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1구간<천왕봉-성삼재>

청산신남석 2006. 4. 1. 10:06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순두류자연학습원 갈림길에 선 종주팀]  

 
  
천왕봉-장터목대피소-연하봉-촛대봉-세석대피소  4.86km 
 

 1.종주 첫날(2003.6.14) 
 
드디어 백두대간이다.

2002년 12월 22일,우리 고장의 산줄기 낙남정간 끊어타기를 마친데 이어 올해는 한반도의 골간이자 등뼈인 백두대간 종주에 불을 지피기로 했다.오늘 6월 14일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고성의 진부령까지 도상거리 690km에 이르는 대장정의 첫걸음을 떼는 그 날이다.

 

아침 6시 30분,국제신문사 건너 한양프라자 앞에 모인 이재화 산우회 총무,김익수,조현영 동기회 총무,그리고 친구 손의선,신남석 산행대장,서마산인터체인지에서 만나기로 한 김현기 동기,모두 6명이 대간종주팀을 이뤘다.그리고 중산리 순두류자연학습원까지 봉고로 우리를 데려다 줄 오기묵(23회) 후배와 제수 씨가 동행했다.오 동문은 구덕산악회(경남중고 OB산악회) 산행대장,오기현 선배(20회)의 동생으로 그 또한 구덕산악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봉고로 산행팀을 안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중산리매표소를 지나 출입금지의 순두류자연학습원 입구까지 우리를 인도한 것 또한 오 동문 덕택이었다.순두류자연학습원 입구에 내림으로써 중산리매표소에서 천왕봉까지 5km에 이르는 거리를 거의 1시간 가량 단축시킨 것은 행운이었다.

 

천왕봉으로 오르기 전 순두류자연학습원 입구 갈림길에서 대간팀의 모습을 오기묵 후배가 찍었다.왼쪽부터 김익수,이재화,신남석,김현기,조현영 그리고 손의선 회원의 모습이 보인다.그리고 김익수 동기 뒤로 로타리 산장으로 이어지는 그리운 산길이 숲속으로 아련하게 뻗어 있다.그러고 보니 조현영 동기만 빼고 모두 낙남정간을 완주한 동기들이 다시 대간종주에 도전하게 된 셈이었다.

 

[천왕샘 아래 능선에서 바라본 천왕봉 오르는 길]

 

법계사 아래 로타리 산장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고 시원한 샘물로 갈증을 축인 다음 천왕봉으로 오른다.로타리 산장에서 천왕봉까지는 약 2km 거리,지리산 천왕봉으로 오르는 최단코스다.

 

그런데 그 길은 까꿀막질 뿐만아니라 돌확길이라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수십 번 오르내린 길이지만 올 때마다,볼 때마다 새롭다.숨은 턱턱 막히고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가슴은 터질 듯하고 머리는 어지럽다.그저 주저앉고만 싶다.그런 길이 천왕봉 오르는 길이다.그러나 오늘은 날씨가 흐리고 기운이 서늘해서 다행스러웠다.

 

가파른 돌확길을 더터 능선에 올라서면 비로소 천왕봉 정수리와 그 아래 너덜겅 그리고 천왕봉에서 뻗어내려 돋올하게 솟구친 암릉이 눈에 들어온다.이 능선에서 좀 더 가면 천왕샘을 만나는데 돌틈에서 맛 있는 석간수가 흘러나와 지친 산객(山客)들의 목마름을 달래준다.



지리산 천왕봉(天王峰 1,915m)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산을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천왕봉을 오르고 싶어한다.이 천왕봉에서 노고단을 거쳐 성삼재로 나우리치는 장쾌한 지리 능선을 밟는 것은 도보산행의 전거(典據)요,백두대간 종주의 시발점이다.천왕봉 정수리에 올라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3대(三代)가 적선을 해야 한다는 말이 전해져 온다.그만큼 천왕봉 일출은 인연없는 이에겐 좀체로 그 기회가 와닿지 않는다.

 

백두산의 정기가 남녘의 대간을 따라 남진하다 이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러 그 맥을 쏟아놓는 곳,천왕봉은 백두의 기운이 두루 미쳤다 하여 예전에는 두류산(頭流山)이라 일컫기도 했으며,신라 때에는 5악 가운데 하나인 남악으로 제사를 지낸 민족의 영산이다.또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동해로 신하를 보냈다는 산도 이 산이며 그래서 방장산이라고도 한다.

