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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맑게 하는 山詩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최동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하산 길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휘어진 발가락에 꼬랑내 범벅이 된 발을

내 한계 만한 문수의 신발을 족쇄처럼 차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발길 재촉하며
길 아닌 길에서도
양말보다 두터운 아집으로 재갈 물려
멈추자 말도 못하던 내 발

오를수록 불어나는 욕망의 배낭을 지고
올라간 산의 정상에서도
가장 낮게 섰던 내 발
머리보다 높은 곳에 설 수 없는
측은한 두 발을 씻다 말고
두 발 사이에 끼인 얼굴 하나 만난다.

졸지에 박쥐같은 자세가 얄궂다
뜨악하게 마주보다 기가 막혀
평생을 떠받쳐온 관상하고는 ...
삐닥한 꼬라지에 냄새하고는 ...
계곡물에 씻겨 나란히 흘러가며
네 꼴이 내 꼴이란 말이지
허 허 참,발도 얼굴도 피식 웃는다.

최동완

*최동완 시인은 2006년 3월 계간지 [문학21] 봄호에 "연화도 가는길" 외 4편으로 늦깍이 등단한 시인입니다.

저와 죽마고우로 평소 산행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최 시인의 시를 소개하며 일독을 권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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