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26구간<화방재-함백산-피재>(상)

청산신남석 2006. 9. 19. 12:06

[함백산에서 바라본 대간의 파노라마]

 

 

  [화방재-만항재-함백산-은대봉-두문동재]-비단봉-매봉-피재(2004.11.7)

 

 

 

11월 6일 토요일 밤 11시,태백으로 떠난다.태백시의 화방재로 가기 위해서다.유건이가 운전하는 한규의 트라제는 중앙고속도로 영주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영주 시내를 가로질러 36번 국도로 스며든다. 봉화읍,법전,춘양을 지나 소천에 이르러 31번 국도를 타고 태백으로 들어간다.태백에서 영월 상동행 31번 도로로 꺾는다는 게 태백시내로 곧장 들어가는 바람에 다시 되돌아 나와 상동행 도로를 찾아나섰다.그리하여 새벽 4시 35분 오늘 구간의 종주들머리 화방재(花房峙)에 올라섰다.


이번 구간을 위해 흔쾌히 차량을 지원한 김한규,여행통 김유건 동기와 함께 한 대간팀은 나를 비롯하여 김익수,김현기,이재화,전기환,최금구 모두 8명.고개 주위에 함박꽃이 많아 꽃방석재라고도 부르는 화방재에서 장비를 챙긴다.기온은 섭씨 0도.날씨는 쌀쌀하지만 바람이 잠잠하여 종주를 하기에는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다들 오버트라우저를 꺼내 입는다.

 

유건이와 한규는 한숨 자고난 뒤,정선 소금강을 둘러보고 사북으로 가 시간을 보내겠다고 한다.우리는 3시쯤 삼수령(피재)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다.헤드랜턴에 불을 밝히고 종주에 들어갈 무렵 8명의 젊은 대간꾼들이 휑하니 앞서나간다.


5시 15분,화방재(926m) 주유소 건너 영월,고한,사북 교통안내판이 있는 오른편 민가 사이로 열린 대간 길을 오른다.절개지를 돌아 대간마루에 올라서자 산등 오른편으로 쭉쭉 뻗은 전봇대 크기의 이깔나무군락이 즐비하다.묘 1기를 지나 1,190봉 오름길은 가파른 된비알.바람이 산들거리고 하늘에는 별들이 빛나고 이지음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은하수도 눈에 들어온다.청명한 날씨다.대간 길은 어둡지만 우리는 어둠을 밀치며 오르막을 올라간다.


5시 45분,1,190봉에 올라서자 가파르던 대간은 그 기세를 누그려뜨려 다소 완만해진다.키 낮은 산죽 사이로 난 대간 길을 밟아 5시 55분,1,214미터의 수리봉에 다다랐다.칠흙같이 어둡던 대간 길은 시나브로 밝아지면서 희부윰한 아침 이내가 숲속을 떠돈다.10분쯤 발품을 팔아 6시 5분,창옥봉(1,239.8m)에 올라섰다.다시 10분가량 지나 대간이 북서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트는 1,305.6봉에 오르니 국가시설물이 앞을 가로막는다.철조망을 오른쪽으로 돌아드니 차량이 드나드는 비포장도로가 나오고 우리는 그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6시 39분,만항재(1,280m)에 다다랐다.

 

태백시 혈동,영월군 상동읍,정선군 고한읍의 경계인 만항재는 414번 지방도로가 지나간다.사진에 보이는 커다란 안내판 왼쪽 도로는 태백시 화방재나 영월군 상동읍에서 올라오는 414번 지방도이며 정선군 고한읍을 거쳐 사북으로 넘어간다.또 사진 왼쪽으로 보이는 가로막이는 서진탄광 가는 출입구이다.만항재에서 고한읍으로 가는 도로는 사진 오른편으로 열려 있으나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다.(06:47)


[주]만항재의 높이는 태백이나 정선에서 발간되는 출판물에는 한결같이 1,330m로 나와 있으나 1:25,000 지형도 따르면 그 높이는 1,280m가량 된다.따라서 나는 만항재의 높이를 지형도대로 1,280m로 표기한다.

