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로릿지 타고 신불평원 오르기(07/6/27)
<신불평원 동쪽 묏부리에 드리운 운무(6/17)>
에베로릿지! 이 릿지는 2000년 에베레스트.로체 울산원정대가 원정을 앞두고 개척한 바윗길이다.이를 기려 에베로릿지라 명명했다고 한다.에베로릿지는 초심자라도 장비 없이 오를 수 있는 코스다.그런데 이 바윗길을 오르다 보면 고도감이 상당하므로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들이라도 경험자와 함께 한다면 무난히 오를 수 있다.아무튼 이 릿지를 오르내리는 데는 어느 정도 바위를 타본 경험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인근에 있는 쓰리랑릿지나 아리랑릿지는 암벽 장비가 있어야 오를 수 있다.다만 아리랑릿지는 장비 없이 바위를 오르지 않고도 우회하는 길이 있어 등반할 수 있다.
금강폭포 산행기 처음에 에베로릿지에 대하여 소개를 했지만 에베로릿지는 금강골에서 신불평원으로 오르는 릿지 코스다.신불평원의 동쪽 사면은 이 땅의 지세가 그러하듯 전형적인 동고서저(東高西低)의 형국으로 깎아지른 묏부리가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영축산(1,059m)과 신불산(1,209m)을 잇는 신불평원의 백발등(1,045m) 사이에 “V"자 형상의 골짜기를 만들어놓았는데 그 아래가 금강골이다.그 금강골의 오른쪽 가파른 바윗길이 에베로릿지이다.위험한 곳에는 고정로프를 걸어놓았기 때문에 크게 무리없이 오를 수 있다.하지만 비가 온 뒤나 결빙의 겨울철에는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심천저수지 도로변의 노송(6/17)>
이 산행기는 지난 6월 27일(수) 답사를 위주로 6월 17일(일) 동기들과 함께 아리랑릿지를 답사했던 코스의 사진을 곁들인 것이다.부산에서 언양행 시외버스(1,300원)를 타고 통도사 지나 가천마을 버스정류소에 내렸다.금강폭포 산행 때와 마찬가지로 심천저수지를 거쳐 장제마을을 벗어나면 삼성SDI로 가는 다리에서 오른쪽시멘트 길로 들어선다.
조금 더 오르면 오른쪽 손무익 씨 과수원으로 오르는 시멘트 길과 왼쪽 숲속 길이 갈래친다.어느 길로 가든 사격장 깃발이 있는 공터에서 만나게 된다.승용차나 봉고를 가져올 경우에는 이 갈림길에 주차를 하면 된다.
그런데 에베로릿지를 타고 신불평원에 올랐다가 다시 에베로릿지로 조금 내려와 왼쪽 갈림길로 들어 쓰리랑릿지 들머리와 아리랑릿지 전망대를 거쳐 원점회귀한다면 이곳에 주차를 해두면 편리할 것이다.그러나 신불평원에서 영축산에 올랐다가 대피소를 거쳐 통도사 위 지산마을이나 상방능선으로 하산할 경우에는 통도사 근처 신평마을에서 차량을 회수하러 가기가 번거로울 것이다.이럴 때는 신평마을에서 택시를 대절하는 게 좋다.따라서 이 산행기는 두 곳의 하산날머리를 염두에 두었다.
<사격장 철조망을 에돌아 가면 아리랑릿지가 보이고(6/17)>
사격장 철조망 철문에 다다라 사격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철조망 곁으로 난 임도를 따라 오른다.그때 울산에서 왔다는 젊은 커플과 만났다.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들은 에베로릿지를 타고 아리랑릿지로 간다고 한다.우리는 자연스럽게 함께 걸음을 옮겼다.
