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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응봉산 용소골('07/10/14)<1>

                               덕구온천 원탕-노천 원천에 다다른 33산우회 후배와 가족(06:38:46) 

 

3년만에 용소골을 찾아나선다.지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해마다 품에 들었던 용소골과 응봉산,대개는 동기들과 함께 했지만 더러는 나홀로 배낭을 꾸려 무심히 찾아들었던 용소골.내 머리속에 홈통처럼 패여 있는 그 골짜기를 오늘은 청마산우회와 더불어 간다.28인승 디럭스 대절버스를 예약해놓았건만 무박산행의 빠듯한 일정 탓인지 회원들은 고작 14명뿐이었다.나는부랴부랴 용마산악회 후배인 33산우회,김법영 부총무한테 전화를 넣어 동참을 권해보았다.마침내 11명의 후배들이 흔쾌히 참여하여 모양새를 갖췄다.

 

당초 계획은 울진의 소광리를 들머리로 하여 큰빛내의 금강송으로 유명한 대왕소나무를 둘러보고 큰당귀골을 거쳐 3용소를 필두로 용소골을 내려와 덕풍마을로 하산하기로 했다.그러나 큰 차는 소광리 마을에서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한단다.무려 8km에 이르는 포장도로를 걸어 대광천 화전민정착촌까지 걸어가야 하므로 아무래도 일정이 맞지 않아 또 다시 덕구온천을 산행들머리로 삼고 말았다.따지고보면 산행시간은 덕구온천 쪽보다 2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그렇다면 11시간~12시간이 소요될 듯하였다.초행길이 대부분인 회원들에게 이를 강요하기에는 무리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10월 13일 밤 11시,부산을 출발하여 14일 새벽 3시 30분경 울진의 덕구온천에 다다랐다.차안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눈을 붙였다.우리는 응봉산으로 오르는 최단코스인 옛재능선길을 버리고 온정골로 들어간다.5시 30분.간단한 준비운동을 마친다.온정골을 거슬러 원탕에 다다른 다음,응봉산 고스락에 올라선다.고스락에서는「작은당귀골」로 하산,「용소골」을 더터「덕풍산장」의 이희철 반장댁에 짐을 풀기로 했다.산행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오후 3시쯤에는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엊저녁 술추렴으로 종주에 자신이 없다는 황선정 회장이 덕풍마을로 가 용소골을 거꾸로 오르겠다고 한다.10시간 남짓 걸리는 계곡 산행에 자신이 없어 내린 결정이란다.그러자 김홍명 회원도 황 회장과 함게 하겠다는 것이다.그리고 김홍명 회원을 따라 객원으로 온 친구도 B조로 남겼다고 한다.결국 3명이 덕풍산장으로 가게 되었다.

 

어둠을 뚫고 온정골 들머리로 향한다.산행 들머리는 온천장 바로 밑 식당가의 왼편 계곡.5시 35분,물을 가두어 둔 둑 위의 다리를 건너 계곡 왼편 산길로 붙었다. 온정골 산행은 초입부터 절경을 연출하며 산객들을 압도한다.둑에 갇힌 온천장의 물은 어쩌지 못하고 깎아지른 바위 벼랑 밑의 검푸른 탕에다 세찬 물줄기를 연신 쏟아 붓고 있었다.원탕에서 뽑아져 나온 온천수는 온천 송수관을 통해 온천장으로 공급되는데 그 송수관의 길이가 무려 4km에 달한다고 한다.최초의 온천수는 이 노천 송수관을 통과하면서 0.8˚가량 수온이 낮아진다고 한다.


랜턴에 불을 밝히고 산길로 들어섰다.경사는 느슨하고 새벽 산 공기는 더할 나위 없이 싱그럽다. 그리고 사위는 고즈넉하다.우린 이 정일(靜逸)에 빠지기 위해 여길 오지 않았던가.일상(日常)을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느낀다. 골바람 한 올 없는 온정골은 더웠다.너무 후덥지근하여 등줄기에 이내 땀이 배여 나온다.일행 가운데 몇 명은 벌써 겉옷을 벗어젖힌다.나는 아무래도 좋았다.코끝을 스치는 상큼한 공기 속에는 수목에서 내뿜는 신선한 피톤치트 향기가 섞여 나온다.그 향기는 일순 잠자던 내 뼈와 살을 흔들어 깨운다.등뼈와 팔다리에 갇혀있던 뻣뻣함이 풀린다. 비단자락을 깔아놓은 것처럼 산길은 부드럽다.