 

530여년 전 점필재 김종직이 엄천강에서 하봉,중봉을 거쳐 천왕봉을 찾았을 때만 해도 천왕봉에는 성모사라는 사당이 있었다고 전한다.당시는 숭유배불정책이 완연한 때라 이 성모사에 안치된 성모를 그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그러나 천왕봉에 오른 이들은 한결같이 성모사에 머물면서 다음날 해돋이를 보곤했다.

 

점필재 김종직은 천왕봉에 오른 소회를"가슴이 탁 트이고 시야가 넓어진다."고 적고 있다.우리 대간종주팀도 천왕봉에 올라 남다른 감회를 느끼며 정수리 빗돌을 중심으로 자세를 잡았다.

 

특히 천왕봉 오르기가 평생의 꿈이었다는 현영이는 마침내 그 꿈이 실현되었다며 좋아했다.그런데 천왕봉에 먼저 오른 재화와 내가 무려 1시간 반이나 후미를 기다렸으니 그가 어떻게 천왕봉에 올랐는지는 달리 표현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천왕봉 정수리에 올라선 그는 "삼보일배(三步一拜)" 였다고 털어놓는다.현영이는 정수리 빗돌에 지친 몸을 기대고 낙남정간 종주 때부터 우리들 사이에 애용되던 얼린 황도를 꺼내 한 입 베어문다. 

 

 

천왕봉 빗돌에 선 대간종주팀은 왼쪽부터 신남석 대장,이재화 총무,손의선,김익수 그리고 조현영 동기.빗돌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현영이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못해 탈진한 상태다.

 

[구름 비낀 중봉]

 

 [홀연히 사라진 중봉의 안개,그리고 하봉]

 

지리산 천왕봉(1,915m)에서 북동쪽으로 750미터 가량 떨어진 중봉(1,875m) 자락으로 구름이 희롱하듯 밀려들고 있다.재화와 내가 천왕봉에 올랐을 때만 해도 중봉 일대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는데 잠시 고개를 돌려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주능을 조망하는 사이 이런 광경이 벌어지고 말았다.지리산은 쾌청하다가도 일순 구름이 끼며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캄캄한 어둠 속에 갇혀 우울하다가도 금세 햇볕이 돋아나 환하게 밝아지기도 한다.지리산의 날씨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따라서 지리산을 종주할 때는 수시로 변화하는 날씨에 알맞는 등산장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이를 게을리 하면 필시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위험천만이다.

 

[천왕봉 남쪽의 암봉-성모사가 있던 옛 절터]  

 

지리산 천왕봉 빗돌이 새겨진 정수리에서 통천문 쪽 암봉으로 다가서면 그 오른쪽에 등산로가 폐쇄된 하산길이 나온다.이 길이 우리나라 4대 계곡의 하나라는 칠선계곡 길이며 2010년까지 휴식년제가 진행중이어서 출입을 할 수 없다.우리는 칠선계곡 등산로로 잠시 내려가 나무 그늘에서 점심을 들며 구름 비낀 중봉을 바라보았다.

 

천왕봉 정수리에서 남쪽으로 바라본 암봉-이 암봉에서 칠선계곡 하산길이 열려 있고 또 통천문을 지나 대간 종주길이 이어질 뿐만 아니라 이 일대는 예전에 성모사가 있던 자리이기도 하다.

 


천왕봉에서 통천문 쪽으로 내려오다 돌계단을 만났다.맨 뒤에 조현영 동기가 무거운 배낭을 지고 계단으로 내려서고 있다.

 

[하산길에 바라본 칠선계곡과 고사목,그리고 눈부신 신록]

 

530여년 전 그때의 통천문은 어떠했을까? 당시 천왕봉을 찾은 점필재 김종직,남효온,유호인을 비롯한 산을 사랑했던 우리 선조들 역시 이 통천문을 통과했다.일명 석문(石門)으로 불린 이 통천문은 하늘과 맞닿은 천왕봉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난관이다.지금은 철계단이 설치되어 아무 어려움없이 오르내릴 수 있지만,예전에는 쇠줄이 걸려 있었다고 기록은 전한다.제석봉을 지나 약 5미터에 이르는 수직의 이 통천문을 지나면 천왕봉에 오를 수 있다.우리 대간팀이 천왕봉에서 통천문을 내려오면서 자세를 잡았다.

