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22구간<저수령-도솔봉-죽령>

청산신남석 2006. 8. 29. 23:03

[어둠을 뚫고 오른 촛대봉(1,080.6m)에서] 

 

    [저수령-촛대봉-싸리재-솔봉-묘적봉-도솔봉-삼형제봉-죽령(2004.9.5)

  

백두22구간 끊어타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바람과 햇빛과 물봉선화의 어울림이었다.종주 내내 시원한 바람이 대간마루를 훑고 지나가 상쾌했으며,아름다운 물봉선화 군락이 대간 길에 수를 놓듯 흐드러져 무딘 우리의 감성을 일깨워주었다.


지난 구간 종주날머리인 저수령을 끝으로 문경구간이 끝났기 때문에 우리는 중앙고속도로를 통하여 저수령으로 가야 한다.참가자는 지난 구간 얼굴 그대로.나를 비롯하여 김익수,김현기,전기환,최금구 5명이 9월 5일(음 7월 21일)이른 새벽,나라 안에서 제일 길다는 죽령터널(4.6km)을 빠져나와 단양인터체인지에서 좌회전 927번 지방도로를 따라 사인암리로 들어선다.


사인암리에서 단양군 대강면 올산리를 거쳐 새벽 4시무렵,종주들머리인 저수령에 다다랐다.하늘에는 하현달이 걸려 있으나 별들은 보이지 않는다.헤드랜턴을 밝히고 3시 46분,저수령(850m)을 떠난다.능선에 올라서자 바람이 불어와 상쾌하기 그지없다.이 바람은 종주 내내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으니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저수령을 벗어나 오르막길에 올라서자 어둠을 뚫고 분홍색 물봉선화 군락이 반긴다.이 물봉선화도 종주 내내 우리를 즐겁게 했다.물론 며느리밥풀꽃도 심심찮게 시선을 끌기도 했지만 물봉선화는 단연 이번 구간의 화제꺼리였다.대간 길에 이렇게 많은 물봉선화 무리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촛대봉 오름길은 부드러운 흙길의 연속이었다.


1주일 전 90년대 초엽 이곳 예천군 상리면 면장을 지냈고 지금은 경북문화원에 근무하는 정홍윤 동기와 통화를 해서 알았지만,촛대봉 등산로는 그의 말처럼 잘 정비되어 있었다.4시 15분,촛대봉(1,080.6m)에 올라서니 정상에는 빗돌과 삼각점이 있었다.촛대봉까지 올라오는 오르막길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땀도 나지 않았다.정상 빗돌에는 단양군청에서 세운 이정표에 배재 2.5km,수리봉 4.0km,대강면 13.5km라 적혀 있으나 아직 어둠이 깃들어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여기서 수리봉이란 대강면 방곡리에 있는 황정산 수리봉을 가리키고,대강면 이정표는 대강면 면사무소를 말하는 듯하다.(04:25)

 

[투구봉(또는 시루봉 1,116m) 암릉에 올라]

 

촛대봉에서 4시 23분까지 머물다 투구봉으로 간다.촛대봉에서 대간은 북동진하게 되며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400미터 가량 발품을 팔고 있는데,후미의 현기가  대간 길이 아닌 것 같다며 이의를 제기한다.종주 리번도 보이지 않고 어둡기 때문에 주변을 살펴볼 겨를조차 없었다.그래서 우리는 다시 촛대봉으로 되돌아가 지도를 정치하고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아보니 처음 우리가 내려선 그 길이 대간 길이 틀림없었다.10여분 헤맨 셈이 되었다,


다시 마음을 고쳐 먹고 발품을 팔아 1,110봉을 지나 4시 56분,암봉으로 이뤄진 투구봉(또는 시루봉 1,116m)에 올라섰다.투구봉 정수리는 겨우 서너 사람이 올라설 수 있을 정도로 비좁고 정상 빗돌 대신에 "투구봉"이라 적힌 나무안내판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5.05)

 

[배재(950m) 헬기장에 다다라]

 

바람부는 투구봉(1,116m)에서 오래 견딜 수가 없어 4시 59분,대간 길을 내려간다.북동진하던 대간은 투구봉을 지나면서 1,080봉까지 거의 동진하게 된다.6분가량 발품을 팔자 해묵은 헬기장(920m)이 나온다.또다시 10분쯤 가니 930봉 전망바위가 닥아선다.이곳에서 6분간 다리쉼을 한다.


다시 6분을 발품을 팔아 1,080봉 아래 910m 잘룩이 다다라 5시 42분까지 휴식에 들어가 처음으로 목을 축이고 간식을 든다.그런 다음 5시 59분 1,080봉에 올라서서 배재로 내려간다.이제 서서히 어둠이 걷히면서 사위가 밝아지고 있다.해묵은 헬기장이 있는 배재(950m)에 다다르니 이정표가 반긴다.