 

[만항재(晩項嶺 늦은목이) 에서 이정표를 등지고]

 

만항재(晩項嶺)는 태백시에서 정선군 고한읍으로 넘어가는 고개로 함백산 남서쪽 산허리에 있다.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1,330미터(1/25,000 지형도 상의 높이는 1,280m)의 고개다.함백산 남서쪽 낮은 산등으로 사람들이 넘어다니는 고개라 해서“늦은목이”라고도 부른다.늦은목이를 한자로 풀면 만항재(晩項嶺)이고 인근엔 탄광이 많다.사진은 만항재 오른쪽 고한 가는 414번 지방도와 대한체육회 태백분원 고원전지훈련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함백산을 등진 대간팀의 모습이다.사진 한가운데 함백산(1,572.3m)을 중심으로 왼쪽 봉우리는 중함백(1,503.2m),오른쪽 봉우리는 삿갓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다.(06:48)

 

[만항재(晩項嶺 늦은목이) 에서 함백산을 등지고]

 

만항재에서 9분쯤 머물다,6시 48분 함백산으로 떠난다.만항재에서 함백산 가는 길은 두 가지.하나는 고원전지훈련장으로 가는 포장도로를 따르다 갈림길(1,330m)에 이르러 함백산으로 오르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고원전지훈련장으로 가는 포장도로 남쪽의 대간마루를 따르다 갈림길로 해서 함백산으로 오르는 방법이다.우리는 정석대로 대간 길을 택한다.북진하던 대간은 만항재에서 오른편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동진하다가 1,370봉에 이르면 서서히 북동진하여 함백산으로 이어진다.사진은 해돋이가 끝난 뒤 1,370봉을 지나면서 아침 햇살이 온누리를 적시는 대간 길의 모습이다.(07:14)

 

[만항재 지나 함백산 가는 숲 속에서] 

 

7시 20분,함백산 오르는 들머리와 고원전지훈련장으로 가는 갈림길에 다다랐다.갈림길에서 등산로를 따라간다.돌계단 길을 밟아 재화가 빠른 걸음으로 함백산으로 먼저 오르고 젊은 청년과 아가씨가 배낭도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우리를 앞질러 간다.함백산 오름길은 매우 가팔라 힘이 들었다.저 아래 선수촌에서 선착순으로 함백산에 오른다면 아마 초죽음일 거란 생각이 들자 웬지 웃음이 나온다.7시 55분,함백산 정수리에 올라서니 정상 아래턱에 있는 TV중계탑이 내려다보인다.


함백산 정수리에서 주변 조망은 그야말로 압권이다.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대간마루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중함백이 코 앞에 있고 은대봉을 비롯하여 금대봉에서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꺾여나간 천의봉(매봉산)과 멀리 두타산,청옥산,고적대도 한 눈에 들어오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고개를 남쪽으로 돌리면 장군봉에서 태백 영봉을 거쳐 문수봉으로 뻗어내리는 장중한 산줄기가 닥아서고 그 너머로 석포의 달바위봉,일월산까지 바라보이니 함백산은 실로 최고의 전망대라 할 만하다.

 

사진에 보이는 맨 뒤 하늘과 맞닿아 있는 산줄기가 태백산 영봉에서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며,그 앞쪽 산줄기 가운데 높은 봉우리가 태백산 장군봉이다.장군봉 왼쪽 능선은 당골을 거쳐 소도천으로 뻗어내리는 산줄기.장군봉에서 대간은,앞쪽으로 내려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완만하게 이어지다 다시 왼쪽으로 꺾여 화방재로 수긋해진다.사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산줄기는 우리가 오른 수리봉에서 태백시 혈동으로 뻗어내린 능선이다.그리고 사진 맨 오른쪽 귀퉁이에 희미하게 보이는 봉우리는 구룡산이다.(08:00)

 

[함백산(含白山 1,572.3m)에서 돌아본 태백산]

 

사진 앞쪽,드문드문 세워진 송전탑을 따르는 능선이 만항재에서 함백산 남쪽 산자락 등산로 들머리로 이어지는 대간이다.만항재는 사진에 보이지 않지만 만항재 왼쪽으로 조그만 봉우리에 건물이 보인다.이곳이 수리봉에서 창옥봉을 거쳐 오르면 만나는 국가시설물이 있는 봉우리(1,305.2m)다.이 봉우리에서 비포장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만항재.