 

[하늘과 맞닿아 있다는 통천문 내려오기] 

 

엊그제 내린 비로 푸릇푸릇 싱그러운 지리산 신록(新綠)은 우리의 가슴을 그대로 물들일 것만 같았다.살아 있음은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그대로 일 때 가장 숭고하다.자연은 사람들의 간섭을 싫어한다.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천왕봉을 내려와 제석봉 오르는 쇠다리 계단으로 올라선다.거기서 칠선계곡으로 뻗어내린 등산로를 보며 죽은 고사목과 그 곁의 울울한 신록,생과 사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종주길 곳곳에 보이는 고사목과 구상나무]

 

[제석봉의 고사목 보호지역]


고사목 보호지역인 제석봉(帝釋峰 1,806m) 일원-'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고사목 주위로 안개가 배회하는 바람에 배경이 흐릿하다.장터목과 천왕봉 사이 고사목지역이 제석봉이다.고사목은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재앙의 산물이다.해방직후 권력의 비호를 받은 벌목꾼들이 이곳에 불법으로 목제소를 차려 도벌을 했다고 한다.그 사실이 신문에 알려져 현장을 조사 하려 하자 증거를 없애기 위해 불을 질려버렸다 한다.이들 고사목은 주목이 아닌가 여겨진다.수목성장한계선에 이렇게 자란 수목은 복원에 수백년 아니면 영원히 복원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또 세석평전도 오래 전 큰 화재로 수목이 소실되어 평전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옛 선인들의 지리산 기록에 세석평전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당시에는 평전이 아니었다는 설이 무게를 얻고 있다.     

 

 

제석봉(1,806m) 고사목 보호구간에 다다랐다.윗쪽 사진을 찍을 때는 안개가 제석봉을 뒤덮어 흐릿했는데 조현영 동기가 고사목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할 때는 홀연 안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참으로 기이했다.이 제석봉을 지나면 장터목대피소가 나온다.천왕봉에서 50분 가량 발품을 팔아야 장터목대피소에 다다를 수 있다.

 

 

제석봉 고사목 보호지역을 빠져나가는 종주팀,껑충한 키의 현기,익수,재화의 뒷모습이 보인다.배낭 뒤에는 이일산우회 백두대간 종주 플랭카드가 종주에 대한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연하봉으로]

 

장터목대피소를 지난다.이 장터목대피소에서 오른쪽 능선을 타면 하동바위를 거쳐 백무동 하산길이며,왼쪽 샘터로 내려서면 유원폭포,법천폭포를 거쳐 칼바위,중산리 매표소 하산길이 나온다.종주팀은 장터목대피소를 그냥 지나쳐 연하봉으로 다리품을 팔았다.연하봉 암봉으로 닥아가면 왼쪽으로 희미한 하산길이 나오는데 이 길이 빨치산 루트로 유명한 도장골이다.

 

[촛대봉으로 가며 돌아본 지리주능]

 

삼신봉을 지나 촛대봉으로 가면서 뒤돌아본 지리산 주능선.사진 가운데 뾰족하게 치솟은 봉우리가 연하봉(煙霞峰 1,667m)이며 그 너머에 장터목대피소가 자리잡고 있다.

 

[기이한 형상의 촛대봉 능선]

 

연하봉(1,667m)을 지나자마자 종주길은 가파르게 치내려 1,167봉에 이른다.여기서 대간은 다시 삼신봉을 거쳐 잔돌평전(세석평전) 앞 촛대봉(1,703.7m)으로 서서히 고도를 높여나간다.삼신봉을 지난 지점에서 바라본 촛대봉의 바위군이 참으로 기이하다.