오른쪽 야목마을 2.5km,투구봉 2.6km라 적혀 있다.우리는 배재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며 친구들을 한 컷트 한다.사진에 보이는 묵은 헬기장에는 벌써 가을이 성큼 닥아온 것인지 붉으므레한 억새아재비가 꽃을 피우고 왼편 금구 곁에는 물봉선화도 눈에 띈다.(06:17)

 

[1,059봉 전망바위에서 내려다본 단양군 대강면 남조리]

 

6시 17분 배재(950m)를 뒤로 하고 1,059봉으로 오른다.6분 뒤,1,059봉에 올라서니 그토록 우리를 답답하게 하던 어둠은 사라지고 밝음이 묻어나오며 장엄한 해돋이가 시작된다.사진은 1,059봉 왼편에 있는 전망바위에서 단양유황온천이 있는 대강면 남조리 일대를 내려다본 모습이다.그리고 오른편 윗쪽에는 아침 햇살을 받은 도솔봉이 찬란하게 솟아 있다.(06:31)

 

[1,059봉 전망바위에서 맞이하는 해돋이]

 

1,059봉 전망바위에서 일출을 감상한다.맨 뒷쪽 높은 봉우리가 도솔봉(1,315.6m),그 앞쪽 산줄기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가 솔봉(1,102.8m)이다.(5.06:31) 

 

[1,059봉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예천군 상리면 두성리]

 

1,059봉 전망바위에서 대간 오른편을 조망해본다.맨 오른편 골짝 고샅에 있는 마을이 예천군 상리면 두성리 원용두마을이며,앞에서 세번째가 흙목산에서 도촌리로 뻗어내린 가재봉(851m) 능선이다.가재봉 능선 뒤에 보이는 산줄기는 도촌리와 그 너머 은산리,보곡리를 나누는 오도치 능선이다.(06:32)

 

[1,059봉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솔봉과 대간마루금]

 

이제는 우리가 발품을 팔아야 할 대간마루금을 바라본다.사진 오른쪽 높은 봉우리가 흙목산(1,033.5m)이며,그 앞쪽 잘룩이가 싸리재(900m)이다.대간은 흙목산에서 왼편 산줄기를 따르다 솔봉(1,102.8m)로 이어진다.솔봉 앞 잘룩이는 뱀재이고,솔봉에서 대간은 오른편 산줄기를 따라 북동진하게 된다.(06:33)

 

[싸리재(950m)로 내려가는 길-햇볕이 투명하다]

 

1,059봉 전망바위에서 6시 34분까지 사위를 조망한 다음,싸리재로 하산에 들어간다.싸리재로 내려서는 내리막길에는 맑고 밝은 양광이 온누리를 적신다.친구들의 얼굴에도 대간길에 서 있는 나무에도 한없이 투명한 햇빛이 깃들고 있다.(06:44)

 

[싸리재(950m)에 다다라]

 

6시 48분 싸리재에 다다르니 이정표가 반긴다.대간 오른쪽 하산길은 예천군 상리면 두성리 원용두마을 2.66km,왼쪽 하산길은 거릿수가 지워져 있으나 단양유황온천이 있은 단양군 대강면 남조리 방면이다.배재는 우리가 지나온 잘룩이로 0.95km라 이정표에 적혀 있다.싸리재 이정표를 지나자마자 해묵은 헬기장이 나온다.분홍색 물봉선화가 싸리재 인근에 점점이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06:50)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물봉선화 군락]

 

싸리재와 이웃한 해묵은 헬기장에 다다르자 놀라운 장면이 펼쳐진다.물봉선화 군락이 온통 헬기장을 뒤덮고 있다.이렇게 광활한 물봉선화 군락을 구경하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봉선화는 대체로 깨끗한 물이 있는 산골짜기 혹은 냇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한해살이 풀이다.주로 물가에 산다고 해서 물 봉선화 혹은 인가가 아니고 산야에서 잘 산다고 해서 야봉선화라고도 부른다.보통은 무리를 이루고 깨끗한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염되지 않은 산골짜기 물기가 축축한 곳을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하지만 요즘은 인가 주위의 야산에는 많이 오염되어 점차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하지만 조금만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쉽사리 만날 수 있다.보통 물봉선화는 키가 60cm정도 자라며 줄기부분이 아주 유연하고 부드러워 쉽게 부러진다.그리고 줄기의 상단부에만 잎이 나 있기 때문에 줄기부분이 아주 깨끗해 보인다.가장자리에 예리한 톱니를 가지고 있는 6-15cm 정도의 잎은 넓이가 3~7cm 정도 된다.주로 8~9월경에 붉은 자주색의 고깔 모양의 꽃이 피며 꽃의 끝 부분은 안으로 말려들어가 있다.

 

그리고 꽃이 진 뒤 여무는 열매의 크기는 1~2cm정도로 꼬투리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그 삭과 안에 씨앗이 들어있는데 잘 터지기 때문에 봉선화의 씨앗처럼 "Touch - me -not" 이다.즉,다가가면 터져서 멀리까지 씨앗을 퍼뜨린다.현철의 <봉선화 연정>에 나오는 "손 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봉선화라 부르리"처럼 꽃말도 "나를 만지지 마세요"다.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봉선화는 인도에서 들어온 외래종이지만 ,이 물봉선화는 그야말로 이 땅에서 자라는 우리의 꽃이란 점에서 더욱 애착이 가는 꽃이다.(06:51)

 

[흙목산(1,036.5m)에서 바라본 붕어 형상의 천주산]

 

 [흙목산 정상에서 바라본 도솔봉 실루엣]

 

싸리재(950m) 헬기장에서 물봉선화 군락에 마음을 빼앗긴 다음 6시 51분,흙목산(1,033.5m)으로 발품을 판다.흙목산 가는 길에는 1,000봉과 1,060봉을 지나 1,040봉을 올라서야 한다.이 두 봉우리에 닥아서자 비로소 바윗길이 잠시 이어지고 봉우리를 넘지 않고 좌우로 에돌아 7시 15분 1,040봉에 올라섰다.1,040봉에서 흙목산까지는 2분도 채 안 걸려 지척이다.흙목산 정수리에 다다르자 정상을 알리는 나무표지판이 있고 정수리 일대는 나무를 베어내 주위를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흙목산은 이산 남쪽 흙목마을에서 따와 편의상 붙인 산명인 듯하다.