<사격장 철조망 길에서 바라본 영축산(6/17)>
<사격장 철조망 길에서 바라본 에베로릿지(6/17)>
<금강폭포/신불산 아리랑릿지 갈림길로 오르는 동기들(6/17)>
<당겨본 에베로릿지와 금강폭포-윗폭포의 모습이 희미하다(6/27)>
<당겨본 영축산 암봉(좌)과 상봉(우)(6/27)>
<금강폭포,에베로릿지/신불산,아리랑릿지 갈림길 안내판(6/17)>
신불평원에서 가장 높은 1,045봉에서 남동쪽으로 뻗어내린 산줄기 위로 아리랑릿지가 돋아나 있다.왼쪽으로 눈을 드니 독수리 부리를 연상케한다는 영축산의 날카로운 암봉이 돋올하다.그리고 그 사이에 에베로릿지를 품고 있는 금강골이 푸른 이내에 잠겼다.산등을 가로질러 작은 폭포를 지나 산등에 올라서니 금강폭포와 신불산,아리랑릿지로 오르는 갈림길 안내판이 나온다.
<아리랑릿지로 오르다 뒤돌아본 사격장(6/17)>
<금강폭포/신불산 갈림길 지나 산허릿길에서 당겨본 금강폭 읫폭포(6/27)>
금강폭포 쪽으로 곧장 나아간다.산허릿길을 따라가니 에베로릿지와 그 아래 금강폭의 윗폭포가 물줄기를 흘리는 모습이 잡힌다.여러 번 이곳에 왔지만 금강폭의 물줄기를 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행운이었다.장맛비에 수량이 불어나 멀리서도 폭포의 물줄기를 볼 수 있었다.그렇다면 오늘 금강폭의 윗폭포에 오른다면 멋진 장관을 음미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에베로릿지 중단들머리로 가며 올려다본 에베로릿지>
<에베로릿지 중단들머리인 사거리-금강폭포 가는 길은 왼쪽 숲으로>
골짜기 두 개를 가로질러 드디어 에베로릿지 중단들머리에 사거리에 다다랐다.이곳에는 텐트 1동을 칠 수 있는 야영터가 있고,그 아래 바위를 타고 내려가면 금강골의 에베로릿지 하단들머리와 만난다.야영터 사거리에는 커다란 나무를 삼각형으로 세워놓아 이정표 노릇을 하는데 이 길로 들어서서 150미터쯤 가면 금강폭포에 이른다.그리고 이 사거리에서 오른쪽 숲속으로 오르면 에베로릿지 바윗길과 만난다.울산의 젊은 커풀에게 금강폭포로 간다고 하니 그들도 나를 따라온다.평일날 에베로릿지에 올 정도라면 분명 바위타기에 경험이 있는 산꾼들일 것이니 함께 하더라도 문제는 없어 보였다.
<에베로릿지 중단들머리 사거리에 있는 야영터>
<금강폭 아랫폭포>
금강폭포에 다다랐다.폭포의 물줄기는 3일 전보다 다소 가늘어졌지만 여전히 기운차게 쏟아지고 있었다.울산의 산꾼들은 이런 폭포는 처음 본다며 탄성을 질렀다.저번에 이곳에 왔을 때는 물줄기가 볼품이 없었다고 했다.
나는 “금강폭 위쪽 폭포를 보았느냐?”물었다.
“윗폭포가 또 있나요? 금시초문이네요.”하며 그곳으로 가겠단다.그래서 나는 그들을 데리고 폭포 왼쪽 에움길로 해서 로프가 걸린 바위 아래로 갔다.나는 여기서 로프를 타고 바윗길을 오르면 윗폭포에 올라설 수 있다고 귀띔해주었다.그 바윗길은 물기를 머금어 미끄러웠지만 조심해서 오르면 아무 문제없이 오르내릴 수 있었다.
<금강폭 아랫폭포 상단턱에 오른 울산의 산꾼들>
잠시 뒤,그들은 아랫폭포 상단턱에 올라 두 손을 치켜들고 환호했다.나는 폭포수에 얼굴을 씻고 그들이 내려오길 기다렸다.윗폭포를 감상하고 내려오는 그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그곳에 거대한 폭포가 있을 줄 미쳐 몰랐어요.정말 대단한 폭포입디더.아랫폭포보다 더 멋지더라구요.고맙습니다.”
“그렇죠.윗폭포는 바위를 오르지 않으면 볼 수 없지요.3일 전,윗폭포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멋졌지요.윗폭포 사진 좀 보내주세요”하며 내 이메일 주소와 휴대폰 번호를 알려줬다.