 

[고사목을 등진 김익수]

 

제석봉에서 삼신봉 구간까지는 이런 고사목이 즐비했다.고사목 옆의 소나무처럼 생긴 나무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는 구상나무(Korean spruce,Korean fir)이다.이 구상나무가 죽어 고사목이 된다."살아 천년,죽어 천년" 이란 말은 이 고사목을 두고 생겨난 말이다.서구에서는 우리나라 고유식물인 구상나무가 수형이 미려하고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좋은 점에 착안하여 많은 품종을 육종,개량하였다.그 가운데서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트리로 알려진 "뱅커스 트리"를 개발하였다는 농대 출신 현영이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깜짝 놀랐다.이제는 "자연이 자원"인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김익수,등산에 입문한 지 올해로 3년째인 그는 그동안 눈부시게 성장했다.지리산 종주에다 지난해에는 낙남정간 완주 등 굵직굵직한 장거리 종주를 모두 소화해냈기 때문이다.그런데 백두대간 종주를 들먹이자 그는 자신이 없다며 꽁무니를 뺐다.당일 산행이 아니라 막영을 하며 1박 2일,또는 2박 3일 산행을 하자면 무거운 배낭을 짊어져야 한다.이런 하중훈련에 부담을 느낀 그는 대간종주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그래서 우리는 지리종주를 해보고 판단하자며 그를 지리산으로 불러낸 것이다.이제 그의 걸음걸이는 푸로다.10시간 이상 걸어도 끄떡없기 때문이다.거뜬히 지리산 종주를 해냈으니 이런 기세라면 대간 종주도 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사목을 등진 김익수,손의선,이재화]


이일산우회 후미대장 김현기-그는 온갖 성가신 일을 도맡는다.등산로에 떨어진 휴지와 쓰레기를 일일이 수거해 내려오기도 하고 걸음이 느린 동기들을 다독거려 끝까지 완주하게 만든다.평소 그는 무거운 배낭을 지고 하중훈련을 해오고 있다.이런 하중훈련은 백두대간 종주에 필수다.아무리 걸음이 빨라도 20~30kg가량의 배낭을 지고 10시간 이상 걸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평소 훈련이 되어 있어야 무리없이 걸어낼 수 있는 법이다.오늘도 그는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지고 후미를 맡았다.그가 있기에 우리는 안심하며 행복하다.

 

[후미대장,꺾다리 김현기]

 

  

촛대봉(1,703.7m) 정상은 출입이 금지되어 그 허리길로 돌아내려선.이제 오늘의 마지막 종착지인 잔돌평전에 있는 세석대피소가 지척이다.현영이와 현기가 세석대피소로 내려오고 있다.

 

 

 

세석대피소-벽소령-형제봉-삼도봉-임걸령-노고단-성삼재 23.27km 

 

2.종주 둘째날(2003.6.15) 

 

종주 첫날인 6월 14일(토) 대간종주는 세석대피소까지 끊어탔다.당초에는 세석대피소에서 6.3km 떨어진 벽소령을 목표로 삼았으나 천왕봉 오르는데 무려 2시간 가량 늦어지는 바람에 잔돌평원의 세석대피소에 행장을 풀었다.

 

헌데 잠 잘 일이 꿈만 같았다.지리산의 모든 대피소는 2개월 전에 이미 예약이 끝나버려 잠잘 곳이 마뜩치 않았기 때문이었다.최후의 카드는,지붕은 막히고 3면이 훤히 트인 취사장에서 침낭으로 한둔하는 방책이었다.그러나 궁(窮)하면 통(通)한다던가.종주 며칠 전부터 비가 내려 예약을 한 산객들이 생각보다 붐비지 않아 대기예약을 해놓고 기다렸다.운좋게도 우리 6명은 2층 복도 구석에 배정을 받아 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누구라 할 것없이 심한 코골이 덕분에 몸은 풀솜처럼 골아떨어져도,정신은 멀쩡했으니 말이다.엎치락뒷치락 하다 12시 30분쯤 일어나 밖으로 나가니 오오! 십오야 밝은 달이 공중에 걸려 있었다.이럴 바엔 아예 야간산행으로 성삼재까지 가는 편이 나을 것만 같았다.다시 잠을 청했으나 자는둥마는둥 전전반측했다.

 

새벽 3시,전원 기상하여 재첩국을 끓이고 밥을 지어 아침을 들었다.그러나 어제 곤욕을 치룬 현영이는 우리에게 누가 될까봐 거림으로 하산키로 해 못내 아쉬웠다.