 

사진은 흙목산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바라본 문경 동로면에 우뚝 치솟은 천주산(836m)의 기이한 모습이다.흡사 붕어입처럼 생겨 "붕어산"이라고도 하는 천주산의 별칭이 어찌 그리 들어맞을꼬.(07:31)

 

[흙목산(1,036.5m) 정상에서]

 

흙목산 정상에서 아침식사를 한다.3시간 넘게 발품을 팔았기 때문에 이쯤에서 허기를 채워야 한다.헴버거와 과일로 아침을 대신하고 흙목산 안내판에 둘러서서 기념사진을 찍는다.왼편 나뭇가지 사이로 솔봉이 넌저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07:43)

 

[흙목산 지나 980봉에서 조망한 예천군 백석리]

 

7시 43분,흙목산을 뒤로 하고 솔봉으로 발품을 팔기 시작한다.거의 동진하던 대간의 흐름은 흙목산을 깃점으로 북동진하여 솔봉에 이른다.960m 잘룩이에 다다르자 해묵은 헬기장이 나오고 이곳에도 예의 그 물봉선화 무리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작은 공터를 지나 7시 51분,990봉에 올라섰다.완만한 흙길이라 걷기가 수월했다.시원한 바람결에 별로 땀도 흘리지 않고 우리들은 세상 모르고 걷기에만 몰두했다.7시 54분,전망바위가 있는 980봉에 다다라 잠시 다리쉼을 한다.그리고 대간 오른편(남동쪽)에 펼쳐진 예천군 백석리를 화인더에 잡았다.백석리 마을 뒤편에 병풍처럼 둘러친 산줄기는 묘적령에서 옥녀봉(玉女峰 930m)을 거쳐 자구산(子求山 758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능선을 경계로 동쪽은 영주시,서쪽은 예천군으로 갈라진다.

(07:54)

 

[흙목산 지나 980봉에서 안동 학가산 멀리보기]

 

예천군 백석리 일원을 조망하고 카메라의 각도를 더 멀리 잡아 구름 위로 떠 있는 안동의 학가산(鶴駕山 882m)을 바라본다.학가산은 안동시 북후면과 예천군 보문면의 경계에 터잡은 산으로 치마폭처럼 넓은 산자락과 정수리에는 바위를 이고 있고 사람이 학을 타고 노니는 산세여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학가산은 각 지방에서 보이는 모양에 따라 다르게 부른다.일테면 안동에서는 울퉁불퉁하게 보인다고 문둥이봉,영주에서는 평평하게 보여 선비봉, 예천에서는 모습이 수려하다 해서 인물봉이라 한다.국사봉이 가장 높은 봉우리인데 정상에 서면 예천, 안동,영주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산의 남쪽 비알에는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몽진 왔을 때 쌓은 것이라는 학가산성이 남아 있다.성위에서 내려다보면 낙동강줄기가 보인다.숲이 울창하고 등산로가 조용해 당일 산행코스로 사랑을 받고 있다.(07:54)

 

[솔봉 앞 1,064봉 헬기장에서]

 

980봉 전망바위에서 예천군 백석리 일원과 안동의 학가산을 조망하고 2분쯤 발품을 파니 7시 53분,송전탑이 나온다.여기서부터는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오르내려야 한다.8시 10분 해묵은 헬기장인 뱀재(970m)를 지나 980봉을 차례로 넘어섰다.그리고 8시 17분,솔봉 앞 봉우리에 다다랐다.헬기장이 있는 1,064봉에서 지나온 대간마루금을 배경으로 친구들을 찍었다.오른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투구봉(1,116m),그 왼쪽 잘룩이가 배재(950m),배재 왼쪽 뾰족한 봉우리는 전망바위가 있는 1,059봉이다.그리고 1,059봉 왼쪽으로 수긋해진 잘룩이가 싸리재(950m)이며 싸리재에서 대간은 힘차게 흙목산으로 이어지고 있다.(08:17)

 

[여인의 고운 차마자락을 연상시키는 자주꽃방망이]

 

솔봉 바로 앞 봉우리인 1,064봉 헬기장에서 아주 귀한 꽃을 카메라에 담았다.자주꽃방망이다.자주꽃방망이는 쌍떡잎식물로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한국(경남 이북),일본,중국 헤이룽강,우수리강,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고 산지 풀밭에서 자란다.


높이는 40~100cm에 이른다.포기 전체에 잔털이 빽빽이 나고 줄기는 곧게 선다.뿌리에 달린 잎은 달걀 모양 바소꼴이고 잎자루가 길다.줄기에 달린 잎은 어긋나고 넓은 바소꼴이거나 좁은 달걀 모양이며 길이 5~10cm, 나비 1~3cm이다.끝이 뾰족하고 밑은 둥글거나 좁으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아랫 부분의 잎은 날개가 달린 잎자루가 있고 윗부분은 짧거나 없다.꽃은 7~8월에 자줏빛으로 피는데,길이 2~3cm로서 줄기 끝과 위쪽 잎겨드랑이에 위를 향하여 두상꽃차례로 빽빽이 달린다.꽃받침은 녹색이며 5갈래로 갈라지고 갈래조각은 바소꼴이다.화관은 끝이 5갈래로 갈라진다.수술은 5개이고 암술머리는 3갈래로 갈라진다.열매는 삭과로서 10월에 익는다.

