             줄곧 부산에서 시작활동을 하고 있다.등단이후 한번도 중

             앙지에 시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고수해온 기벽을 지닌 시

             인이다.그는 서정과 감성의 시인이다.

             

                     육체여,육체여.

                     푸르른 감성이 빠져나간 뒤에는

                     너도 한낱 갯벌에 지나지 않는다.

            

                     바다여,생명의

                     빛깔을 더 풍요롭게 하는

                     오!에메럴드빛 눈부신 감성이여  -<갯벌>에서       

 

            그리고 그는 몽상의 시인이기도 하다.첫번째 시집 [잠]에서

            "떠도는 牧草地여,작은 샘이여,/꿈은/물방울처럼/잠 속으로

            맑게 고이고/넘치는 것은/五色 구름 위의 시간"이라 한다.

           

            그는 자신만의 세계를 간직하고 있다.그 세계는 "작은 샘터"

            와 "호젓한 숲길"이 있는 세계이다.이는 자연의 세계이며

            탈속(脫俗)의 세계이며 자아가 세계와 합일을 이루는 서정의

            세계이기도 하다.  

            

'마음을 맑게 하는 山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山行/山을 내려놓고-정우일  (0) 2006.12.20
덕유평전-이성부  (0) 2006.08.10
산에 대하여-신경림  (0) 2006.05.22
가야산에 숨어 살며  (0) 2006.05.19
날마다 산을 바라보면서  (0) 200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