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름 시오름]
검마산(劍磨山)을 오르며
청산신남석
2006. 5. 1. 01:20
누가 나를 여기에 오르게 했는가
어제 저녁 잠든 머리맡에 흩어진
고운 노래가락
저 아래 낮은 봉우리와 집들 아득하고
바람 몰아치며 울부짖어
노래소리 들리지 않으니
무엇이 나를 여기에 밀어 올렸는가.
창검인가,사랑인가
아니면 사라진 노래인가.
잠시도 서 있을 수 없는 정수리에서
천둥치는 하늘 아래
열 손가락 감전되어
내 몸 네게 맡긴다.
산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네 영혼도 저 산 속으로 숨어버린다.
남은 건 노래를 불던 내 입술뿐.
내가 늘 깨어 있지 않다면
어찌 만나리.
네 고운 노래자락
내가 잠들어버린다면
머리카락 한 올 자르듯
잠든 내 몸 한 칼에 번쩍 내리쳐
깨어나게 하리라.
검마산 정수리에
누가 나를 오르게 했는가.
하늘과 맞닿은 검마산에.
*검마산은 통고산 가는 길에 솟은 낙동정맥의 산으로
남이 장군이 검을 갈며 무예를 연마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