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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용마산악회

청산신남석 2006. 4. 5. 17:34


 

 

                                                병술년 새해를 맞이하며

 

 

산에 빠져드는 산꾼들을 보면 대체로 외로운 사람들이 많은 듯합니다.외로워서 산에 저를 맡기는 것이겠죠,산행에는 본디 외로움과 두려움,고통이 뒤따릅니다.그것들을 넘어설 때 우리의 정신은 맑아지게 됩니다.그래서 우리는 산에 갇히기를 즐겨합니다.산에는 우리에게 없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겠죠.산행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즐거움 또한 이것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자질구레한 일상의 그물을 벗어나 대자연의 품에 안길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넘어서게 되지요.


지난해에도 우리는 열심히 산을 오르내렸습니다.오랜 시간 동안 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우리의 몸이 먼저 지쳐버립니다.그런 다음 우리의 의지나 정신력도 지쳐 문득 산을 내려가고 싶어집니다.악천후 속에서는 더욱 그렇죠.산이 지겹고 무서워집니다.집으로 돌아와 피곤한 육신을 눕힙니다.그런데 마음은 흐뭇합니다.온갖 어려움을 뚫고 나왔기에 스스로가 대견해집니다.


하룻밤을 자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 듯 온몸이 개운합니다.새로운 활력이 내 몸에 충전되어 있음을 느낍니다.그런데 산에서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아 또 다시 산이 그리워집니다.그 지겹고 지긋지긋했던 산에서의 기억들이,아름다움으로 솟아올라 나를 유혹합니다.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마운틴 오르가즘’이라고 하더군요.


사람의 뜻과 생각을 맑게 하는 것이 산입니다.그래서 넓게 트인 산꼭대기에 올라 스스로의 옹졸하고 어리석은 삶을 뉘우치게 됩니다.높고 멀고 아득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그 산에 가기 어렵습니다.그러나 한발 한발 그 산을 향해 오르다보면,그 산이 어느새 눈앞에 있습니다.땀 흘리며 허위단심 된비알을 오르다 보면,그 높디 높은 산봉우리 위에 올라선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그래서 몸과 마음은 더 풍요로워지는가 봅니다. 


우리의 마음이 번잡할수록 삶이 고통스러울수록 산을 더 가까이 해야 합니다.산꼭대기에 올라 자질구레하고 속된 마음을 떨쳐버리고 자유로워져야 합니다.끝간 데 없이 아스라한 하늘금을 바라보며 우리의 번민을 저 흰구름에 풀어놓아야 합니다.


용마산악회 회원 여러분!

올해에도 더욱 산을 가까이 하며 산에서 자주 만날 것을 기원합니다.이제 우리는 화합과 단결이 절실한 때입니다.사소한 이견(異見)과 분열의 굴레를 벗고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산과 산행을 통해서 자신을 연마하고 대의를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저 산꼭대기에 올라 두 손을 힘차게 뻗고 우리의 기상을 펼쳐보일 때입니다.


용마산악회 산행대장 신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