 

새벽 3시 40분,둘째날 종주에 들어갔다.쉬임없이 걸었다.영신봉,칠선봉,덕평봉을 차례로 넘어서자 길이 순탄해지기 시작했다.세석을 떠난 지 2시간 30분만에 벽소령에 닿았다.벽소령대피소를 떠나 30분쯤 발품을 팔자 형제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형제봉이 바라뵈는 전망바위에 선 손의선,김익수,김현기 그리고 이재화 동기]


형제봉으로 닥아가면서 고개를 돌려 형제바위를 바라본다.기묘한 모습의 암장이다.어찌 보면 왕관 같기도 하고 투구 같기도 하다.종주길은 암장 오른편으로 열려 있다.

 

[뒤돌아본 형제바위]

 

형제바위를 지나 가파른 형제봉으로 오르기 전 구름이 오락가락하는 형제봉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종주팀-현기,익수,의선이가 어제와 달리 긴장이 풀린 편안한 얼굴이다.

 


형제봉에서 삼각고지(1,462m)를 지나니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민간인에게 위탁한 연하천산장이 나온다.여기서 물을 보충하고 시원한 캔맥주로 갈증을 다스린 다음,가파르기 짝이 없는 나무계단을 더듬어 올라 명선봉(1,586.3m)에 이른다.

 

정수리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토끼봉(1,534m)을 거쳐 화개재로 치내려갔다. 그런데 이쯤에서 전기환 동기의 짝지인 박영란 씨 음성메시지가 내 휴대폰에 떳다.기환이가 노고단을 출발하여 반야봉으로 오르고 있다는 것이었다.그런데 기환이는 오후 3시까지 성삼재로 내려와야 한다(?)는 전갈도 함께 들어 있었다,

 

그래서 화개재 오른쪽 아래에 있는 뱀사골산장을 생략하고 기환이를 만나기 위해 삼도봉으로 발길을 재촉했다.그런데 이곳의 550 나무계단 오르기는 어찌나 까꿀막지고 힘이 드는지 생사람을 잡을 지경이었다.배낭 무게는 줄곧 어깨를 짓누르고 다리힘은 빠지고....전에는 없던 나무계단을 왜 만들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위험구간이라 산군들에게 실족이나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다른 방법으로 보완을 할 수 있을 텐데 꼭 이런 방법이 최선이었는지 명쾌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이 구간을 통과하는 사람들은 아마 다들 울화가 치밀 것은 분명했다.

 

전북,전남,경남의 접경인 삼도봉에 다다랐다.일명 날나리봉이라고 하는 삼도봉에는 세 도를 상징하는 쇠로 만든 삼각뿔대가 세워져 있다.삼도봉을 지나는 산객마다 그 쇠뿔 꼭대기를 쓰다듬어 윤이 반질반질 나 있다.그 뒤에서 현기와 의선이가 포즈를 잡았다.

 

[삼도봉의 의선이와 현기]


삼도봉에 올라 기환이한테 휴대폰을 날렸지만 불통지역이라 허사였다.기환이 아지매한테 접촉을 시도했지만 매한가지였다.우리는 삼도봉에서 갈증을 축이고 임걸령으로 하산키로 했다.지리산 10경 가운데 두번째 경승,반야낙조로 유명한 반야봉(1,733.5m)은 대간에서 왕복 40분 거리에 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임걸령으로 내려왔다.

 

임걸령샘에는 많은 산객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햇볕이 강렬했다.우리는 햇볕을 피해 숲으로 들어가 점심 준비를 했다.현기와 익수는 "기환이가 반야봉에서 내려올지 모른다."라며 내려오는 길목을 바라보고 있었다.잠시 시간이 흘렀다.의선이는 "기환이가 반야봉을 올라갔기 때문에 필경 우리와 길이 엇갈렸을 거라며 머지않아 만날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 썬그라스를 낀 기환이가 임걸령으로 내려오는 게 아닌가.우리는 너무 반가워 어쩔 줄 몰랐다.밥을 짓고 있는 숲속으로 그를 이끌어 함께 점심을 들면서 저간의 경위를 들으며 즐거워했다.의선이는 그러면 그렇지 자신의 추론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점심을 들고 돼지평전으로 떠나기에 앞서 기환이와 기념사진을 찍었다.왼쪽부터 의선,재화,기환,익수 그리고 현기가 나란히 섰다.