 

5시 45분,2번째 다리를 건너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었다.다리를 건널 때마다 울진군에서 이름붙인 듣도 보도 못한 다리이름이 생소했지만 그저 애교로 보아줄 만했다.산길은 여전히 부드러웠으며 경사 또한 느슨했다.온천 송수관이 길 안내를 해준다.4분 뒤 다시 다리를 건넜고 6시 6분, 선녀탕과 마주쳤다.어둠이 걷히고 날이 밝아온다.선녀탕 아래로「용소폭포」가 보였다.용소폭포는 2단으로 두 개의 탕이 검푸른 물을 담고 있었다.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희부윰한 어둠 속에서도 흰빛을 내며 세차게 내려꼿힌다.아직은 모든 게 잠들어 있는 시각.흐르는 물만이 깨어나 저희들끼리 쉼 없이 도란거린다.그러다 폭포나 벼랑을 만나면 천둥보다 더 격렬함으로 다투고 작은 돌멩이를 만나면 솜털보다 더 부드럽게 살랑거리며 귀엣말로 속삭인다.10분쯤 다리품을 팔자 또다시 다리를 건너야 했다. 얼마 가지 않아 쉼터가 나온다.여기서 5분 가량 다리쉼을 한다.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고 거친 숨길도 추슬렀다.

 

6시 28분「신선샘」(또는 효자샘)에 다다른 뒤,4분 뒤에는 팔각정에 닿았다.어둠이 사위어 훤해진다.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 같이 어둠이 풀리기 시작한다.또다시 4분쯤 훤해진 숲길을 걸어가니 다리가 나온다.다리를 건너 오른편 산길로 들어서자 골 안은 내쳐 헤벌어지면서 드디어 새벽하늘이 보인다.완연한 아침을 맞는다.저 앞쪽으로 새벽 이내인지 안개 같은 게 자욱하다.가까이 다가가자 온천수 송수관에서 뿜어내는 물보라가 주위 일대를 감싸 그렇게 보였다. 

 

6시 38분,마침내 나라에서 유일한 노천온천이라는 원탕터에 다다랐다.콘크리트로 계곡에 만든「노천온천탕」은 84년 여름 폭우로 유실되어 흔적만 남아 있었다.표지판에는 전씨 성을 가진 사냥꾼이 600여 년 전에 이 골짜기에 들어왔다가 온천을 발견했다고 적고 있다.온천수를 뽑는 송수관에 진짜 온천수인가 싶어 손을 대보니 뜨거웠다. 40도가 넘는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듯했다.개울 건너 산신각은 너무 깨끗해 흔적만 남은 노천 온천장과 사뭇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원탕터에서 세수를 하고 온천수를 들이킨다.

 

                                                      덕구온천의 원탕,노천 온천-온천수를 마시는 청마산우회 김경식 후배(06:39:12)).

 

                                                노천 원탕에 다다라 다리쉼을 하는 회원들(06:40:06) 

 

                                                            노천 온천수를 뜨는 33산우회 가족(06:41:37)

 

                                                                   노천 온천 건너편의 산신각(06:45:31)

 

                                                                         산신각에서 바라본 노천 온천수(06:45:49)

 

우리는 여기 노천 원탕에서 아침 식사를로 김밥으로 때우기로 했다.물도 있고 벤치도 있으니 안성마춤이었다.7시 조금 지나 응봉산으로 발길을 향한다.노천 원탕에서 물을 건너 온정골 왼쪽 가파른 산길로 걸어간다.잠시뒤 능선을 돌아서니 물길이 등산로를 끊어버린다.7시 20분,물을 건너 급경사의 북서쪽 비탈길을 갈지자로 오른다. 둔덕 마루에는‘정상 2km'라는 표지기가 걸려 있다.