국가시설물이 있는 1,305.2봉에서 왼쪽으로 뻗어내린 산줄기 가운데에 돋아난 봉우리가 화방재에서 가파르게 치오르면 만나는 수리봉(1,214m)이고 수리봉 오른쪽 봉우리는 창옥봉(1,239.8m)이다.사진 왼쪽 위에서 오른쪽으로 뻗어내린 높고 검푸른 능선은 태백산 장군봉의 산줄기로서 대간은 그 앞쪽으로 내려와 오른편으로 이어지다가 다시 왼쪽으로 꺾어 화방재로 내려선다.

 

그리고 사진 맨 뒤에 하늘금과 맞닿은 산줄기는 지난 구간 우리가 밟았던 구룡산(1,345.7m)이며,구룡산에서 민백산을 거쳐 삼동산(1,178.2m)으로 뻗어나가는 장쾌한 능선은 골마다 주름진 치마폭을 드리워 장관이다.(08:00)

 

[함백산에서 뒤돌아본 대간마루금과 구룡산]

 

함백산 정수리에서 카메라의 각도를 왼쪽으로 옮긴다.정상 바로 아랫쪽 발치에는 대한체육회 태백분원 고원전지훈련장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에 삿갓봉(1,344.8m)이 헌걸차게 치솟았다.저멀리 문수봉에서 동쪽으로 뻗어내린 장대한 산줄기의 잘룩한 능선 너머로 봉화군 석포의 기암봉,달바위봉(1,094m)이 구름을 뚫고 솟았다.달바위봉 오른쪽 구름 위로는 낙동정맥의 삿갓재에서 서쪽으로 뻗어내린 산줄기가 아스라하다.(08:00)

 

[함백산에서 조망한 달바위봉과 전지훈련장]

 

다시 만항재다.사진 왼쪽,그늘 진 산등이 우리가 밟은 대간마루이며,송전탑을 따라 시야를 옮기면 늦은목이(만항재)다.만항재 왼쪽으로 국가시설물이 있는 1,305.2봉이 보이고,고개 앞쪽 그늘 진 산자락으로 고한,사북행 414번 지방도가 열려 있다.만항재 뒤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이 백운산(1,426m) 산줄기다.백운산을 경계로 앞쪽은 정선군 고한읍,산 뒷쪽은 영월군 상동,중동면이다.(08:01)

 

[함산에서 뒤돌아본 만항재와 영월의 백운산]

 

함백산 정수리(하함백)에서 우리가 가야 할 대간마루금을 바라본다.함백산의 세 봉우리가운데 두 번째인 두리뭉실한 중함백(1,503.2m)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그 뒷쪽으로 낙동강의 발원지를 품고 있는 상함백,은대봉(1,442.3m)이 보인다.대간마루 왼쪽에 보이는 주름 투성이의 날카로운 능선은 백운산 산줄기이다.(08:01)

 

[함백산에서 바라본 중함백과 은대봉,그리고 영월의 산들]

 

다시 카메라의 각도를 오른쪽으로 옮겨 우리가 가야 할 대간마루를 조망한다.태백의 산들은 날카로운 암봉이 아니라 대부분 부드러운 육산이다.맨 앞쪽에 보이는 중함백(1,503.2m)이 그렇고 두 번째 봉우리인 상함백,은대봉(1,442.3m)이 그러하며 두문동재 너머 세 번째 금대봉(1,418.1m)이 그러하다.부드러우면서도 그 속에 강기(剛氣)를 감춘 태백의 산들은 사람들을 포실하게 감싸안아 그들을 기르고 키운다.(08:01)