 

[임걸령에서 썬글래스를 낀 기환이를 만나 다함께]

 

사시사철 수량도 풍부하고 물 맛 좋기로 지리산 능선에서 제일 간다는 임걸령샘,지리산 종주시 식수를 보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샘이다.

 

현기와 기환이가 돼지평전을 지나가고 있다.

 


멧돼지가 자주 출몰한다는 돼지평전을 지나는 대간팀이 함께 했다.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종주길은 온통 숲길이었다.맨 앞에 전기환,그 뒤에 손의선,김익수,김현기 동기가 싱그러운 연두빛 숲속에서 포즈를 잡았다.기환이의 대간 종주 가세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지친 발걸음을 추스려 힘을 북돋게 했다.

 

[노고단 가는숲속 길]

 

노고단(1,507m)은 천왕봉(1,915m),반야봉(1,734m)과 함께 지리산 3대 봉우리이다.신라시대에 화랑국선(花郞國仙)의 연무도장이었고,제단을 만들어 산신제를 지냈던 영봉(靈峰)으로 지리산국립공원의 남서부를 차지한다.노고단이란 도교(道敎)에서 온 말로,우리말로는 '할미단'이며,'할미'는 국모신(國母神)인 서술성모(西述聖母:仙桃聖母)를 일컫는다.

 

산 정상에 가까운 1,100~1,200m 높이에는 원추리꽃으로 덮인 광활한 고원이 펼쳐져서 부근이 좋은 피서지를 이루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서양사람들의 별장지가 되었다.노고단의 경관은 지리산이 그렇듯이 기봉난산(奇峰亂山)의 경치보다 울창한 임상(林相)과 웅대한 산용(山容)의 경치가 훌륭하고, 정상에서는 조망이 뛰어나다.특히 노고단 운해(雲海)는 지리산 10경 가운데 하나이지만 지금은 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노고단 입구에 도착한 대간 종주팀이 노고단 정상을 등지고 기념촬영을 했다.여기서 노고단대피소를 지나 이번 구간의 종착지인 성삼재까지는 약 3.5km에 이르는 지루한 시멘트도로를 걸어가야 한다.그런데 대간마루금은 화엄사에서 올라오는 코재에서 종석대를 거쳐 성삼재로 이어진다.그렇지만 종석대 일원도 출입금지 지역이어서 고약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시멘트도로를  하염없이 걸어 종주날머리인 성삼재에 도착했다.

 

[구름 덮인 노고단을 등진 종주팀]

 

 

[종주정보]

 

6월 14일(토) 8.46km

 

09:46 순두류자연학습원입구

...2.42km...10:30-10:40 로타리산장

...1.98km...12:40-14:00 천왕봉

...1.6km...장터목대피소

...1.86km...촛대봉

...0.6km...17:30 세석대피소

 

6월 15일(일) 23.27km

 

03:40 세석대피소

...2.0km...칠선봉

...1.5km...선비샘

...2.55km...06:30-08:00 벽소령

...1.3km...형제봉

...2.05km...09:20-09:40 연하천산장

...2.94km...토끼

...1.25km...12:00 화개재

...0.75km...삼도봉

...2.15km...13:20-14:20 임걸령

...1.05km...돼지평전

...2.23km...16:00 노고단

...3.5km...17:30 성삼재

 

*종주거리:28.13km

*진입거리:4.4km(순두류학습원입구...2.42km....로타리산장...1.98...천왕봉) 

*총산행거리:31.73km

 

 

[주1]그리움으로 걷는 백두대간은 "부산 경남중고.21회 동기"들의 산행모임인 이일산우회 회원들이 2003년 6월부터 남녘의 백두대간을 밟은 기록이다.종주팀의 나이는 50대 후반,대개 6~8명이 대간 끊어타기에 동참해오고 있다.지리산에서 출발한 종주는 39구간으로 나눠 끊어탈 예정이다.

 

[주2]종주기에 표기된 산높이는 1/25,000 지형도에 따른 것으로 1/50,000 지형도의 그것과 차이가 날 수 있으며 지형도에 나타나지 않은 산봉우리의 고도는 등고선을 감안하여 표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