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 정수리에서
[두타산-박달령 가는 길/소등골 들머리 풍경]
캄캄한 밤 홀로 두타산을 오르네.
사랑과 열정이 없다면 오르지 못할 정수리.
세찬 바람과 외로움이 거기 살고 있어.
하늘에선 별빛이 내려 꽂히고
먼 동해바다 불빛이 아스라하네.
어둠도 어둠만은 아니었지.
주위가 차츰 밝아지고 있었어.
돌개바람 속에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정수리 바위를 맴도는 바람소리였어.
순간 무서워졌네.
검푸른 산이
내게로 왔어.
나는 산을 껴안고 잠이 들었지.
조그만 두타산 벙커는 아늑했지.
긴 입맞춤은 달콤했고
오래오래 잠들었지.
문득 새소리에 잠이 깨었어.
햇빛이 내 머리 위를 비추고
내밀한 내 사랑
훔쳐본 것 같아 부끄러웠지.
정수리에 불던
바람도 외로움도 사라졌네.
이슬이 맺힌 풀잎을 보며
나는 당당했지.
햇빛 쏟아지는 벙커를 나오며
아,그게 사랑이란걸
돌이킬 수 없는 외로움을
그렇게 키웠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