 

여기 이 마루턱에서 바로 치오르면 응봉산 정상이고,왼쪽으로 잠시 내려섰다가 계곡을 따라 오르면「폭포골」이다.7시 40분,응봉산 정상까지 2km 거리의 가풀막진 산등 길을 더터오르기 시작한다.이 오르막 비탈은 햇볕이 잘 드는 동쪽이어서 아름드리 적송(赤松)이 즐비하다.우리나라의 산 어디를 가더라도 마주치는 그 흔한 소나무. 그 가운데서 적송만큼 아름답고 빼어난 자태를 지닌 나무는 없을 것이다.경주 계림에 있는 구부러진 안강형(安康形)의 소나무가 아니라 하늘로 쭉쭉 뻗은 적송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그래서 동양 삼국에서도 우리의 적송은 질이 뛰어나고 품격이 높아 예부터 그 우수성은 정평이 나 있다.소나무의 송(松)은 木公,즉‘나무의 공작’이라 하여 중국에서 비롯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온정골 물길을 벗어나 북서쪽으로 열린 응봉산 오르막길-붉은색 상의를 입은 박승훈 청마 산행대장(07:28:00) 

 

둔덕마루에서 시작되는 오르막은 가팔막져 인내심을 요구한다.장단지가 당기고 숨길이 거칠어진다.30분 가량 땀을 흘리며 올라서면 금강송이라고도 하는 적송의 자태가 아름다운 둔덕에 이른다.이 둔덕에서는 온정골과 옛재능선이 바라보이고 주변 조망이 빼어나다.

 

                                                  금강송을 배경으로-청마산우회 김용진,김경식,박승훈 대장(07:58:28)

 

                                                                    금강송의 멋진 자태-그 뒤로 옛재능선이 보인다(08:00:15)

 

우람한 금강송을 등진 청마의 김경식,장경재,박승훈 대장(08:11:06)

 

그 둔덕에서 10여분 후미를 기다리다 응봉산으로 오른다.30여분 발품을 팔아 정수리 아래의 헬기장을 밟고 응봉산 고스락에 도착한 시각은 8시 40분.배낭을 벗어놓고 사위를 조망한다.  

 

                                   응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08:46:22)

 

일행이 다 모이자,나는 응봉산 서쪽에 둘러쳐진 낙동정맥(洛東正脈)의 하늘금을 회원들에게 소개한다.응봉산(999m)에서 12시 방향이「용인등봉(1,124m)」,그 오른쪽 곁으로는「석포」로 넘는「석개재」의 절개된 도로가 보인다.이어서 시계방향으로「면산(1,245m)」과「토산(974.1m)」이 아스라하다.그 어간 어디에 한 많은「한개고디」가 있을 텐데 어두워 가늠이 안 된다. 용인등봉 바로 뒤에 숨어 고양이의 발톱처럼 내민 산은「묘봉(猫峰 1,167.6m)」.그리고 9시 방향으로는「삿갓봉」(대동여지도의 곤립산(袞笠山 1,119.1m))이 운무를 뚫고 솟구쳐있다.그리고 낙동정맥보다 더 동쪽에서 동해의 샛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장대한 산줄기가 여기 응봉산 산괴다.


「응봉산(鷹峰山 999m)」일대는 수려한 계곡을 많이 품고 있다.응봉산 동쪽으로는 덕구온천으로 이름난 온정골과 폭포골,성우골 북동쪽으로는 재량밭골,북서쪽으로는 버릿골,그리고 남서쪽에서 발원 북서쪽으로 흐르는 장대한 용소골이 버릿골과 합수하며 덕풍계곡을 이룬다.또 용소골 들머리에서 남쪽으로는 용소골보다 더 긴 문지골이 낙동정맥의 삿갓봉과 맞닿아 울진과 경계를 둘러쳤다.게다가 덕풍마을 아래서 동남쪽 석개재로 이어지는 괭이골이 실핏줄처럼 얽혀 있으니 과연「풍곡(豊谷)」이라는 지명이 예사롭지 않다.

 

또한 덕풍계곡의 반대쪽에 있는「동활리」계곡의 물이 나팔관처럼 흘러 들어와 풍곡에서 아우라져,동해의「호산」으로 젖줄을 대고 있으니 이 동류수(東流水)「가곡천」은 예부터 좋은 물로 쳤던 것이다. 동활리 계곡의「춘밭골」사람들은 6.25를 몰랐고 이 일대 버섯 중의 버섯이라는 송이와 고기중의 고기 송어가 그득했다 한다.지금은 송이는 나지만 송어는「외삼방」의 잠깐 캐다만 아연광산으로 하여 사라졌다고 한다.  