 

꽃은 관상용으로 쓰고 잎은 나물로 먹는다.자줏빛의 자주꽃방망이가 긴 잎사귀의 겨드랑이에 달려있는 모습은 지성적이고 고상한 한국 여인의 모습을 보는 듯하며 그윽한 향기를 느끼게 한다.백색 꽃이 피는 흰자주꽃방망이는 백두산 지역에서 자란다.(08:25)

 

[솔봉에서 뒤돌아본 대간마루금]

 

8시 38분,솔봉(1,102.8m) 헬기장에 올라섰지만 솔봉을 알리는 아무런 표지판이나 안내판도 없었다.단지 삼각점이 있어 이곳이 솔봉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대간을 종주하면서 현재 위치는 지형도에 표시된 삼각점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가까운 봉우리에 올라 이 삼각점을 찾아내면 자신의 위치가 확연히 드러난다.이는 대간종주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산행을 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독도법 가운데 하나다.사진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흙목산(1,033.5m)이며 그 오른쪽 잘룩이는 싸리재(950m),싸리재 오른쪽 봉우리가 전망바위가 있는 1,059봉이다.(08:44)

 

[솔봉에서 바라본 도솔봉]

 

솔봉 헬기장을 둘러싼 나뭇가지 너머로 도솔봉(1,315.6m)의 웅장한 자태가 모습을 드러낸다.오른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도솔봉이며 대간은 왼쪽 능선을 따르다 가파르게 삼형제봉으로 올라붙는다.삼형제봉 아래 잘룩이 뒤로 소백산이 희미하게 비친다.(08:45)

 

[솔봉에서 대간을 등지고 선 친구들]

 

솔봉 헬기장에서 후미를 맡고 있는 꺽다리,마산의 김현기,중앙동 신사 최금구,웃음다발을 선사하는 해맑은 동안(童顔)의 김익수,후퇴할 줄 모르는 대간꾼 전기환 원장이 우리가 밟은 대간마루금을 등지고 섰다.백두대간이여! 오! 자랑스런 친구들이여,그대들의 앞날에 영광 있으리라.(08:56)

 

[모시골 갈림길(980m 잘룩이)에 다다라]

 

솔봉에서 8시 56분까지 머물다 다시 발품을 판다.야간에 종주를 하다 이곳 솔봉에 오면 독도에 유의해야 한다.대간은 오른쪽 (북동) 허릿길로 내려서야 한다.만약 왼쪽(북서) 능선을 따라가면 대강면 남천리로 빠지는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다.솔봉(1,102.8m)에서 오른쪽 허릿길로 내려와 10분 가량 대간길을 가자 모시골 정상(980m)이란 이정표가 나온다.


모시골은 솔봉 동남쪽 모시골마을로 질러진 계곡이다.모시골마을에서 솔봉 쪽으로 난 계곡은 또 하나 오른쪽으로 갈래를 쳐 이곳 980m 잘룩이로 이어진다.이 잘룩이가 바로 이정표에 있는 모시골 정상이다.모시골 정상에서 모시골까지는 1.7km,묘적령까지도 1.7km의 거리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09:11)

 

[노리개를 닮았다는 눈괴불주머니]

 

모시골 갈림길(980m)을 떠나 1,015봉으로 올라가는 길섶에 눈괴불주머니 군락과 마주쳤다.괴불주머니는 옛날옛적에 네모진 헝겊을 귀나게 접어서 속에 솜을 통통하게 넣고 가에 수를 놓아 여러가지 색갈의 끈을 달아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노리개다.이 괴불주머니를 닮았다 하여 눈괴불주머니란 꽃이름을 갖게 됐다.현호색의 꽃들이 색깔만 다를 뿐,대부분 이 괴불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다.그런데 개현호색이라는 속명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현호색과의 꽃들이 4~5월에 피는데 반해 이 꽃만이 7~10월에 피는 것이 특징이다.

 

숲가장자리의 습지나 길가 언덕,논둑따위에서 자라는 2년초로서 꽃몸 전체에 분백색(粉白色)이 돌고 가지가 많이 갈라져서 엉키며 길이 60cm정도다.잎은 마디마디 하나씩 어긋나며 잎자루는 길고 삼각형이다.열매는 긴 도란형(倒卵形)이고 종자는 검정색이다.모양이나 분포지에 따라 자주괴불주머니,염주괴불주머니,산괴불주머니 등 비슷한 이름의 꽃들이 있다.약명이 황자근(黃紫菫)이며 민간에서는 진경,조경,진통,타박상,두통 따위에 쓰이는 유독성식물이다.(09:14)

 

[묘적령(1,010m)에 다다라]

 

눈괴불주머니를 음미하고 9시 15분,1,015봉을 지나면서 대간은 슬며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나가다 990m 잘룩이로 내려선다.9시 25분,1,025봉에 올라서서 7분간 다리쉼을 한다.다시 걸음을 내쳐 950m 잘룩이를 거쳐 9시 47분,희미한 갈림길을 지나 2분 뒤,묘적령(1,010m)에 다다르니 이정표가 반긴다.대간은 모시골 정상 반대편인 왼쪽 길이며,모래내로 내려서는 길(1.95km)은 오른쪽 길로 가야 한다.

