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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산

2006년 시산제 제문-이일산우회


 

 

천지인(하늘,땅,사람)에게 3배를 하며 고한 이일산우회 시산제 제문입니다.


유세차(維歲次)
병술년 정월 22일,이일산우회 산우회장 전기환은 천성산 산신령께 엎드려 고(告)하나이다.

저희 동기 일동은 지난 한 해에도 산신령님의 후덕함으로 아무 탈 없이 산행을 이루어왔습니다.평소 산을 좋아하고 산행을 즐겨온 우리는 산의 너른 품안에서 그 넉넉함을 배우고,그 변하지 않음을 벗해 왔습니다.

때로는 삶에 지친 우리에게 말 없는 가운데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며 용기와 기운을 불러넣어주시고,때론 질풍노도와 같은 후련함도 주시었습니다.힘들게 정상에 오르면 눈을 시원하게 해주었고,우리에게 호연지기를 기르게도 했습니다.

꽃 피는 봄에는 온갖 조화로 우리의 마음을 일깨워 아름다움을 베풀어주시었고,여름에는 뭉게구름 아래 천둥치는 격렬함을 보여주시었으며 온산이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가을에는 숙연함과 장엄함을 느끼게 해주시었습니다.아울러 백설로 뒤덮인 겨울에는 온깆 추함을 감추어 끝내는 우리의 가슴을 청정하게 해주시었습니다.

산은 이같은 갖가지 후덕함을 우리에게 보여주지만 산을 가볍게 보거나 만용을 부릴 때는 엄한 질책을 내려주기도 하니,이제 우리는 이 자리를 빌어 스스로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며,작은 나를 버리고 큰 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산행은 산으로 나아감이니,모름지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야 할 것이며,이기심을 버리고 정도(正道)를 가야 할 것입니다.산과 산행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므로 거기엔 오직 실천이 있을 뿐입니다.따라서 소중한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는 자세가 이를 구현하는 길이라고 다짐해봅니다.      

산신령이시여,올 해에도 우리 동기들을 굽어 살피시어 한 사람의 잘못도 없게 해주시고 몸과 마음에 평안이 넘쳐 흐르도록 해주시고 우리들의 가정에도 행운이 함께 하도록 해주소서.

모쪼록 간소한 제물이나마 저희들의 소박한 뜻으로 여기시고 기쁘게 흠향하옵소서.

이일산우회 회원 일동

상향(上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