 

                                           응봉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조망한 낙동정맥과 연봉들-저 멀리 태백산,함백산이 아아하다.(08:50:49)

 

                                                       응봉산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바라본 낙동정맥과 중첩된 연봉(08:50:59)

 

                                                                     가까이 당겨본 낙동정맥의 석개재와 용인등봉,삿갓봉(08:51:14)

 

                                                                      매봉이라고도 하는 응봉산 빗돌을 중심으로-청마산우회와 33산우회 회원(08:59:30)

 

작은당귀골을 치내려 그리운 용소골로!


9시 5분.응봉산 정수리에서 왼편으로 열린 남서쪽 산줄기를 타고 내려간다.정수리에서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면 또 하나의 헬기장이 나오고 옛재능선길로 빠지니 유의해야 한다.또 북서쪽으로 난 산길을 택하면 용소골을 거치지 않고 능선을 타고 덕풍마을로 가게 된다.이 등산로는 덕풍 사람들이 송이나 약초를 채취하러 다니는 길로 초심자는 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왜냐면 삿갓봉에서 응봉산에 이르는 이 일대는 쾌청한 날씨에도 갑자기 운무(雲霧)가 끼는 일이 허다하여 길을 잃고 조난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하여튼 용소골로 빠지는 남서쪽 산줄기를 찾으려면 반드시 응봉산 표지석 뒤,거기서도 왼쪽으로 열린 길을 택해야 한다.


산길은 순하고 경사도 그리 심하지 않았다.15분 가량 산등을 타고 내려오자 갈림길이 나온다.'덕풍가는 길’이란 푯말이 서 있다.오른쪽 덕풍으로 빠지지 않고 정상서 내려오던 그대로 능선을 따라가면 울진군 서면「소광리」로 갈 수가 있으며, 내쳐 낙동정맥의「삿갓봉」으로 종주도 가능하다.    


일행은 오른쪽‘용소골(덕풍마을)’,즉 남서쪽 길을 따라 쏜살같이 내려간다.산길에는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고, 골바람이 산등으로 치올라와 텁텁하기만 하던 머리가 시원하기 그지없다.선두와 후미 간격이 벌어진다.

 

                                                                    용소골(덕풍마을)과 금강송숲(소광리)가는 안내판(09:14:36)

 

                                                                                     용소골 가는 길에 만난 고사목(09:23:57)

 

15분쯤 내려오자 남서쪽으로 향하던 산등이 끝나면서 등산로는 남쪽으로 머리를 튼다. 여기서도 무심코 오른쪽 능선으로 붙으면 887봉으로 가게 되고, 끝내는 천길 만길 깎아지른 벼랑을 만나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그렇게 되면, 용소골에 들어섰을 때 공룡지느러미 같은 험준한 오른쪽 능선이 보이는데 이 능선이 바로 887봉의 산등날이다.아무튼 이 분기점에서 길이 희미하다 싶으면 잘못된 등산로이니 반드시 뚜렷한 길을 찾아내려서야 한다.


왼편 발 아래로「작은당귀골」상단이 숲 사이로 언뜻언뜻 내비친다.산길은 여전히 순탄했지만 경사는 서서히 급해지기 시작한다.펑퍼짐한 잘룩이를 지나 둔덕 같은 봉우리에 올라섰다.여기서 등산로는 남동쪽,즉 왼편 작은당귀골 쪽으로 휘어져 내려간다. 갑자기 산길은 가팔라지더니 갈지자로 흐른다.산허리를 타고 내려갈수록 경사도는 더했다.이런 길을 한참 내려오니 작은당귀골이 에돌아 용소골로 빠져드는 골짝이 훤히 트인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짙은 수풀이 시야를 가린다.여기서부터 사정없이 까꿀막진 된비알을 타고 내린다.드디어 작은당귀골의 상단부에 다다른 것이다.물소리다.반가운 물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이어 흰 깁의 물줄기를 쏟아내는 폭포가 나타난다.나는 등산로를 벗어나 물가로 걸어 내려갔다.청태(靑苔)가 낀 폭포 위에 서서 저 아래를 굽어본다.10m 폭포였다.손을 물 속에 들이밀고 열기를 식혔다. 살 것만 같았다.