<금강폭포에서 바라본 에베로릿지 3봉(좌),2봉(우)>
<에베로릿지 중단들머리에서 당겨본 에베로 2봉과 3봉>
<위에서 내려다본 에베로릿지 첫 로프구간>
에베로릿지 중단들머리에서 숲길을 조금 오르면 첫 바위가 기다린다.로프가 걸려 있는 이곳은 약 5m정도.빌디딤이 좋아 쉽게 오를 수 있다.
<에베로릿지 첫 로프구간>
<첫 구간을 올라서서 바라본 금강골의 풍경>
이 바위를 밀어내고 올라서면 오른편 금강골 일대의 협곡을 수놓은 암장이 짙은 초록과 어울려 멋들어진 풍광을 연출한다.
<첫 봉우리에 올라 바라본 금강우골>
<첫 바위구간에서 올려다본 2번째 암봉>
<밧줄을 타고 올라서면 칼바위가...>
첫 바윗길을 오른 다음,제1봉에 이르면 칼바위 능선이 다가선다.이리저리 바위를 더듬어 로프를 잡고 오르면 암갈색 바위와 노송이 있는 제2봉이다.얼마 오르지 않았는데도 오던 길을 뒤돌아 내려다보면 저 멀리 사격장과 삼성SDI 주변 일대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노송이 있는 이곳에서 앞으로 다가가면 칼바위구간이다.
<칼바위 들머리에서 바라본 3봉>
<칼바위 들머리에서 내려다본 금강폭포>
<칼바위 들머리에서 뒤돌아본 사격장과 가천 일대>
<칼바위와 크랙>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바윗길이 시작된다.바위 틈새가 갈라지고 비스듬하게 기운 칼바위 길-오른쪽 아래로 돌아오르는 길도 있으나 로프가 매여 있어 그냥 건너가더라도 어렵지는 않았다.
<왼쪽 소나무 아래 로프를 타고 금강폭에서 칼바위로 오른 울산 산꾼>
금강폭 구경을 마치고 나는 배낭을 챙겨 다시 중단들머리로 가지 않고 폭포에서 에베로릿지로 직등하는 코스로 걸음을 옮겼다.폭포 오른쪽 가파른 너덜을 조심스럽게 오르니 산뽕나무가 나온다.산오디가 엄청 열렸다.그 산뽕나무 위 까마득한 직벽에는 로프가 한 줄 걸려 있었다.겨울철 빙폭을 타러오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그 바위 직벽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니 바위 틈새로 로프가 매여 있다.제법 가파른 바윗길이지만 발디딤을 할 수 있어 무리없이 오를 수 있었다.마지막으로 소나무에 걸린 로프를 당겨 바위 꼭대기에 올라서니 바로 칼바위구간이 나온다.에베로릿지 중단들머리에서 시작했더라면 두 곳의 바위를 타고 올라야 하는데 그걸 생략한 셈이었다.
<나뭇가지에 올라 사진을 찍는 울산 커플>
<3봉으로 오르며 돌아본 칼바위>
<3봉으로 오르며 좀더 멀리 조망한 칼바위>
칼바위를 건너 제3봉으로 오른다.왼편은 여전히 깎아지른 벼랑이어서 아찔하지만 로프가 걸린 상단 바윗길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3봉에 올라서면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뒤돌아보면 노송이 있는 칼바위의 암릉 너머로 가천 일대가 까마득하다.
<3봉으로 오르며 뒤돌아본 칼바위 구간>
<3봉으로 오르는 울산 산꾼>
<3봉 오름길의 로프구간>
칼바위 구간을 지나면 다시 바윗길을 올라야 한다.산행은 발로 하되 머리로 가슴으로 한다는 경구처럼 바윗길은 우선 몸으로 해야 한다.그러나 몸과 마음이 하나로 되지 않으면 균형을 잡을 수가 없는 법이다.때로는 속삭이듯,때로는 강렬한 몸짓으로 바위와 대화를 해야 한다.
