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濃霧)
[사진무료 제공:심재후]
삿갓봉이여!
안개에 젖어라.
가슴을 뚫고 심장을 지나 뼈 속으로
안개에 젖어라 젖어,
일어나라,잠든 정신이여.
안개가 가벼운 것은
우리의 정신이 무거운 탓이라면
깃털처럼 가벼운 너를
누가 형체가 없다고 하느냐.
젖어라 젖어,
가장 강한 것은 형체가 없는 법,
너와 나의 가슴을 관통하면서
젖어라 젖어,
온 산이 너의 흐느낌으로
깊은 잠에서 깨어나도록
모든 씨앗이 네 사랑으로
눈 뜨도록 삿갓봉이여!
젖어라 젖어,
지금 어두운 것은 네 영혼이 어두운 탓,
한번 깨어나면 밝은 사랑 이룰 터
한번 채찍으로 후려치면
그때 알게되나니.
네가 젖을 수밖에 없음을.
*낙동정맥의 산인 삿갓봉은 아득한 옛날 동해 바닷물에
잠겨 정수리만 남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