 

[함백산에서 바라본 중함백과 은대봉,금대봉]

 

카메라의 각도를 좀 더 오른쪽으로 옮기니 금대봉을 비롯하여 비단봉과 천의봉(매봉산)이 한 눈에 들어오고,저멀리 두타,청옥산이 아아하다.함백산에서 북진하던 대간은 은대봉에 이르러 서서히 북동쪽으로 말머리를 돌리다가 금대봉을 지나면서부터 거의 동진한다.동진하던 대간은 비단봉을 지나 동남진,고랭지채소밭을 거쳐 천의봉에 다다르게 된다.천의봉에 다다른 대간은 다시 북북동진하며 오늘 구간의 종주날머리인 피재(삼수령)으로 그 기세를 누그러뜨린다.

 

함백산 정수리는 암봉으로 이뤄져 있다.이곳에 오른 이들은 자신의 염원을 기원하면서 돌탑(케른)을 쌓아올린다.종주팀들은 대간을 무사히 완주하게 해달라는 바램이라든지 건강하게 산행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갖가지 소원을 탑을 쌓으면서 기원하기도 한다.사진 왼편에서 태백시 화전동으로 길게 뻗어내린 산줄기가 은대봉 북동릉인데 그 끝자락 푸른 숲이 있는 산줄기 너머가 용연동굴이 있는 용수골이다.용수골 왼쪽 끝자락에 솟은 금대봉이 봉긋하게 솟았다.금대봉(1,418.1m)에서 대간은 오른쪽으로 이어지며 쑤아밭령(1,110m)에 이르러 자세를 낮추다가 은대봉 북동릉의 푸른 숲이 있는 뒤편 산비알이 8자처럼 비단자락을 드리운 비단봉(1,281.1m)으로 급격하게 치올라 천의봉(1,303.1m)으로 그 맥을 댄다.(08:02)

 

[함백산에서 바라본 대간과 두타,청옥산]

 

금대봉과 비단봉,그리고 천의봉을 조망한 다음,카메라의 각도를 오른쪽으로 옮긴다.사진 왼쪽 가운데 짙푸른 상록수 뒷쪽으로 8자 형상의 산비알을 품은 봉우리가 비단봉(1,281.1m)이며,그 오른쪽 산줄기 사이에 고랭지채소밭이 얼비친다.고랭지채소밭에서 시야를 오른쪽으로 옮기면 뾰족하게 치솟은 천의봉(1,303.1m)이 주변의 산들을 압도한다.천의봉에서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치닫는 능선 아랫쪽으로 태백에서 피재로 넘는 도로가 가늠된다.그리고 맨 뒷쪽 하늘금을 긋는 장쾌한 산줄기의 오른쪽에 돋올한 봉우리는 두타산(1,353m)이며 그 왼편이 청옥산(1,403m)이다.(08:02)

 

[함백산에서 바라본 천의봉(매봉산) 일원]

 

함백산은 태백시와 정선군 사이에 우뚝 솟은 해발 1,572.3미터의 산으로 산꼭대기에 TV중계탑이 서 있다.산 속에 엄청난 석탄이 매장돼 있어 산 주위에 국내 굴지의 탄광이 모여 있다.얼마나 지하에서 탄을 캐냈던지 산높이가 낮아�다고 할 정도다.


산 넘어 정선군 갈래 땅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으로 이름난 정암사(淨岩寺)가 있고 태백 쪽 절골에는 본적(本寂),심적(心寂),묘적(妙寂),은적(隱寂)의 암자가 있어 고승대덕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명산이다.


