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갓재에서 별을 보며
삿갓재에서 별을 보며
잠들지 말라.
이 작은 삿갓재 모롱이에
어둠이 가득 내리면
잠들어서는 안 된다.
불심골(佛心谷) 올라 세상이 혼미해도
별을 바라보는
네 눈은 잠들어서는 안 된다.
온 산이 바닷물에 젖어도
이 작은 영토는
잠들지 않는 곳.
깨어나서 나와 함께 별을 지키자.
산이 떠내려가고
어둠에 포위되어도
무서워하지 말라.
네 무서움은 본래부터 있었던 게 아니냐
무서움 모르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거야
천길 낭떠러지 끝에 서서
사랑을 노래해보라
이 어둠 속에 그대 눈동자가
별이 될 때까지
나무와 나무가 서로 몸 부비며
새벽이 올 때까지 별을 보아라.
산짐승 산나물 향기에 취하듯
별과 동침하여라.
(낙동정맥 3구간 삿갓봉 아래 삿갓재에 이르러 막영을 하며 별을 보며 썼다.
삿갓봉은 한때 동해 바닷물에 잠겨 정수리만 남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