 

작은당귀골 하단에서 만난 폭포(09:59:09)

  

폭포에서 다리쉼을 하는 회원들(10:05:01) 

 

                                                                                   작은당귀골의 가을빛(10:06:38)

 

                                                                                         작은당귀골(10:12:39)

 

                                                                                     작은당귀골(10:14:15)

 

6분쯤 기다려본다.친구들이 폭포에 거의 다 다다를 무렵,나는 바위벽을 타고 다시 산길로 접어들었다.작은 폭포와 탕이 연이어 나타났다.그러자 용소골이 시야에 들어왔다.개울을 건너 비닐 모듬터를 지났다.드디어 작은당귀골이 끝나고 용소골의 너른 품속에 다다랐다.10시 17분이었다. 

 

                                                            용소골과 작은당귀골 합수나들의 둥근 소에서 3용소 쪽으로바라본 풍경(10:17:45

 

                                                                3용소로 오르다 뒤돌아본 용소골의 둥근 소(10:23:37)

 

용소골-3용소의 황금빛 물에 발 담그고


아름다운 풍경 앞에 서면 사람들은 할 말을 잊는다.눈이 커지고 가슴이 열리면서 뿌듯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름다움이 주는 미덕일 것이다.용소골에 들어섰을 때 나는 일순 목욕을 하고 난 뒤의 그것처럼 개운함을 느꼈다.물가에 억새가 듬성듬성 서 있는 사이로 황금빛 물은 흘러 넘쳤다. 단풍이 들기 직전의 나뭇잎들은 연하디 연한 노랑으로 물들어 있었다.대기는 유리알처럼 투명하다.햇빛은 하얀 바위에 내려꽂히면서 시퍼런 스펙트럼을 분출한다.


계곡물을 건너 3용소로 걸어 올랐다.작은당귀골과 용소골의 아우라지에서 50m 위쪽에 있는 3용소.3용소는 생김새가 2용소와 흡사했다.5m 가량의 폭포는 시퍼런 소에 제 무게를 풀어놓으면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소 가장자리는 황금빛 물결 이랑이 층을 이루며 물밑의 자갈은 훤히 드러난다.저 아래 2용소는 오른쪽 절벽을 타고 오르지만 3용소의 오른쪽 절벽은 사람의 발길을 거부한다.그래서 왼쪽으로 난 에움길을 질러 올라야 한다.폭포 위에 올라 20분 가량 더 가면 또다시 두물머리에 이르는데 오른쪽 계곡이「원골」이요 왼쪽 계곡은「큰당귀골」이다.큰당귀골로 들어서서 조금 가면 울진군「큰빛내」로 넘는 임도가 나오고 오른쪽 원골을 따르면 응봉의 마주보기 삿갓봉에 오르게된다.

 

                                                                                       3용소를 등진 회원들(10:26:42)

 

                                                                                             3용소-폭포 왼쪽으로 등산로가 열려 있다.(10:27:37)

 

                                                                3용소 위에 선 김법영 용마산악회 부총무(10:31:19)

 

3용소를 둘러보고 작은당귀골과 용소골의 두물머리로 다시 내려왔다.용소골은 여느 계곡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우선 골짜기 좌우가 깎아지른 협곡으로 이루어져 탈출구가 없다는 점,계곡 바닥이 암반으로 이루어져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는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따라서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수량이 순식간에 불어나서 계곡 답사 자체를 어렵게 한다.그리고 골짜기가 동남쪽으로 열린 탓에 수온이 그리 차갑지 않다는 점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아울러 크고 작은 소와 담이 즐비해 자칫 지루하기 쉬운 산행에 재미를 배가시켜주기도 한다.

 

그 가운데서도 물론,세 용소가 용소골의 백미이긴 하나 어디 그뿐이겠는가.옷을 입은 채로 물 속을 걷는 즐거움,절벽을 가로지르거나 타고 넘는 스릴, 암반을 건너뛰는 짜릿함. 봅슬레이 코스 같은 통바위벽,하늘을 찌를 듯한 병풍 바위.용소골은 이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으니 용소골 산행을 처음 하고 나면 온몸이 결리고 근육이 당기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그러나 이런 아픔은 필시 용소골이 주는 보상이니 실망은 금물이다.그저 한사나흘 지나고 나면 저절로 결림이 풀리면서 용소골의 후덕함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