함백산(1,572.3m)은 산 높이가 태백산 장군봉(1,546.5m)보다 높지만 태백산의 한 봉우리에 드는 산이다.허목(許穆)의 미수기언에 이르기를“태백산은 산라 때 북악(北岳)인데,문수,대박의 두 봉우리가 있고,우보산,우검산,마읍산,백산이 다 태백산이다.”고 했으니 함백산은 태백산의 한 봉우리에 지나지 않았다.함백산의 이름은‘한빛산’이니 한밝산이며,한밝뫼,한배달로 부르며 태백산과 같은 이름이다.

 

함백(咸白),한백(寒白),태백(太白),대백(大白),대박(大朴)으로 표기하는데 이들은 모두‘밝은산’을 뜻한다.상함백산 서쪽 기슭 정암사의 일주문에‘태백산 정암사’라고 쓴 현판을 보더라도 함백산은 태백산의 품안에 든 산이다.옛 사람들은 지금처럼 도계(道界)가 없었기에 산 높이를 재지않고 그 산의 의미에 더 비중을 었다.이를테면 영주 땅의 부석사 일주문에도 매양 태백산 부석사란 산명을 얹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이것은 영주 땅에까지 활개를 펼쳐든 태백산의 그 큰 덩치에 까닭이 있으며 자연을 거시적으로 내다본 옛 사람들의 안목 때문일 것이다.


함백산은 봉우리가 셋이다.상함백은 두문동재 남쪽에 솟은 은대봉,중함백은 은적암뒤 봉우리이며 하함백은 지금의 함백산이다.함백산은 일명 작약산이라고 도 하는데,산 속에 흰 진달래가 자생하고 있고 그 밖에 흰 꽃과 흰 짐승이 많이 살고 있다.(08:23)

 

[함백산(咸白山 1,572.3m) 정상 빗돌과 함께]

 

함백산 머리에서 사위를 조망하고 바람이 잠잠한 동쪽 암릉에 앉아 8시 20분까지 햄버거로 아침을 들었다.그런데 이 햄버거는 맛은 있었지만 우리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고 먹고난 뒤에는 속이 더부룩했다.우리가 그렇게 길들여지지 않는 탓일 게다.요즈음 젊은이라면 쌍수들어 환영할 음식이지만 어릴 적부터 먹지 않는 음식이라 속이 불편하다.다음부터는 다른 음식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아침을 들고나서 3분 가량 뜸을 들이다 배낭을 메고 발걸음을 옮긴다.사진은 대간팀이 함백산을 떠나기에 앞서 우리가 가야 할 대간마루를 등지고 기념사진을 찍었다.은대봉~금대봉~수아밭령~비단봉~고랭지채소밭~천의봉으로 이어지는 꿈결같은 대간마루가 친구들을 에워싸고 있으며 그 뒤로 두타산~청옥산~고적대의 대간도 겹을 둘러쳤다.

(08:25)

 

[함백산에서 가야 할 대간마루금을 등지고]

 

함백산을 뒤로 하고 하산길에 들었다.중함백 잘룩이로 내려서다 대간 왼쪽으로 열린 고한읍 일원을 조망한다.백운산 능선에서 뻗어내린 왼쪽 산자락과 중함백과 은대봉에서 뻗어내린 오른쪽 산자락이 만나는 골짝 흰 부분이 정선군 고한읍이며 그 골짜기로 만항재를 거쳐 넘어온 414번 지방도가 고한읍을 거쳐 사북(舍北)으로 이어진다.


사진 왼쪽 백운산 산줄기와 오른쪽 상함백 산줄기가 만나는 골짜기에서 조금 더 들어간 곳과 산꼭대기에 푸른 숲을 이고 있는 은대봉 서릉이 급격하게 내리뻗은 갈래(葛來) 땅에 정선의 정암사가 자리를 틀어 앉았다.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정암사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과 벽돌로 쌓은 수마노탑이 있어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아울러 이 절에는 금탑과 은탑의 전설이 전해온다.정암사의 북쪽으로 금대봉이 있고 동쪽으로는 은대봉이 있는데,그 가운데 금탑,은탑,마노탑의 3보탑이 있다고 한다.마노탑은 사람이 세웠으므로 세인들이 볼 수 있으나,금탑과 은탑은 자장이 후세 중생들의 탐심(貪心)을 우려 하여 불심이 없는 중생들이 육안으로 볼 수 없도록 비장했다 한다.금대봉과 은대봉의 산명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그리고 정암사 계곡에는 천연기념물인열목어가 서식하며 봉화 백천계곡과 더불어 열목어서식지의 남방한계선을 이루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곳이다.(08:30)