 

그런데 이 묘적령을 깃점으로 대간마루 왼편은 여전히 단양 땅이지만 대간마루 오른편은 예천 땅을 벗어나 영주 땅으로 들어서게 된다.대간마루금을 놓고 보면 저수령에서 이곳 묘적령까지가 예천 땅이며 묘적령을 깃점으로 마침내 소백산 구간으로 접어든다.(09:51)

 

[1,080봉 전망바위에서 솔봉을 등지고]

 

묘적령을 지나 9시 54분 왼쪽으로 갈림길(대강면 장정리 사동으로 하산)이 나있는 잘룩이(1,000m)를 거쳐 10시 4분,1,080봉의 전망바위에 올라섰다.천혜의 조망터인 이 전망바위에서 솔봉을 배경으로 친구들을 한 컷트했다.(10:06)

 

[1,080봉 전망바위에서 가야 할 도솔봉을 등지고]

 

1,080봉 전망바위에서 솔봉을 비롯,우리가 밟은 대간마루금을 조망하고 이제 우리가 가야 할 묘적봉(1,149m)과 이번 구간의 최고봉인 도솔봉(1,315.6m)를 배경으로 포즈를 잡은 친구들을 카메라에 담았다.전망바위에 앉은 친구들 뒤로 뻗어나간 산줄기 오른쪽 봉우리가 묘적봉이며,그 뒤에 고개를 슬며시 내민 봉우리가 도솔봉이다.친구들의 해맑은 얼굴이 매우 인상적이다.(10:07)

 

[1,080봉 전망바위에서 뒤돌아본 대간마루금]

 

사진 앞쪽 잘룩한 곳이 묘적령이며 그 뒷쪽 봉우리가 1,025봉,그 다음 잘룩이 뒤로 솟은 1,015봉이 보인다.(10:07)

 

 

[1,080봉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도락산과 대강면 장정리]

 

전망바위에서 서쪽으로 눈을 돌린다.단양군 대강면 장정리 일대와 그 뒤 암릉이 울툴불퉁 솟아난 도락산이 보인다.장정리 마을 왼편 산자락 뒤로 올산리(兀山里)를 거쳐 저수령으로 오르는 길이 열려 있다.(10:07)

 

[1,080봉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풍기읍]

 

전망바위에서 동쪽으로 눈길을 돌려 영주시 풍기읍을 바라본다.사진 아랫쪽에 죽령으로 이어지는 중앙고속도로가 일직선으로 산읍(山邑)을 가르고 있다.(10:07)

 

[묘적봉 정수리(1,185m)에 다다라]

 

1,080봉 전망바위에서 사위를 조망하고 10시 7분,묘적봉으로 발품을 판다.오름길은 서서히 고도를 높여 1,110봉에 아랫턱에 닿아 대간은 이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돌아오른다.10시 24분,숲이 울창한 묘적봉(1,185m)에 다다랐다,정수리에는 오가는 이들이 쌓아놓은 돌탑과 작은 빗돌이 초라하고 그 주위는 숲이 에워싸 조망은 별로였다.우리는 여기에서 11시 2분까지 점심을 들었다.(10:31)

 

[묘적봉에서 건너다본 도솔봉]

 

묘적봉에서 11시 2분까지 점심을 끝내고 하산하기에 앞서 도솔봉을 바라본다.사진 왼쪽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도솔봉(1,315.6m)이며 도솔봉 산줄기 위의 오른쪽 봉우리가 1,185봉이다.여기서 오른쪽 가파른 능선을 따라 풍기읍 주치골로 내려가는 하산길이 열려 있다.그런데 내가 갖고 있는 1/25,000 지형도에는 묘적봉을 바로 이 1,185봉이라 적혀 있으나 이는 잘못된 표기다.고개 이름과 봉우리가 같은 이름일 때에는 대개 고개와 이웃한 봉우리가 그 이름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11:02)

 

[도솔봉 암장 아래에서 뒤돌아본 묘적봉]

 

오늘 구간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인 도솔봉(1,315.6m)으로 간다.묘적봉에서 잘룩이인 1,070m로 내려서서 1,185봉으로 오른다.11시 27분,오른쪽 산줄기 따라 풍기읍 주치골 하산길이 열린 1,185봉에 올라섰다.이 봉우리를 깃점으로 영주시 풍기읍의 권역으로 들어서며 도솔봉의 거대한 암장이 빤히 보인다.11시 46분,도솔봉 암장 아래턱에 다다라 뒤돌아본 묘적봉의 모습이다.송곳처럼 뾰족한 묘적봉 뒤로 저멀리 솔봉이 보인다.(11:48) 

 

[도솔봉 암장 아래에서 뒤돌아본 솔봉과 대간마루금]

 

도솔봉 암장 아래에서 카메라의 각도를 묘적봉 오른쪽으로 옮겨 솔봉과 우리가 밟은 대간마루금을 조망한다.제2선이 솔봉이며 제3선은 오른편 투구봉에서 흙목산으로 이어지는 대간마루금이다.(11:48)

 

[도솔봉 오름길의 암릉]

 

도솔봉 암장 아래턱에 다다라 올려다본 암봉의 모습이다.암장 가운데 돌출된 바위 사이를 휘감아도는 철제데크가 보인다.(11:50)

 

[도솔봉 데크를 오르다 대간마루를 등지고]

 

도솔봉 암봉 오름길 철제데크는 2단으로 이뤄져 있다.첫번째 데크는 108개의 계단,두번째 데크는 54개의 계단인데,철제계단마다 나무판을 박고 그 위에 미끄럼방지용 고무턱을 대놓았다.사진은 첫번째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대간마루금을 배경으로 선 친구들의 모습이다.친구들 바로 뒤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1,210봉이며,그 뒤에 1,185봉이 보인다.이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풍기읍 주치골로 뻗어내린 산줄기가 요동을 치고 있으며 대간은 이 1,185봉에서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곤두박질 친다.(11:56)

 

[도솔봉 데크에 올라 도솔봉 정상 바위를 보며]

 