내 앞에 가로막는 것들을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그것들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다.우리네 삶이 그러하듯,바위에도 길은 있는 법.그 길은 새로운 것일수록 더 강렬한 흡인력이 있다.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과 부드러움이 억센 바윗길과 조화를 이루면 어느새 바위는 따뜻함으로 전해져 온다.그러면 몸은 새털처럼 가벼워지리라.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우리의 정신도 덩달아 고양되리라.까마득한 직벽의 두려움도 우리의 몸과 마음이 받아들이는 순간,더 이상 두려움은 아니다.그 두려움은 본디 내 안에 있던 것들이다.그것들을 다소곳이 불러내면 마음의 평화가 깃들게 된다.억지로 거부하거나 만용을 부리면 더 큰 위험에 놓이게 되는 법이다.낯선 풍경과 새로움,팽팽한 긴장감,그것이 주는 희열을 위해 나는 바위를 오른다.오로지 자신과 바위에 몰입하면서...수직으로 오르는 상승감이 커질 때,일상의 잡다한 번민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3봉에 올라 내려다본 칼바위구간>
<3봉 정수리 바위턱에서 숨을 고르는 울산 산꾼>
<3봉 바위 틈서리에 핀 돌양지꽃>
<3봉에 올라 건너다본 쓰리랑릿지(좌),아리랑릿지(우)>
<3봉에서 바라본 4봉과 5봉의 멋진 모습>
<4봉의 기암과 소나무>
<4봉에서 비껴 바라본 신불평원>
<4봉 지나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금강좌골>
<5봉 오름길의 로프구간>
<5봉 바윗길을 오르는 울산 산꾼>
<5봉에 올라 뒤돌아본 에베로릿지>
<5봉 너머 너럭바위에 올라선 울산 산꾼>
<너럭바위에서 건너다본 쓰리랑릿지,아리랑릿지>
<6봉 전망대에서 올려다본 신불평원의 7봉>
<6봉 전망대에서 굽어본 금강좌골>
<신불평원과 쓰리랑릿지,아리랑릿지 갈림길(리번이 걸린 숲길)>
숨가쁘게 이어지던 바윗길은 끝나고 신불평전으로 오르는 일만 남았다.잠시 발품을 팔자 갈림길과 만난다.직진하면 신불평원,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쓰리랑릿지 들머리와 아리랑릿지 전망대로 가게 된다.이 하산길은 바위가 전혀 없는 숲길로 금강골을 가로지르는 순한 길이다.
<아리랑릿지 갈림길 지나 오르면 만나는 신불평원>
갈림길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신불평원의 초원과 만난다.초록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평원.그 입구에는 사격장 출입을 금지하는 예의 그 안내판이 철치되어 있다.마침내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주능선에 올라선 것이다.
<영축산으로 가며 조망한 주능선의 연봉-채이등,함박등,죽바우등이 기이하다>
<신불초원의 백발등과 아리랑릿지로 뻗어내린 산줄기>
에베로릿지 등산로와 초원이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가면 영축산(1,059m),오른편으로 가면 백발등을 거쳐 신불산(1,209m)으로 오를 수 있다.그리고 신불산 아래 신불재에서 왼쪽 왕방골을 따라 내려가면 파래소폭포,오른쪽으로 조금 내려서면 대피소를 겸한 오두막이 나온다.대피소 앞 마당에는 사철 콸콸 쏟아지는 물이 있어 식수로 부족함이 없고 대피소에서 차 한 잔 들며 쉬어가기에도 좋다.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초원에는 거미줄처럼 등산로가 열려 있다.이곳을 찾는 숱한 산객들 때문인지 길은 임도처럼 넓다.군데군데 길이 패여 있고 돌확만 앙상하게 드러나 눈을 아리게도 한다.신불평원에 이렇게 등산로가 많다보니 운무가 잔뜩 낀 날에는 더러 방향감각을 잃어 엉뚱한 곳으로 내려가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고,조난을 당해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없지 않다.