 

[함백산 하산길에 바라본 고한읍(古汗邑) 일원]

 

정선군 고한읍을 조망하고 카메라를 오른쪽으로 옮겨 상함백에서 은대봉과 금대봉~비단봉으로 용트림치듯 나우리치는 대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저미게 한다.사진 앞쪽에 보이는 도로는 함백산 등산로 들머리에서 함백산 왼편 산자락으로 열려 있던 길로 함백산 머리에 있는 TV중계탑으로 이어진다.그리고 그 도로 오른편에는 이 일대의 주목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 철조망을 쳐놓았다.(08:30)

 

[함백산 하산길에 바라본 대간마루금]  

[중함백 오름길 들머리에서 주목과 함께]

 

8시 32분,상함백 잘룩이에 다다라 주목군락지 철조망 너머 우람한 주목을 등진 친구들을 카메라에 담았다.주목 뒤로 비단봉과 고랭지채소밭,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듯 치솟은 천의봉(天儀峰 또는 매봉산)이 이채롭다.(08:32)

 

상함백으로 오른다.처음에는 산등으로 길이 나 있으나 조금 오르자 첫 봉우리로 곧장 오르지 않고 왼쪽 허리길로 돌아간다.5분쯤 발품을 팔자 너덜지대가 나오고 대간은 비로소 상함백으로 이어진다.


8시 45분,상함백머리에 오르니 정수리에는 표지판이나 삼각점조차 없이 깨끗하다.상함백(1,503.2m)에서 곧장 하산한다.9시 10분,사거리 갈림길(1,300m)에 다다르니 이정표가 반긴다. 사거리에서 왼쪽 길은 적조암 또는 정암사로 내려가고 오른쪽 심적골로 빠지면 샘물쉼터로 내려가게 된다.(09:21)

 

[중함백 지나 사거리 갈림길에 다다라]

 

사거리 갈림길(1,300m)을 뒤로 하고 은대봉으로 오른다.1,310봉을 지나면서부터 산죽길이 나오고 대간은 차츰차츰 내리막길이다.1,250미터 잘룩이로 내려선다.이 잘룩이에서 1,442.3미터의 은대봉까지는 힘든 오르막길이었다.1,340봉을 지나면서 돌길도 나오고 산죽밭을 헤치고 올라야 했다.사거리를 떠나 45분 뒤인 9시 55분 은대봉 앞 봉우리인 1,430봉에 올라 5분가량 후미가 올라오길 기다렸다.이 봉우리에서 서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정암사에 이른다.10시 9분에는 다함께 은대봉 머리에 다다랐다.


소문과 달리 은대봉에는 삼각점만 있을 뿐 정상 빗돌도 안내판도 없었지만 조망은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은대봉(銀臺峰)은 두문동재 남쪽에 있는 산이다.함백산에는 상함백,중함백,하함백이 있다고 하는데 이 봉우리가 상함백산이다.

 

옛 삼척의 지리서인 척주지(陟州誌)에“함백산은 태백산 동쪽에 있는데,상함백과 하함백 사이에 본적사,심적사,묘적사,은적사가 있다.”고 하였고 진주지(眞珠誌)에도“금대봉 남쪽에 상함백,중함백,하함백이 있고 상함백과 하함백 사이에 본적암,심적암,묘적암,은적암이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폐사가 되었다.”고 하였으니 분명 이 산봉우리는 상함백산이 된다.