도솔봉 첫번째 108개의 데크 오름길은 친구들 말 그대로 백팔번뇌를 연상시킬만큼 힘이 들었다.두번째 54개의 데크 오르기는 더더욱 힘이 부쳤다.사진은 두번째 데크를 올라서서 이제 도솔봉 정상에 다다른 것을 만끽할 즈음,눈 앞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암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우리들의 낭패감은 저 앞의 암봉만큼이나 높았다.나중에 알았지만 도솔봉 정수리는 눈 앞에 보이는 저 암봉에서 또 왼쪽으로 비켜나 있었으니 하늘만큼이나 높은 도솔봉은 우리에게 호락호락 정상을 내주지는 않았다.(11:58)

 

[도솔봉 데크 위 암봉에서 지나온 대간을 등지고]

 

도솔봉 두번째 데크를 딛고 암봉에 올라선 동기들의 모습이다.동기들 뒤로 묘적봉이 선명하고 친구들은 마치 절해고도의 섬안에 갇힌 듯하다.(11:58)

 

[도솔봉 헬기장에서 소백산을 등지고]

 

또 하나의 암봉을 올라 12시 2분,도솔봉 정상 오르편에 있는 헬기장에 다다르니 죽령이 보이고 "사람을 살리는 산",소백산의 웅장한 모습도 보인다.헬기장에서 소백산을 등진 친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장쾌한 소백산 능선 한가운데 천문대가 아스라하게 보인다.오늘 구간 가운데 오르기 제일 어렵다는 도솔봉에 오른 기쁨을 친구들은 함박웃음으로 대신하고 있다.(12:10)

 

[도솔봉 헬기장에서 바라본 삼형제봉과 대간분기봉]

 

도솔봉 헬기장에서 가야 할 삼형제봉(1,259m)을 비롯하여 대간분기봉(1,288m)을 조망한다.사진 한가운데 암릉을 품고 있는 봉우리가 삼형제봉이며 그 뒤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대간분기봉으로 대간은 이 봉우리에 오르지 않고 오른쪽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죽령으로 한껏 자세를 낮춘다.대간분기봉 오른편에 보이는 가파른 산줄기가 죽령으로 내닫는 대간마루금이다.(12:11)

 

[도솔봉 헬기장에서 바라본 죽령과 소백산]

 

삼형제봉과 대간분기봉을 일별하고 카메라의 각도를 오른쪽으로 옮겨 죽령과 소백산을 조망한다.사진 한가운데 고개가 보이는데 이곳이 죽령휴게소가 있는 죽령(700m)이다.죽령 오른편,풍기읍 수철리에서 죽령 고갯마루로 오르는 36번 국도가 보이고,이 국도 밑으로 중앙고속도로가 죽령터널을 관통하지만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다.죽령휴게소 왼편에 보이는 가파른 산줄기가 대간분기봉에서 내려오는 대간마루금이며,죽령 뒤쪽으로 소백산의 장쾌한 산줄기가 하늘금을 가르고 이를 보는 우리의 가슴은 한없이 뛰논다. 아! 그리운 소백산이여.(12:11)

 

[도솔봉 헬기장에서 삼형제봉을 등지고]

 

도솔봉 헬기장에서 대간분기봉과 삼형제봉을 등지고 선 친구들의 모습을 다시 카메라에 담았다.(12:11)

 

[도솔봉 정상(1,315.6m)에서 바라본 삼형제봉]

 

도솔봉 헬기장에서 주변 조망을 끝내고 12시 14분,도솔봉 정수리로 갔다.거기 도솔봉에서 삼형제봉을 거쳐 대간분기봉으로 이어지는 대간마루금을 살핀다. 사진 한가운데 암장을 품고 있는 봉우리가 삼형제봉(1,259m)으로 도솔봉 오름길에 이어 철제 데크가 이곳에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삼형제봉 뒷쪽 높은 봉우리가 대간분기봉(1,288m)이며 그 오른쪽에 가파르게 내딛는 산줄기가 죽령으로 이어지는 대간마루금이다.(12:16)

 

[소백의 마주보기,도솔봉(1,315.6m) 정수리에서] 

 

 [도솔봉애서 바라본 죽령과 소백산]

 

도솔봉 헬기장에서 주변 조망을 끝내고 12시 14분,도솔봉 정수리로 갔다.헬기장 바로 곁에 있는 도솔봉 정수리에는 정상을 알리는 주물로 된 사각철판을 바위에 박아놓아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었다.참신한 아이디어였다.전국의 이름난 산이나 봉우리치고 정상표지석이나 안내판이 없는 봉우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인데 도솔봉에는 그것이 없어 매우 좋았다.나는 개인적으로 산봉우리마다 메다 꽃아놓은 정상표지석을 싫어한다.산이름과 높이를 알리는 의미에서 빗돌을 세우는 것을 탓할 수야 없겠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 또한 자연 파괴행위가 아니겠는가.산을 사랑하고 자연을 보호한다면서 산 정수리마다 그 무거운 바윗돌을 올려놓는 이율배반의 행위는 무슨 까닭일까! 나는 이 땅의 모든 산봉우리에서 그 무겁고 답답한 표지석이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도솔봉은 소백산 주릉 조망이 뛰어난 산이다.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과 국망봉,연화봉 지역보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적어 고즈녘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도솔봉으로 오르는 들머리는 북쪽의 죽령,동쪽의 풍기읍 전구동,서쪽의 단양군 대강면 사동마을,남쪽의 묘적령이다.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소백산옥녀봉 자연휴양림에서 능선을 따라 묘적령을 거쳐 남쪽에서 북쪽으로 도솔봉을 오르는 것도 좋다.(12:17)