<운무 짙은 영축산으로 가는 친구들>
<영축산 오름길에 바라본 쓰리랑릿지(좌)와 아리랑릿지(우>
<에베로릿지 6봉과 쓰리랑릿지,아리랑릿지>
<운무 속에 쓰리랑릿지를 오르는 바위꾼(6/17)>
아리랑릿지 전망대에 올라 쓰리랑릿지와 아리랑릿지를 올려다보면 흡사 설악산의 암봉을 여기에다 옮겨 놓은 듯 그 자태가 빼어나다.그리고 건너편 에베로릿지의 험준한 릿지가 급경사를 이뤄 어떻게 저곳을 올랐는지 의아심이 들 정도다.금강골을 끼고 주변에 곧추선 암벽이 짙푸른 초록 속에 보석처럼 박혀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지난 6월 17일 친구들과 이곳에 왔을 때는 운무가 자욱하여 신비한 느낌마저 들었다.그때 쓰리랑릿지를 오르는 바위꾼들이 운무 속에 보일락 말락 오름짓을 하는 장면이 선연하다.
<아리랑릿지 아래 전망대에서 올려다본 쓰리랑릿지>
<아리랑릿지 아래 전망대에서 건너다본 쓰리랑릿지 들머리 암장>
<아리랑릿지 아래 전망대에서 아리랑릿지를 등지고(6/17)>
<아리랑릿지 전망대에서(6/17)>
<아리랑릿지 아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에베로릿지의 가파른 바윗길>
조금 오르면 개활지 같은 등산로와 만나고 돌무더기가 띠를 이루는데 이곳이 단조산성터이다.그리고 그 아랫자락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산상늪지인 단조늪지가 있다.
영축산으로 오르다 너럭바위에서 걸음을 멈추고 점심을 들었다.이 날은 일요일이라 많은 등산객들이 오고간다.광활한 초원에 운무가 오락가락하고 저기압이라 습기가 많아 잠시 앉아 있어도 금세 축축하고 춥다.겉옷을 입어 보온을 한다.이때 재화가 술잔을 돌리다 말고 손을 들어 저 아래를 가리킨다.구름이 춤을 추고 있었다.장관이었다.
구름이 삽시간에 몰려와 신불평원을 가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백발등과 아리랑릿지 사이의 골안을 가득 덮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신비스런 운무(雲舞)였다.그러다 어느 순간에 구름은 사라지고 말았다.구름의 거대한 춤사위는 다시 저 아래 에베로릿지에서 솜털처럼 피어나더니 신불평전으로 몰려 올라온다.우리는 이런 광경을 넋을 잃고 보며 그 자리에 옴짝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구름이 걷히자 초원은 더 푸르고 생기가 돋아나는 듯했다.그것도 잠시 또 다시 운무가 영축산으로 물밀듯이 몰려온다.우리는 배낭을 챙겨 영축산으로 오른다.정상으로 가지 않고 독수리의 부리를 닮았다는 거대한 암봉을 돌아 상방능선 쪽 산등으로 접어들었다.
<운무 낀 영축산 암봉을 등지고>
<독수리 부리를 닮았다는 영축산 암봉-정상은 뒤에 있다>
<영축산 암봉을 뒤에 두고 삼방능선으로>
상방능선은 대피소를 거쳐 지산마을로 내려가는 길과 한동안 같이 내려오다가 거대한 암릉이 있는 지점에서 갈라진다.그 암릉을 오른쪽을 돌아 내려가면 영취샘을 거쳐 대피소에 다다르게 된다.하지만 곧장 그 암릉으로 올라서면 숲길이 열려있다.말하자면 영축산 암봉에서 뻗어내린 산등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다. 한동안 숲길을 헤치고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샛길이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대피소와 만난다.상방능선은 그 갈림길을 무시하고 산등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6월 17일 우리가 상방능선으로 들어섰을 때는 운무가 짙어 길 찾기에 애를 먹었다.
<상방능선에서 구름바다를 등지고>
<영축산 대피소 갈림길에서 바라본 운무 드리운 영축산 암봉>
금강폭포와 에베로릿지,신불평원을 답사하고 산행을 하면서 그동안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신불평원의 아름다움을 다시 확인했으며 시간이 허락한다면 아리랑릿지 등반과 금강폭포에서 곧장 치고 신불평원으로 오르는 그 험로에 도전하고 싶다.이 산행기를 쓰면서 동참해준 친구와 우연찮게 동행해준 이름도 잘 모르는 울산의 산님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아울러 친구들이여! 올 늦여름에는 신불평원에 올라 막영을 하며 초원에서 하룻밤 나기에 꼭 동참해주기를 바란다.