상함백산을 은대봉이라고도 한다.그런데 은대봉에서 두문동재로 내려와 불바라기능선을 거쳐 금대봉에 오르면 그곳 머리에‘양강발원봉’이란 푯대가 세워져 있다.여기서 양강(兩江)이란 한강과 낙동강을 이르는데,금대봉이 한강의 발원봉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낙동강의 발원봉은 아니다.낙동강의 발원봉은 이곳 은대봉이기 때문이다.은대봉 북동릉의 용수골 지류 중에서도 은대봉 쪽 물길이 더 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세운 것이다.금대봉 동쪽기슭 물도 낙동강의 원류에 들기는 하지만,은대봉 쪽 수원이 분명 더 길다.은대봉에서 호명골을 거쳐 용수골의 용소(龍沼 또는 龍淵)에 이르러 하루 수천 톤의 물이 솟구쳐나오니 이곳이 낙동강의 발원지이다.(10:14)

 

[낙동강의 발원봉,은대봉(1,442.3m)에 올라]

 

은대봉에서는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아 곧장 두문동재로 하산에 들었다.하산길은 가팔랐지만 �길이라 내려올 만했다.조금 내려서자 철제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우리가 올랐던 은대봉 쪽으로‘천의봉->’이라 표시가 되어 있다.아마 이정표를 세운 사람들이 산의 위치를 몰라 잘못 세운 것이겠거니 여기며 하산을 서둘렀다.참나무 숲길을 빠져나와 두문동재와 금대봉이 빤히 바라뵈는 지점에서 재화를 모델로 사진을 찍었다.대간은 배추밭 오른편 가장자리로 나 있고, 싸리재에서 두문동재로 오르는 도로도 보인다.그리고 금대봉 오름길의 불바라기능선이 선명하다.(10:23)

 

[두문동재 가는 은대봉 내리막길에서 재화,금대봉을 등지고]

 

10시 25분,두문동재(1,275m) 고갯마루에 다다랐다.태백시 화전동(禾田洞)에서 정선군 고한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38번 지방도가 지나간다.고개너머 정선 땅에 두문동이라는 자연부락이 있는데,그곳으로 넘어가는 고개라서 두문동재(杜門洞峙)라 한다.고려 말에 경기도 개풍군의 두문동에 있던 일곱 충신이 이곳 두문동으로 피난와서 살았기에 두문동이라 한다.그래서 개성의 두문동을 서두문동,이곳의 두문동을 동두문동이라 일컫기도 한다.

 

두문동재를 흔히 싸리재라 하며 도로표지판에도 그렇게 표기돼 있지만 이는 잘못이다.싸리재는 대간 오른쪽인 호명골 안쪽에서 싸리밭골로 넘어가는 고개이지 결코 이곳 두문동고개는 아니기 때문이다.두문동재(1,275m)는 포장도로로서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고개다.지금은 두문동재 아래로 두문동재터널이 뚫려서 버스가 다니지 않으며 드라이브 삼아 오르는 차량 외에는 통행이 거의 없다.고원관광도시 태백을 알리는 대형 간판을 등진 대간팀을 카메라에 담았다.그런데 이 간판에는 은대봉과 금대봉 일원을 비롯한 등산로가 그려져 있는데 여기에도 은대봉을 천의봉이라고 표기해놓았다.매봉산이라고도 하는 천의봉(1,303.1m)은 오늘 구간의 마지막 산봉우리로서 삼수령 왼편에 솟은 봉우리다.

 

[두문동재에 다다라 태백시 안내판을 등지고] 

 

종주가 끝난 다음날,나는 태백문화원 김강산 원장과 통화를 하여 천의봉의 잘못된 표기를 지적하고 시정을 건의했다.“그게 사실이라면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태백 문화의 산증인,김 원장의 속 시원한 답변을 듣고서야 저으기 안심이 되었다.

 

 

*지난 7월 하순 이 구간을 종주한 배슈맑 님에 따르면 잘못된 천의봉의 표기는 2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라는 후문이니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두문동재-금대봉-쑤아밭령-비단봉-매봉산-피재 종주는 하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