 

[삼형제봉(1,259m) 가는 길-1,230m 암봉에 올라]

 

도솔봉 정수리에는 제법 등산객들이 많았다.죽령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삼형제봉을 거쳐 도솔봉으로 올라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우리는 12시 34분까지 도솔봉에서 머물다 하산에 들어갔다.도솔봉에서 죽령까지 남은 거리는 6km라고 이정표에 나와 있으니 빠르게 걷더라도 2시간 반 넘게 걸릴 듯하다.10여분 도솔봉에서 내리막길을 내려와 12시 47분,주볏주볏 솟은 암장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었다.(12:49)

 

[삼형제봉 데크에 올라 뒤돌아본 도솔봉]

 

1,230봉 암장에서 내려서고난 뒤부터 길은 좋았다.도솔봉으로 오르는 일련의 등산객들을 마주쳤다.30명은 넘는 그 등산객들은 우리한테 도솔봉이 얼마나 남았느냐며 묻는다.나는 "한 시간 가량 가면 도솔봉에 닿을 것이요."하며 그들을 격려해주었다.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땀을 비오듯 흘리며 발품을 팔고 있었다.죽령에서 대간분기봉 오름길이 예사롭지 않으며 또 도솔봉 암장 내림길이 무척 힘들다는 것을 반증이라도 하듯이....

 

도솔봉 암장이 가까웠을 무렵 한 등산객이 살모사 머리를 한 손으로 낚아채고 유리병에 집어넣으려하자 제 아내는 질겁을 하며 뱀을 놓아주라고 호통을 친다.그러나 그 아재는 능숙한 솜씨로 유리병에 뱀을 넣곤 유유히 사라진다.요즈음엔 뱀도 씨가 말랐는지 대간 길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오늘 처음으로 뱀을 목격했다.오후 1시 9분,삼형제봉 오름길 암장 아래턱에 다다라 7분 가량 다리쉼을 한다.그 암장 왼쪽으로 올라서니 도솔봉에 이어 또다시 철제 데크가 시작된다.이곳에서 우리가 내려온 도솔봉을 뒤돌아본다.(13:13)

 

[삼형제봉 데크를 오르는 익수]

 

삼형제봉 철제데크는 154개의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이 오르막 오르기는 도솔봉을 오를 때보다 더욱 힘이 들었다.땀이 비오듯 연신 이마를 타고 흐른다.나는 마지막 데크에 올라 후미를 기다린다.금구가 올라오고 기환이와 현기가 데크를 힘들게 올라오는데 익수는 보이지 않는다.평소 같으면 아무 무리없이 오를 그가 오늘은 웬일인지 자꾸만 뒤로 처져 한참동안을 기다렸는데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막 데크를 올라선 현기는 "익수가 힘겨워한다." 고 말한다.연이틀 동안의 술타령이 얼마나 몸에 무리를 가져다주었는지 익수는 충분히 체득했으리라.사진은 익수가 천금같이 무거운 발걸음을 디디며 힘겹게 데크를 오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데크에 올라선 그는 백지장 같은 얼굴로 "대간이고 뭐고 그만 주저앉고 싶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13:16)

 

삼형제봉 데크를 올라선 우리는 잠시 숨을 고르고 두번째 오르막길을 오른다.이 오름길도 비록 철계단은 없지만 가파르기는 마찬가지였다.두번째 오르막을 오르고 나니 다시 암릉길이 기다린다.1시 39분,암릉에 오른 다음 다시 한 번 다리쉼을 한다.암릉을 왼쪽으로 돌아 1시 45분 삼형제봉에 올라섰다.


그러나 삼형제봉(1,259m)에는 바위만 몇 개 있을 뿐,아무런 표지판도 없었다.이제 죽령으로 갈래치는 대간분기봉으로 올라간다.대간분기봉 오름길도 매우 가팔랐다.1시 54분,대간분기봉(1,288m) 갈림길에 다다라 2시 6분까지 다리쉼을 한다.여기서 지난 구간 인연을 맺은 황장산쉼터의 김동진 씨한테 휴대폰을 넣으니 그는 벌초 때문에 제천으로 갔다며 그의 안사람이 죽령에 오기로 했다.


대간 길은 대간분기봉 정상으로 오르지 않고 이 갈림길에서 90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간다.하산길이 시작되자마자 산죽밭이 길게 이어진다.금구와 나는 선두에 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내리막길을 내려간다.2시 22분,부드럽기만 하던 하산길에 암장이 나온다.대간 길은 그 암장을 왼쪽으로 돌아나간다. 잠시 뒤 1,135봉을 지나면서 하산길은 급격한 내리막길로 바뀐다.이제 산죽은 사라지고 전형적인 숲길이다.8분 뒤 940봉에 있는 해묵은 헬기장을 지나 공터에 다다르니 저 아래 죽령이 보이고 오른편 골짝 밑으로 샘이 나온다.석간수인 샘물은 수량도 많았고 물맛도 좋았다.손수건을 빨아 얼굴의 땀을 닦아낸다. 샘터에서 금구와 내가 5분 가량 기다리자 후미가 왔다.익수도 원기를 회복했는지 한결 좋아보인다.


2시 47분,샘터를 뒤로 하고 1.3km 가량 남은 죽령으로 내려간다.2시 55분,묘지를 지나면서 대간은 산등성이를 타지 않고 오른쪽 산허릿길로 돌아나간다.산등성이에는 군사시설물이 있기 때문에 우회길을 따라가야 한다.산허릿길은 무척 지루하고 길었다. 금구와 나는 3시 4분,드디어 죽령으로 내려섰다.

 

 

영주시에서 세운 죽령빗돌 근처에 배낭을 부리고 후미를 기다린다.거의 10분쯤 지나 일행과 만날 수 있었다.영주시 쪽 고갯마루에는 주막이 있지만 이름만 주막일 뿐 옛날의 그 모습은 찾을 길이 없다.죽령 빗돌 바로 뒤쪽에는 10여기의 장승이 숲속을 지키고 있다.소백대장군과 소백여장군 한 쌍이 무리의 우두머리인 듯 가운데 터를 잡고,좌우로 크고 작은 장승들이 고갯마루를 오가는 나그네들을 뚫어지게 쏘아보고 있다. 성난 듯,울부짓는 듯,더러는 삐친 듯,기어코 더는 못참겠다는 듯,그러면서도 비질거리는 웃음을 견디느라 이빨을 슬쩍 앙다문 장승 특유의 짓궂은 표정이 사뭇 싱그럽다.소백대장군은 경북에서,소백여장군은 충북에서 올라와 죽령 길의 장승 부부가 되었단다.
 
다시 죽령 빗돌로 내려서서 조금 기다리니 난데없이 김동진 씨가 갤로퍼를 몰고 왔다. "9월 셋째주에 온다더니 왜 이리 일찍 왔소.?" 하며 의아해한다."성묘객 때문에 일정을 앞당겼죠." 하니 자신도 제천의 선산에 다녀왔노라며 우리를 만나기 위해 죽령으로 떠난 마누라를 뒤돌아오게 했다는 것이다.우리는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김동진 씨는 우리를 죽령 빗돌을 배경으로 서게 한 다음 기념사진을 찍어주었고 모처럼 나도 피사체가 되었다.김동진 씨의 갤로퍼에 탄 우리는 단양 쪽 고갯마루로 갔다.나는 "죽령산신당"이 어디 있는지 몹씨 궁금했다.김동진 씨가 기념품 가게 할머니한테 물어보니 죽령산신당은 매바위(대강면 용부원리) 건너편에 있다고 하며 또 한 곳은 다음 구간 소백산 오르는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가면 나온다고 한다.우리는 김동진 씨가 운영하는 황장산 쉼터로 갔다.김 씨의 호의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물이 어찌나 깨끗하고 부드러운지 비누가 필요없을 지경이었다.우리는 백숙을 시켜 저녁을 들면서 맥주에다 소주로 뒷풀이를 했다.내년에는 도락산이나 수리봉-신선봉-황정산 종주를 하러 황장산쉼터를 다시 찾을 것을 다짐하며 김동진 씨와 아쉬움을 남긴 채 헤어졌다.(15:21)

 

[종주정보]

 

*차편

부산-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죽령터널-단양IC-927번 지방도-대강면 사인암리-올산리-저수령:김익수 카스타

죽령-단양IC-927번 지방도-사인암리-올산리-저수령:황장산 쉼터 갤로퍼(054-552-8080)

저수령-사인암리-대강면 방곡리-오목내(황장산쉼터)-방곡리-사인암리-단양IC-죽령터널-중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부산:김익수 카스타

*종주시간/종주코스(2004.9.5)

03:46 저수령(850m)...0.3km...950봉...0.5km...04:15-04:23 촛대봉(1,080.6m 삼각점)...0.4km...1,100봉 ..1,060m잘룩이...1,080봉...1,110봉...0.8km...04:56-05:03 투구봉(시루봉 1,116m)...05:09 920m 잘룩이(묵은 헬기장)...05:19-05:25 930봉(묵은 헬기장/전망바위)...05:31-05:42 910m 잘룩이(간식)...1.0km....05:59 1,080봉...0.5km....06:17 배재(950m)...0.5km....06:23-06:34 1,059봉(전망바위)...0.38km...06:48-06:50 싸리재(950m)...1,000봉...1,060봉...07:15 1,040m 잘룩이...1.13km...07:17-07:43 흙목산(1,033.5m/삼각점/아침식사)...960m잘룩이...07:51 990봉...1.0km...1.0km....07:58 980봉(전망바위)...950봉...0.75km....08:10 뱀재(970m)...980봉...08:17 1,064봉...1,040m잘룩이...1.37km....08:38-08:56 솔봉(1,102.8m 삼각점)...09:11 모싯골 갈림길(980m잘룩이)...1.12km....09:15 1,015봉...990m잘룩이...09:25-09:32 1,025봉...950m잘룩이...1,010봉...1.12km...09:49-09:51 묘적령(1,010m)...10:04-10:07 1,080봉(전망바위)...1,110봉...0.87km...10:24-11:02 묘적봉(1,149m/점심식사)...1,070m잘룩이...0.75km...11:27 1,185봉(우-풍기읍 주치골)...1,210봉...0.86km...11:46-11:50 도솔봉 데크 밑...12:02-12:11 도솔봉 헬기장...12:14-12:17 도솔봉(1,315.6m 삼각점)...1,220m잘룩이...12:47-12:49 1,230m 암봉...1,210...1,140m 잘룩이...1.25km....13:09-13:16 삼형제봉 데크 밑...13:45 삼형제봉(1,259m)...1,180m잘룩이...0.8km....13:54-14:06 1,288봉(대간분기봉)...1,100m 잘룩이....0.7km...14:22 1,135봉...1.12km...14:30 940봉...14:42-14:47 샘터...15:55 묘지...1.13km...15:04-15:14 죽령(700m)

 

*도상거리:18.35km
*종주시간:11시간 2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